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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이로 Aug 08. 2022

터트려 (Bust it all)

하고 싶은 것들

포기 못한 것들

해야 하는 것들

지켜내고 싶은 것들


숨이 찰 때까지 막 뛰고 싶어

숨 막히도록 울고 싶어

품에 가득 찬 내 마음들을

자유롭게 놔주고 싶어


터트려


선우정아 '터트려' 中





최근 회사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 사무 업무보다 사람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는 나는 다행이도 정을 나누고 소통을 하는 일에 묘하게 잘 맞아 3년 차에 대리를 달고, 현재는 팀을 이끌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는 사람들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가고, 나의 진심을 와전되는 경우가 많았다. 책임질 것은 이리도 많은데 정작 나 하나 책임져 주는 사람이 없었다. 나의 노력을 회사에서 알아'만' 줄 뿐, 회사의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어떠한 보상도 없었다. 어느새 나는 보상은 포기하고 나에게 주어진 사람들을 위해 일하기로 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의 마음을 받아주며 정작 나를 돌보지 못하게 되니 나는 완벽히 지쳐버렸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그만두겠다고 말한 상태였다.


회사에서는 나를 달래기 위해 이런저런 말들을 했지만 내겐 들리지도, 와닿지도 않았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겠다는 나의 말을 끝으로 대화는 끝났다. 그리고 주말 동안 소모된 내 마음을 그제야 돌아보았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언제까지 나는 살기 위해 일을 할 것인가. 하루하루 버티며 사는 것 외에 내가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본 적이 있었던가. 나는 왜 해보지도 않고 노래하는 것을 그만두었는가. 그놈의 돈, 돈, 지겹다.


힘들어하는 내게 친척 오빠는 우리 할머니에게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로가 재능이 많아 힘든 것 같다고. 내게 재능이 많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어쩌면 나는 남들에게 보이는 내 재능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키워보지 못하고, 그렇게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 곳에 내 재능과 노력을 억지로 구겨 맞춰 살아왔나 보다 싶었다.


나는 퇴사하기로 마음먹었다. 딱 3개월, 혹은 올해 남은 시간만이라도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보고 싶었다. 액세서리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고, 글을 써두었던 것들을 토대로 내 마음을 담아 영상을 올리고. 무언가를 만들고, 전달하고 싶었다. 무대 위에서 다시 사람들의 눈빛을 마주치고 싶었다. 남은 시간에 의무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땀을 흘리고 싶었다. 이상하게 퇴사가 두렵지 않았다.


더 늦기 전에 내가 나를 돌봐야만 했다. 무너진 내 마음과 잔뜩 고장 난 내 몸과 내가 놓친 것들을 다시 붙잡아야 했다.


퇴사를 하면 제일 먼저 할머니를 보러 가야겠다. 엄마가 해준 밥을 먹으러 가야겠다. 바다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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