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유럽의 대형 마트에 들어서면 한쪽 냉장 코너 전체를 가득 채운 제품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버거 패티부터 치킨 너겟, 소시지까지 모두 식물성 대체육(Plant-Based Meat Alternatives, PBMAs)으로 만든 제품들이죠. 도대체 PBMA는 무엇이기에, 왜 전 세계가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요? 그리고 제가 살고 있는 네덜란드는 왜 PBMA의 핵심 실험 무대가 되었을까요?
식물성 대체육(Plant-Based Meat Alternatives, PBMAs)이란 콩 단백질, 완두콩 단백질, 버섯, 곡물 등 다양한 식물성 원료를 가공해 고기의 맛, 식감, 모양을 재현한 대체 식품입니다. 이제 해외에서는 레스토랑들이 비건 메뉴 없이는 장사를 하기 어렵고, 대체육에 보수적인 한국 시장에서도 버거킹과 서브웨이 같은 글로벌 프랜차이즈에서 PBMA 메뉴를 시즌 한정이 아닌 상시 메뉴로 판매할 만큼, PBMA는 식품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PBMA가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종교적 대안 및 사회적 편의: 이슬람교는 돼지고기를, 힌두교는 소고기를 섭취하지 않는 등 종교적 이유로 특정 육류를 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외식이나 사회적 모임에서 식단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 주는 편리한 대안으로 PBMA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건강상의 이유: 알파갈 증후군처럼 특정 육류에 대한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PBMA는 매우 중요한 선택지입니다. 이처럼 특정 식품에 민감한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새로운 대체 식품에 대한 관심가 수용도가 높아 PBMA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야생 동물 보호와 지속가능성을 위해 스스로 비건이나 베지테리안 식단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PBMA는 이들의 가치 소비를 만족시키는 핵심 상품입니다.
네덜란드 전통 음식은 요리라기보다 스낵에 가까울 정도로 단순하며, 식사 시간에도 효율을 추구하는 식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이탈리아나 프랑스처럼 음식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나 열정적인 미식 문화가 형성되기보다는, 편리함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문화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세한 네덜란드 식문화 내용은 '미식의 불모지 네덜란드, 맛이 사라진 나라?'를 참조하세요.)
이러한 문화적 배경은 역설적으로 PBMA 시장 성장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네덜란드 소비자들은 복잡한 요리보다는, 기존의 익숙한 식단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식품에 대해 매우 개방적입니다. 실제로 Rabo bank의 식품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네덜란드 소비자들은 시간을 절약해 주는 편의성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높다고 분석하였습니다. PBMA는 '고기'라는 익숙한 재료를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하면서도 맛은 유지하고 사용법은 더 간편해지기 때문에, 효율성을 중시하는 네덜란드 식문화에 완벽하게 부합했던 것이죠. 이러한 특성들이 작용하여, 네덜란드 시장이 타 국가들보다 PBMA가 빠르게 안착할 수 있는 '핵심 실험대'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네덜란드 마트에서는 자체브랜드(Private Brand, PB) 제품을 제외하고도 'The Vegetarian Butcher', 'Vivera', 'Valess'등 다양한 PBMA 브랜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브랜드들은 단순히 패티나 너겟뿐만 아니라, 미리 양념된 다짐육이나 닭고기 조각, 심지어 밀키트처럼 파스타 재료와 함께 구성된 제품까지 출시하며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PBMA를 식단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 제품들은 모두 별도의 냉장 코너인 '베지테리안 존'에 진열되어 있으며, 이미 두터운 소비자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PBMA에 대해 어떻게 인식할까요?
제가 진행했던 파일럿 질적연구 결과, 소비자들이 PBMA를 바라보는 관점은 문화권별로 확연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서양 문화권: 스테이크, 로스트 치킨처럼 식재료 본연의 특성을 살려 요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따라서, 고기를 대체할 만한 PBMA에 대해 소비자들이 더 친화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새로운 식품으로 쉽게 받아들입니다.
•동양 문화권: 닭갈비, 마파두부, 팟타이처럼 고기 식감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양념을 통해 재료의 맛을 다채롭게 변화시키는 요리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또한, 식물성 단백질인 두부나 낫또, 템페 등을 활용한 요리가 많아, 고기의 맛과 식감을 흉내 낸 가공식품인 PBMA의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국가를 막론하고 소비자들이 PBMA를 선택하는 데는 공통적인 요인들이 작용했습니다. 가격, 맛, 질감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적 영향과 같은 외부적 요인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죠. 그러나 '친구들이 비건 또는 베지터리안이라 섭취'하거나, '고기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선택하는 외재적 동기들은 대체로 1-2회 성 단기 소비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태도와 행동을 장기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건강, 환경, 윤리와 같은 소비자 스스로 내재적 동기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식이 제한'에 대한 인식이 아직 보수적인 편입니다.
어릴 적부터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다.'는 교육을 강하게 받으며 자랐고, 특정 식재료를 피하는 것을 '반찬 투정'으로 여기는 문화적 배경이 강한 탓에 부모님으로부터 등짝 스매싱을 피할 수 없죠.
또한, 한식을 생각해 보면 어떤가요? 식물성 단백질인 두부, 콩이 들어가는 요리가 굉장히 많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식물성 단백질과 고기를 함께 넣어 먹는 부대찌개, 돼지고기 김치찜과 같은 메뉴들도 굉장히 친숙하죠. 따라서, 소비자들이 굳이 단백질을 PBMA로 대체해서 먹을 필요가 낮다고 느끼는 겁니다.
PBMA를 건강식으로 인식하는 분들이 많지만, PBMA는 가공식품의 특성상 제품별로 첨가물·보존제·나트륨 함량 차이가 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건강만을 놓고 본다면, 고기보다 영양 성분이 불균형하거나 첨가물을 다량 내포한 제품은 오히려 좋지 않을 수도 있죠. 따라서, PBMA 구매 전에는 영양성분표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발전 덕분에 PBMA 버거 패티, 다짐육, 치킨 큐브 등은 맛과 식감이 일반 육류와 놀라울 정도로 흡사해졌습니다. 지속가능성, 환경, 그리고 새로운 미식 경험을 위해 한 번쯤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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