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금동이네 03화

금동이네 세 번째 이야기

내가 잃어버린 것

by 금동이엄마


제왕절개를 하면 입원기간이 5일이다. 나는 조리원을 가지 않기로 정해서 집으로 가는 거였고, 일주일 만에 집을 간다니 설레었다. 그리고 금동이를 데리고 집에 갈 생각에 온 가족이 들떠있었다. 그 말을 듣기 전 까지는.

황달수치가 높아서 아기는 여기서 치료를 받고
퇴원해야 할 것 같아요.


난 황달이 뭔지도 모르겠고, 우리 아기가 왜 엄마 아빠도 없이 여기에 혼자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 작은 아기에게 무슨 치료를 한다는 건지 속상하고 너무 슬퍼서 그냥 막 눈물이 났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황달은 광선치료를 하는데 기계가 있는 신생아실이라면 치료를 하고 퇴원하는 게 정말 좋고 안 그러면 대학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게 엄마도 아기도 더 고생이고 힘든 거라고 한다.


다음날이 내 생일이어서, 엄마가 끓여놓은 사골 미역국에 동생이 준비해 준 케이크, 오빠의 꽃다발까지 그리고 그토록 오고 싶어 했던 우리 집이었는데 하나도 기쁘지가 않았다. 아기가 치료를 잘 받으면 내일 퇴원할 수도 있지만, 아니면 하루나 이틀 더 있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마지막 말만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서 마음이 아팠다.

금동이가 엄마 아빠 하루 신나게 보내라고 시간 주는 거라고 생각하라는 우스개 소리에도 웃음이 나지 않았고, 금동이의 금자만 들어도 눈물이 쏟아졌다. 그렇게 나는 퉁퉁 부은 눈으로 을 지새웠고, 잠이 안 와서 넋 놓고 앉아 있는데 이른 시간에 핸드폰이 울렸다.


아기가 밤새 치료를 잘 받아서
오늘 퇴원해도 될 것 같아요!
서두르지 마시고 천천히 오세요.


금동이를 두고 나만 퇴원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마지막 수유하러 내려가서 대성통곡을 했었다. 아기만 두고 간다고 생각하니 슬퍼서 그러는 것 다 안다며 우리가 엄마만큼 잘 돌봐주고 있겠다고 신생아실 선생님들께서 번갈아가며 수유실로 오셔서 날 위로해주셨었다.

금동이를 데리러 가던 날은 아기가 엄마 아빠랑 얼른 집에 가고 싶었는지 밤새 치료를 잘 받았다며 정말 기특하다고 칭찬해주시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감사한 분들이다.


그렇게 금동이는 나의 31번째 생일날 선물처럼 와 주었다.

내 인생에 선물같은 존재

분명히 병원에 있을 때는 혼자서도 잘했던 수유도 집에서 하려니까 이상하게 잘 안되고 2시간 간격으로 깨서 젖 달라고 울어대는 금동이가 소중하고 귀엽고 짠하면서도 난 너무 졸리고 온 몸이 아파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한 번은 금동이 다리를 들고 기저귀를 가는 도중에 금동이가 막 울길래 보니, 쉬가 금동이 얼굴로 튀어서 사방으로 쉬 범벅이 되어있었다. 이불이며 옷이며 다 젖은 것도 짜증 났었겠지만 부족한 엄마 때문에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경험하게 한 것에 더 속상해서 기저귀를 갈다가 울어버렸다.
또 한 번은 유축해두었던 얼린 모유를 해동해두고 젖병에 옮겨 렌지에 데워 몇 끼니를 먹였는데 나중에 렌지에 데우면 영양소가 다 파괴된다는 걸 알고 금동이가 그동안 영양분 섭취를 못했을까 봐 금동이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그렇게 내 수도꼭지는 고장이 나고 있었다. 금동이를 낳으면서 하지 않은 감정들이 날 지배하려 하기 시작했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난 완전히 지배당하게 되었다.


수술부위에 늘 거즈를 붙여두어서 제대로 된 샤워를 못하고 부분 샤워만 했어서 몰랐었다. 실밥 제거를 하고 돌아온 그 날, 오랜만에 샤워할 생각에 신이 났는데 바람이 빠져 축 쳐진 풍선 같은 내 몸을 쳐다보고 욕실에서 물을 세게 틀고 바닥에 앉아 막 울어버렸다.


금동이를 얻고 난 많은 것을 내주어야 했다. 이 작은 아이의 하루는 늘 나만 보고 있었고, 내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금동이를 위해 하루하루 책임감은 커져갔다. 끊임없이 내주어야 하는 걸 알지만 금동이를 낳고 갑자기 변화된 나의 일상이 두렵고 엄마라는 이름은 무거웠다.


그럼에도 해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금동이가 그 어떤 걸로도 대체가 안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여태 살면서 내가 느껴온 미안함 소중함 행복함과는 다른 차원의 감정들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존재. 오늘도 나는 감정에 지배당한 하루였지만 그래도 나는,


나는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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