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금동이네 02화

금동이네 두 번째 이야기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일들

by 금동이엄마


아기를 낳으면 진정한 가족이 된다고 들었다.


아기 때문에 더 돈독해진다는 말인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영역이었다. 10개월 가까이 찾아오지 않았던 대자연의 날이 한 번에 찾아왔고, 태어나 내가 본 기저귀 중에 제일 커다란 기저귀를 매일 열 장씩 어떤 날은 열 장도 넘게 신랑에게 갈아달라고 해야 했다.


에에? 본인이 갈면 되지!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고개를 숙일 때마다 꼭 내 뱃속에 내장들이 다 흘러내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얘기하면 이해해주시려나.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일들은 금동이가 태어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 생겨났다.


그 날 신생아실에서 금동이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 나는 오후에 있을 첫 수유시간을 정말 많이 기다렸다. 정해진 시간마다 내려가서 수유를 하는 줄 알았는데, 금동이가 자고 일어나서 울 때 수시로 수유를 하는 거라고 전화로 콜을 주신다고 하셨다.


금동이는 언제 일어나는 거지


밥 먹다가도 혹시 핸드폰이 진동이라 몰랐나 병실 전화기 코드는 잘 꼽혀있는지 계속 확인을 했고, 그렇게 콜을 기다린 지 3시간 만에 첫 수유를 가게 되었다. 얼마나 설레고 떨리던지!


엄마는 일주일은 머리도 감으면 안 된다고 성 서방에게 까지 신신당부를 하며 아빠랑 밥을 먹으러 갔었는데, 그 틈을 타서 처음 금동이를 만지는데 내가 이 꼴로 가면 되겠냐며 얼른 머리 씻으러 가자고 신랑을 꼬셔서 머리도 감고 상의까지 샤워도 하고 수유 콜을 대기했었다는 건 아직도 엄마는 모르는 부분이다. 히히


금동이와 유리창 건너편이 아닌 첫 만남은 아마 할머니가 되어서도 생생히 생각날. 쪼끄만 게 어찌나 귀엽게 꼼지락대 비비던지 진짜 진짜 사랑스러웠다.


신생아실 선생님께서 속싸개를 벗기고 금동이 이곳저곳을 보여주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일종의 확인 같은 거였나 보다. 금동이는 왼쪽 허벅지 뒤편에 빨간 점이 있었고, 왼쪽 귀 뒤에 작은 구멍이 있지만 이루공은 아니라 하셔서 안심했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잊지 않을거야. 처음 품에 안았던 날, 퉁퉁부은 엄마

금동이를 실제로 처음 안아 본 감격도 감격이었는데 나는 수유실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다들 조금씩 떨어져 앉아서 아기를 안고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수유쿠션을 이용해 요리조리 아기를 배치해서 수유를 하는 건데 아기가 젖을 잘 먹어서 편히 아기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산모가 있는 반면, 수유하는 자세도 불편하고 아기가 젖을 물지도 않고 잠들어서 아기를 깨운다거나 아기가 젖을 못 문다거나 하는 산모도 있었다.


내가 인상 깊었던 건 다들 처음 보는 사이들인데도 남 앞에서 내 아기를 위해 상의를 풀고 젖을 먹이는 걸 전혀 부끄럽지 않아 하는 것도, 또 젖을 잘 먹이는 산모를 힐끔힐끔 바라보면서 자신의 아기에게 미안한 표정을 짓는 것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동지애 같은 게 느껴졌달까.


이 공간에 모인 모두 내 아기가 배가 고파서 울고 있을까 봐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수유 콜을 받자마자 벌떡 일어나 같은 마음으로 달려왔을 테니 말이다.


그 날 이후부터 수유하러 갈 때마다 괜스레 코 끝이 찡해져서 눈가가 촉촉해져 혹시라도 들킬까 봐 고개를 푹 숙이고 금동이만 쳐다봤는데 아직 명확하게 보지도 못 하는 이 아기가 엄마를 빤히 바라봐주는 게 어찌나 고맙던지.


어쨌든 결론은 난 수유하러 갈 때마다 울어댔다는 이야기다.


좌)쭈쭈 먹다 지쳐서 잠든 금동이 /우)빤히 바라봐주는 든든한 쪼꼬미


이때부터였나 보다. 내 호르몬은 조절이 안 됐고 툭하면 수도꼭지가 틀어져서 옆에 있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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