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라이프를 당당히 외치며 즐겁게 지내고 있던 나는 카카오톡에 쌓인 메시지들을 삭제하다 우연히 전에 만났던 사람의 프로필 사진을 보게 되었다. 나와 사귈 때에는 해놓지도 않던 프로필 사진과 배경 사진을 싹 다 새로 만난 여자 친구의 사진으로 바꿔놓았다. 그는 이 여자와 만남과 동시에 내게 헤어짐을 말했다. 물론 그는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뭐, 사진을 보고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또 다른 메시지들을 지우다 보니 전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동갑내기 동료 부부의 프로필도 보게 되었다. 인터넷 쇼핑몰과 유튜브를 함께 운영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것들을 이뤄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문득 나와 같이 클라이밍 강습을 받던 사람의 프로필도 마주쳤다. 내가 팔꿈치 부상으로 한참을 쉬고 있는 동안 벌써 나보다 세 단계나 올라가 있었다. 원래 나보다 근력을 좋아 금방 실력이 늘거라 생각은 했으나 막상 이렇게 보니 꽤나 부러웠다. 괜히 투지가 불타올랐다.
문득 나와 함께 했던 사람들의 근황을 보고 있자니 나도 잘 지내는 걸 보여줘야 하나 싶었다. 어떻게 보여주지? 예쁘게 차려입고 한껏 멋을 낸 다음 사진을 찍어서 올려야 하나?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까? 살을 좀 빼볼까? 한참 그렇게 생각하다 아차 싶었다. 이건 내 모습이 아니라 그저 가게에 진열된 전시용 모습과 똑같았다.
내가 추구하는 삶을 그런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들 잘 사는 모습을 보면 괜히 한 번씩 주눅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저런 넓은 집에 살지 못하는데, 나는 아직 결혼도 못했는데, 나는 애인도 없는데, 나는 살쪘는데. 그러다 보면 조금은 우울한 마음이 되어 프로필 사진을 내려버리곤 한다. 사실 주눅이 들 필요가 절대 없는데 말이다.
내가 클라이밍에 한참 빠져있을 때 내 친구는 내게 정말 멋진 도시 여성 같다고 했다. 그때 나는 갓 돌을 잡고 벽을 오르는 병아리였다. 인생 최대치의 몸무게를 찍은 날 살을 빼야 하나 고민할 때 다른 지인이 내게 말했다. 너는 날씬해서 다이어트 안 해도 되니 부럽다고. 회사를 다니며 동시에 나의 적성을 살려 가이드 의뢰를 받아 녹음 작업을 하는 나를 보며 박수를 치던 사람도 있었다. 결국 나는 나를 과시하지 않고도 다른 이들에게 충분히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뚱뚱해도 괜찮다. 명품 백이 없어도 괜찮다. 운동을 잘하지 못해도 괜찮고, 좁은 집에 살아도 괜찮다. 결혼을 하지 않았어도, 연애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타인들과 다름을 인정하고 나답게 살자. 나만의 행복을 자랑하자. 당당하게 프로필 사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올려놓자. 참고로 나의 프로필 사진은 나의 고양이고, 배경 사진은 메리골드라는 꽃의 사진이다. 메리골드의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