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덕후라면 주목! 당신의 최애가 될지도?
얼마 전 나혼자 산다에서 팜유 세미나를 튀르키예로 가게 되면서 카흐발트, 코코레치, 베이란 등 다양한 음식들이 소개 되었는데요! 이렇게나 맛있는 음식이 많은데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한 튀르키예 음식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독일에서 브런치를 먹다가 우연히 알게 된 한국인들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식재료, 바로 터키식 소시지 수죽(Sucuk)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우선 제가 어떻게 터키 음식을 독일에서 먹게 됐는지 부터 역사적 배경을 잠깐 설명 드릴게요.
독일은 EU 국가에서 터키계 이민자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부족한 노동력을 매꾸기 위해 시작된 손님 노동자 (Gastarbeiter) 프로그램으로 많은 터키인들이 독일에 건너오면서 형성된 공동체죠. 현재 독일에는 약 280만 명 이상의 터키계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독일 인구의 약 3.4%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독일에서는 터키 음식을 접하기가 매우 쉽습니다. 특히 베를린, 쾰른, 프랑크푸르트, 뒤셀도프르 등 대도시에서는 전통적인 독일 음식점보다 터키 음식점, 특히 되너 케밥 (Döner Kebab) 가게를 더 흔하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에요. 터키 음식은 독일인의 입맛에 맞게 현지화되면서 (제 입맛에도 아주 잘 맞습니다 ㅎ) 독일의 일상적인 식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실제로 독일 길거리를 다니며 제가 체감하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독일인 (게르만족)보다 다양한 이민자 배경을 가진 분들, 특히 중동계 인구가 더 많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어요. (통계치 3.4% 보다 훨씬 많이요..) 이는 독일 사회가 더이상 단일 민족이 아닌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처럼 다채로운 문화가 공존하는 독일에서, 저는 우.연.히 터키의 맛을 대표하는 식재료인 수죽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먼저 제가 독일에서 먹었던 브런치 사진부터 보여드릴게요!
이 카페는 뒤셀도르프에 있는 Cloud Kitchen 이라는 곳이 었는데요.
호텔 1층에 있어서 가격대도 좀 있고 브런치 시간대에는 대기 줄이 있을 정도로 바빴습니다.
크루아상 위에 부드러운 소스와 채소들이 어우러진 이 메뉴의 이름은 바로 Sucuk in Paris 였습니다.
크루아상 속에 수죽, 수란, 토마토 소스, 홀랜다이즈 소스 그리고 신선한 샐러드가 어우러진 브런치였어요.
부드럽고 밀키한 홀랜다이즈 소스가 수죽의 짭짤한 맛을 잡아줘서 정말 잘 어울렸답니다.
터키 전통빵 중에 페이스트리류가 많은 것에서 착안해서 개발한 메뉴가 아닐까 싶어요!
한국에서 불닭볶음면 + 킬바사 소시지 조합의 먹방이 있다면
튀르키예에는 페이스트리류 빵인 뵈렉 (Börek)과 수죽 (Sucuk) 먹방이 있는 것 처럼 흔히 먹는 조합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수죽은 터키를 비롯한 중동, 발칸반도 지역에서 즐겨 먹는 드라이 소시지예요. 주로 소고기나 양고기를 주재료로 하여 마늘, 고춧가루, 큐민, 파프리카 등 다양한 향신료를 넣어 만들어요. 발효 및 건조 과정을 거쳐 특유의 진한 풍미와 쫄깃한 식감을 가지게 된답니다.
제가 경험한 수죽은 스팸과 비슷한 짭짤함과 씹는 맛이 느껴졌어요. 하지만 스팸보다 훨씬 깊은 향신료의 풍미와 고소함이 특징인데요, 이 향신료 향이 전혀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감칠맛의 역할을 해줘서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하더라고요. 씹을수록 고소함과 짭짤함이 입안 가득 퍼져서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수죽의 영양성분은 제품과 브랜드마다 다르지만 대략적으로 알려드릴게요.
(100g 당)
총 칼로리: 254 kal
지방: 20-30g (포화 지방 9.2g)
탄수화물: 1g 미만 (설탕 약 0.5g)
단백질: 17-20g
나트륨: 2.75g
으로 지방 함량이 엄청나게 높고 그 다음으로 단백질이 높으며, 탄수화물 함량이 매우 낮은 편이에요.
따라서 저탄고지 식단을 하시는 분께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나트륨 함량이 높기 때문에 섭취량에 유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수죽은 활용도가 정말 높은 식재료입니다.
1) 아침 / 브런치: 계란 프라이와 함께 볶아 먹거나 (Sucuklu Yumurta) 빵에 끼워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는 것이 일반적
2) 메인 요리: 얇게 썰어 피자 토핑으로 올리거나, 스튜에 넣어 풍미를 더함
3) 스낵: 그냥 구워서 맥주나 와인 안주로 섭취
한국에서는 터키 / 할랄 마트가 아니고서야 구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독일에서는 리들, 알디, 레베 등 여러 마트에서 수죽이라는 이름의 소시지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도 알버트 하인에서 위 사진의 수죽을 쉽게 찾을 수 있었어요. 가격도 3~5 유로대로 나름 합리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지인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저건 진짜 수죽이 아니야! 터키 마트에 가서 사야 해." 라구요.
이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수죽과 대량 생산된 수죽의 차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터키 마트 / 정육점에서 파는 제품들은 주로 소고기 100%를 사용하고 전통적인 향신료 배합과 충분한 발효 및 건조 과정을 거쳐 만든다고 해요. 현지인들은 이런 정육점에서 만든 수죽이나 카이세리 (Kayseri) 또는 아피온카라히사르 (Afyonkarahisar) 지역의 수죽을 최고로 꼽는다고 합니다.
반면에 일반 마트의 수죽은 대량 생산을 위해 발효 과정을 단축하거나 다른 부위의 고기나 닭고기 등이 섞여있을 수 있습니다. 향신료 배합도 전통 방식과 달라 맛과 향이 비교적 약할 수 있어요.
저는 수죽을 맛보면서 한국 음식에 접목해도 정말 맛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첫번째로는 부대찌개, 짭짤하고 고소한 맛과 스팸같은 식감 때문에 부대찌개에 스팸대신 넣는다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찌개의 얼큰함과 수죽의 진한 풍미가 환상적인 조합을 이룰 것 같습니다. (제가 조만간 해먹어볼게요)
두번째로는 소시지 계란 부침입니다. 얇게 썰어 계란물에 묻혀 부치면 아이들도 좋아하는 훌륭한 밥반찬이 될 것 같아요. 이미 간간하기 때문에 케찹이나 다른 별도의 소스 없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에요.
지금까지 알아본 수죽, 어떠신가요?
아직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식재료지만, 혹시 해외여행 중 터키 식당이나 마트를 발견하신다면 꼭 한번 도전해보세요.
새로운 맛의 세계를 경험하실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