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쁜 편지
KARMA(업)가 좋은 사람만이
고래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고래를 만날 수 있을까 하고
내가 가진 업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고래를 만날 자격이 없다고
고래의 사진 앞에서
주저앉으려던 그 순간,
나는 고래를 만났다.
고래는 나를 바다로 데려갔다.
나와 함께 유영했다.
고래의 옆에 붙어있으니
묘하게도 물살이 평화로웠다.
고래는 나의 옆에서
깊고 강한 파도를 막고 있었다.
문득 고개를 돌려 고래를 바라보니
아, 강한 물살에 패인 상처가
고래의 의지를 말하고 있었다.
그 상처에 이렇게 손을 가져다대니
그래, 너도 피가 흐르는 동물이구나
수온에 차가운 피부 밑으로
미적지근한 온기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