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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이로 Sep 15. 2020

나를 좋아한다는 당신에게.

미쁜 편지 # 3

우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한참 모자란 나지만 이런 나라도 좋아한다고 말해주니 너무 고마워요. 내 존재가 그 말로 한층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네요. 근데요, 나는 지금 그 마음을 받아줄 수 없어서 미안해요. 사실은 당신이 그런 말을 하지 않기를 바랐어요. 당신이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아니길 바랬거든요. 왜냐면, 나는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사랑하면 그 끝은 누가 봐도 눈에 훤하잖아요. 결혼하거나 이별하거나, 그 둘 말고도 다른 게 있나요? 내가 당신을 만나서 결혼하지 않으면 우린 헤어질 거예요. 나는 그게 너무 무서워요. 내 인생에서 누군가를 또 잃는 상실을 겪고 싶지가 않아요. 또 나는요, 아픈 게 너무 싫어요. 몸도 마음도요. 그래서 나는 손에 상처가 나는 걸 굉장히 싫어하고요. 작은 상처 하나에 엄청 스트레스받는 그런 사람이에요. 손은 상처가 아물면 그만이라지만, 마음은요? 마음은 한 번 상처 받으면 아물기까지 되게 오래 걸리잖아요. 그걸 아니까 사랑하는 게 나는 무서워요.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싫고 상처 받는 것도 너무 싫어요. 누군가가 피해자가 되는 것도, 가해자가 되는 것도 싫어요. 나는 헤어지는 게 두려워서 사랑도 못하는 겁쟁이예요. 겁쟁이라고 놀리더라도 어쩔 수 없어요. 나는 지금 준비가 안되어 있으니까요. 당신이 큰 결심하고 당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것도 알아요. 그렇지만 당신이 내게 말하지 않았으면 했어요. 나는 이런 마음으로는 당신을 받아줄 수 없고 당신은 두 번 다시 내 얼굴을 보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의 관계가 흐트러지는 게 싫었어요. 근데 이미 어쩔 수 없게 되었네요. 그래서 나는 당신만큼은 아니겠지만 마음이 아파요. 우리의 관계가 여기서 금이 가는 것 같아서요. 고마워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연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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