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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이로 Feb 10. 2023

비워진 마음에 무얼 채워야 할까

미쁜 편지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로만

채우려 했던 내 마음에

한가득 쓰레기가 찼다.


시간을 들여 전부 비워내니

아, 나는 무엇도 남기지 못했나


작게 들리는 피아노 선율에

뚝뚝 눈물이 흐른다.

탁탁 키보드 소리가 멈춘다.


비워진 이 마음에

무얼 채워야 할까

글을 쓰다 만다.


고운 빛이 반짝거리고

잔향이 코 끝에 끝까지 머무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 어떤 것을 채우려 했던 것 같다.


터엉 텅 비어버린 공간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살펴보니

무언가 묻어있다.


쓰레기 사이에서

사륵사륵 소리를 내며

고운 모래가 남아 붙어있다.


모래에서 짙은 바다 냄새가 난다.

눈물과 함께

습기 찬 한숨을 작게 내쉬어 본다.


남아있는 소중한 것들을

마저 채워야지 하고

그 작은 모래 알갱이를

손으로 사부작사부작

만져본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희망'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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