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쁜 편지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로만
채우려 했던 내 마음에
한가득 쓰레기가 찼다.
시간을 들여 전부 비워내니
아, 나는 무엇도 남기지 못했나
작게 들리는 피아노 선율에
뚝뚝 눈물이 흐른다.
탁탁 키보드 소리가 멈춘다.
비워진 이 마음에
무얼 채워야 할까
글을 쓰다 만다.
고운 빛이 반짝거리고
잔향이 코 끝에 끝까지 머무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 어떤 것을 채우려 했던 것 같다.
터엉 텅 비어버린 공간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살펴보니
무언가 묻어있다.
쓰레기 사이에서
사륵사륵 소리를 내며
고운 모래가 남아 붙어있다.
모래에서 짙은 바다 냄새가 난다.
눈물과 함께
습기 찬 한숨을 작게 내쉬어 본다.
남아있는 소중한 것들을
마저 채워야지 하고
그 작은 모래 알갱이를
손으로 사부작사부작
만져본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희망'이라고 부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