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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끼는 옛말? 전 세계 64%의 새로운 식사법

스낵 식사화 (Snackification)

by UVINO
© 밥 먹기 전에는 안 돼요! by KEBIKIDS, Youtube

밥 먹기 전 과자 먹으면 엄마한테 혼나?!


'밥 먹기 전에 과자는 안돼!' 어릴 적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 말, 아이들의 올바른 습관을 기르기 위해 유아교육 영상으로도 만들어져 배포되고 있는데요. 요즘 MZ들에게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던 식문화가 빠르게 변하고 있거든요. Reimann et al., (2016)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자의 64%가 소량의 식사를 하루에 여러 번 먹는 것을 선호한다.'라고 답했습니다.


스크린샷 2025-08-20 오후 12.48.04.png © Definition of Snackification by Naver

이제 간식(Snack)은 단순히 식사 사이에 먹는 것이 아닌 아니라 한 끼 식사를 대체하는 스낵 식사화의 의미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최근 영어 사전에도 신조어로 실린 'Snackification'이란 단어는 현대인들의 바쁜 라이프스타일과 MZ세대의 유연한 사고방식이 만나,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하루 종일 간식을 조금씩 섭취하는 것(Grazing)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진화한 것을 보여줍니다.



© Snackification by Google

Snackification의 정의와 범위


'스낵 식사화(Snackification)'는 단백질바, 쿠키, 감자칩 같은 전통적인 스낵류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샌드위치, 샐러드볼, 컵라면, 핫도그 등 모든 종류의 간편한 음식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핵심은 음식의 종류가 아니라 '식사'와 '간식'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 자체입니다. 샐러드가 식사가 될 수 있고, 떡볶이가 간식이 될 수도 있으며, 에너지바가 한 끼 식사를 대신할 수도 있죠. 이 모든 것들이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사 역할을 하면서 스낵 식사화의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의 식습관의 변화가 Snackification처럼 '단순히 자주 먹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일부는 Intermittent fasting같은 ‘하루 한 두 끼만 먹는 간헐적 단식’ 패턴으로 양극화 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상반된 패턴은 '하루 세끼'라는 전통적인 식사 규칙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활 방식과 몸 상태에 맞춰 '주도적으로 식사 시간을 선택'하는 큰 흐름 안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한국 편의점 간편식 / 미국 급식 by Google

아시아와 서구권의 'Snackification'의 정의가 다르다?


흥미롭게도, 'Snackification'을 바라보는 문화적 관점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정확히 이와 관련된 연구는 아직 없지만 저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식사에 대한 문화적 정의와 유통의 특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아권: '밥'을 중심으로 한 정찬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간편식이라도 밥이나 빵처럼 '식사다운' 형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간식으로 한 끼를 때운다'라고 하면 삼각김밥, 컵라면, 빵처럼 '밥'이나 '빵'의 형태를 갖춘 '편의점 간편식'을 떠올리기 쉽죠. 에너지바나 초콜릿으로 한 끼를 때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간단하게 섭취했을 뿐 다음 식사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아시아의 Snackification은 끼니를 대신하는 '편의점 간편식'과 식사 후의 '디저트'로 구분되는 경향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 일본, 태국처럼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 문화가 발달하면서, 늦은 시간에도 식사 형태를 갖춘 간편식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러한 식문화를 가속화한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서구권: 급식문화가 희귀한 미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감자칩, 초콜릿 등을 점심으로 먹어왔기 때문에 '간편함'을 추구하는 문화와 '식사의 경계가 모호한 환경'이 맞물려 '간식'이 한 끼의 식사 역할로 빠르게 확장된 것 같습니다. 또한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에 감자칩을 곁들여 판매하는 것처럼, 감자칩은 샌드위치, 햄버거와 함께 한 끼 식사를 완성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맛과 풍미를 중시하는 문화가 Snackification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아침식사로 달달한 초콜릿 페이스트리와 에스프레소를 함께 먹고, 스페인에서는 츄러스와 핫초콜릿을 함께 하는 것처럼 간단하더라도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즐거움 (Pleasure)'의 가치가 더해지는 것이죠. 서구권의 높은 초콜릿 섭취율 역시 Snackification'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초콜릿을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빠른 에너지 전환, 휴대성과 접근성 때문에 스낵 식사화를 가속화하는 대표적인 메뉴 중 하나로 인식하기도 하죠.


이처럼 문화적 차이는 Snackification 트렌드가 각 나라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됩니다.



