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흔히 '변비약'으로 알려진 식재료가 달콤한 디저트의 주인공으로 변신한다면 믿으시겠어요?
제가 직접 맛본 이 반전 매력의 주인공, 바로 루바브 (Rhabarber)입니다!
오늘은 제가 독일에서 경험한, 아주 특별하고 놀라웠던 이 식재료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여러분, 혹시 루바브 혹은 대황이라고 들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마 대다수의 한국 분들은 잘 모르거나 '변비 치료에 쓰이는 한약재' 정도로 알고 계실 거예요. 맞습니다. 루바브는 학명으로는 Rheum rhabarbarum이며, 서양에서는 주로 식용으로,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는 약용으로 사용되던 식물입니다.
루바브는 붉거나 초록색을 띠는 길고 두꺼운 줄기가 특징인데요. 주로 서늘하고 습한 기후에서 잘 자라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큰 사랑을 받죠.
그렇다면, 루바브는 어디에 좋을까요?
1. 풍부한 식이섬유: 루바브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풍부한 식이 섬유입니다. 이 식이섬유는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변비 해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죠. (한약재로 쓰이는 이유를 납득하게 됩니다!)
2. 비타민과 미네랄: 비타민K (뼈 건강), 비타민 C (항산화 및 면역력 강화), 그리고 칼슘, 칼륨 등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꼭 기억하세요! ⚠️
루바브 자체는 칼로리가 낮은 편이지만, 강한 신맛 때문에 설탕과 함께 조리되는 경우가 많아 최종적으로 완성된 디저트는 칼로리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잎에는 독성이 있는 옥살산 (Oxalic acid)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니 절대 섭취해서는 안 됩니다. 줄기만 반드시 익혀서 드세요!
제가 루바브를 처음 접한 건 독일 뒤셀도르프의 유명 체인 베이커리 테르부이켄 (Terbuyken)에서였습니다. 현지인 친구에게 빵이 먹고 싶다고 하니 여기로 데려가 주었어요. 이 빵집은 1895년부터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으로 뒤셀도르프 지역에서 그야말로 빵 맛집으로 통하는 곳이죠!
당시 저는 견과류가 듬뿍 올라간 노릇한 아몬드 파운드케이크인 줄 알고 "이거 한 조각 주세요!" 하고 손가락으로 가리켰어요. 점원분께서 무언가 독일어로 길게 설명해 주는데, 제가 못 알아듣는 걸 보고는 그저 싱긋 웃더군요. 음식 알레르기가 없던 저는 "어차피 맛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받아 들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먹으려고 단면을 잘라보니 파운드케이크보다 밀도는 낮고, 피스타치오처럼 초록빛을 띠는 알갱이들이 빵 속에 군데군데 박혀있지 뭡니까?
그래서 마음속으로 고소하고 달달한 맛일 거라고 예상했어요.
그런데 세상에 마상에나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제 미각은 대혼란에 빠졌습니다!
분명 과일이 없는데 중간중간 새콤달콤한 콤포트 같은 게 씹혀서 아몬드빵의 달달함과 새콤달콤한 맛의 조합이 너무 잘 어울렸거든요.
독일인 친구가 루바브가 들어간 빵이라고 설명해 줬는데도 저는 평소에 섭취해 본 적이 없으니 너무 생소한 단어였어서 어떻게 견과류로만 구성된 이 빵에서 이 달달 새콤한 맛이 나는 건지 정체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리곤 이 빵의 이름은 아몬드 케이크가 아니라 루바브 케이크 (Rhabarberkuchen) 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곧 루바브가 대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한국에서 변비약으로만 알던 식재료가 이렇게 맛있고 상큼한 디저트가 된다니, 문화적 충격이자 미식의 신세계였습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루바브 자체는 신맛이 매우 강하고 옥살산 성분 때문에 반드시 설탕을 충분히 넣고 익혀서 사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설탕이 많이 들어가는 잼, 콤포트, 파이 필링 등에 함께 사용돼요.
꿀 조합으로 딸기, 사과, 시나몬 등과 함께 사용해서 위 재료를 만든다고 합니다.
독일에서는 루바브가 4월부터 6월 말까지의 봄-초여름이 제철입니다.
이 시기에는 거의 모든 베이커리나 카페에서 루바브 디저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해요.
제가 먹은 루바브 케이크 외에도, 윗부분에 소보로가 올라간 루바브 슈트로이젤쿠헨 (Rhabarber Streuselkuchen), 달콤한 커스터드 크림과 함께 즐기는 루바브 크럼블 (Rhabarber Crumble), 상큼한 루바브 잼 (Rhabarbermarmelade), 그리고 달콤 새콤한 루바브 콤포트 (Rhabarberkompott), 시원한 탄산음료인 루바브 스콜레 (Rhabarberschorle) 등 다양한 형태로 루바브를 즐긴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매력적인 루바브 디저트가 왜 한국에서는 생소했을까요?
가장 큰 이유로 문화적 • 지리적 배경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우리나라는 루바브를 오래전부터 대황이라는 이름의 한약재로 활용해 왔기 때문에, 식용보다는 약용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또한, 서늘하고 습한 기후를 선호하는 루바브의 특성상 한국의 기후에서 대규모 식용 재배가 쉽지 않았던 점이 루바브 디저트를 대중화시키는데 복합적인 이유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한국의 일반 대형마트와 온라인 마켓에서는 아직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루바브라고 검색하면 갱년기 영양제, 말린 약용 대황 등의 기능성 식품으로만 판매를 하네요. 하지만 일부 대형 백화점 식품 코너, 프리미엄 유기농 마트, 또는 온라인 수입 식자재 전문 몰에서 간혹 루바브 줄기를 판매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독일과 네덜란드 그리고 인접한 유럽 국가에서는 4~6월 제철에 일반 슈퍼마켓 (Lidl, Aldi, Rewe, Albert Heijn 등)이나 주말에 열리는 농산물 시장 (Wochenmarkt)에서 신선한 루바브 줄기를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베이커리나 카페에서 루바브 관련 디저트를 판매한다고 하니 봄 ~ 여름 사이에 유럽 여행을 하게 된다면 루바브 디저트 꼭 드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