© Functionality / Tranceparency / Plant friendly cases by Google

스낵 식사화의 5가지 카테고리


소비자들의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기업들은 어떤 간식들을 내놓고 있을까요? Snackification 현상은 크게 다섯 가지 핵심 카테고리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건강 (Heallth & Well-being)

간식도 이제는 건강을 관리하는 기능성 식품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 기능성 (Functionality): 콜라겐이나 비타민이 함유되어 피부 미용에 도움이 되는 젤리, 장 건강을 위한 프로바이오틱스를 함유한 음료, 슈가프리 제로 음료 등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적극적으로 담은 간식들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 건강한 즐거움 (Indulging in health): 맛과 건강을 모두 포기하지 않으려는 소비자를 위해, 건강 브랜드는 고급스러운 맛을 더하고, 기존의 간식 브랜드는 영양 성분을 추가하는 절충형 스낵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견과류나 말린 과일을 넣은 단백질바로 건강함과 맛의 즐거움을 동시에 잡는 식이죠.


2. 자연스러움 (Naturalness)

식품 첨가물이나 가공 과정에 대한 소비자의 경계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러움이 중요해졌습니다.

•가공 최소화 (Processing scrutiny): 소비자들이 '클린 라벨'을 선호하면서, 인공 첨가물이나 GMO(유전자 변형 작물)를 사용하지 않고 최소한의 가공만 거친 간식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글루텐 프리 쿠키, 유기농 쌀과자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투명성 (Transparency): 원재료의 원산지, 가공 방법 등 제품의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포장지에 QR코드를 넣어 생산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브랜드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3.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가 늘면서 지속가능성 또한 중요한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식물 기반 (Plant-based): 단순한 고기 대체재를 넘어, 병아리콩으로 만든 칩, 렌틸콩 스낵, 해조류 등 식물 자체의 고유한 특성을 살린 간식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환경과 건강을 동시에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죠.

•식물 친화 (Plant friendly): 유기농,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제품이나 재활용 포장재를 사용한 스낵 브랜드에 기꺼이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4. 즐거움 (Pleasure)

•로컬의 세계화 (Local goes global): SNS를 통해 전 세계의 미식 트렌드를 접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한국의 '콘도그', 일본의 '말차 디저트', 대만의 '버블티'같은 특정 나라의 간식이 글로벌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작은 사치 (Little luxury): AOP 버터, 트러플과 같은 프리미엄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스낵의 경험 소비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명품 패션브랜드들과 다르게 프리미엄 스낵은 상대적으로 소비에 대한 부담이 적으면서 만족감은 증폭해 주는 수단입니다.

•파격적인 조합 (Widly inventive): 단짠단짠의 조합이나 식사와 간식의 경계를 허무는 조합의 제품들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snacksperience의 추구가 날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5. 편의성 (Convenience)

바쁜 현대인에게 간편함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입니다.

•식사 대체 (Meal replacement): 아침이나 점심을 거르는 소비자가 늘면서, 한 끼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고단백질 시리얼바나 단백질 음료, 휴대하기 좋은 샐러드 볼 등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처럼 Snackification은 우리 삶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게 된 새로운 트렌드의 라이프스타일입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건강한 간식이라는 마케팅 뒤에 숨은 설탕, 나트륨, 첨가물을 놓치기 쉽다는 것이죠. 그러니 이제부터는 간식을 고를 때 단순히 맛있어서, 혹은 건강하다고 해서 무조건 선택하기보다는, 뒤편의 영양성분표를 한 번 더 들여다보는 습관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Snackification의 시대, 현명한 소비를 통해 우리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Reference


Boukid, F., Klerks, M., Pellegrini, N., Fogliano, V., Sanchez-Siles, L., Roman, S., & Vittadini, E. (2022). Current and emerging trends in cereal snack bars: implications for new product development. International journal of food sciences and nutrition, 73(5), 610-629.


Dussimon, K. (2022, July 29). These Five Trends Will Redefine Global Snacks to 2027. Euromonitor. Consulted on 15/02/2024, retrieved from: https://www.euromonitor.com/article/these-five-trends-will-redefine-global-snacks-to-2027


Euromonitor. (2023, August). The World Market for Snacks. Consulted on 15/02/2024, retrieved from: https://www.euromonitor.com/world-market-for-snacks/report


Food By Design. (2023). Food Trends 2024. Consulted on 19/02/2024, retrieved from: https://foodbydesign.nl/food-trends-2024/


Reimann, M., MacInnis, D., & Bechara, A. (2016). Can smaller meals make you happy? Behavioral, neurophysiological, and psychological insights into motivating smaller portion choice. Journal of the Association for Consumer Research, 1(1), 7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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