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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대형마트 유제품 코너에 가보면, 수많은 요거트 옆에 요거트와 똑같이 생긴 정체 모를 제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콰크(독일어: Quark, 네덜란드어: Kwark, 폴란드어: twaróg, 체코어: tvaroh)입니다. 몽글몽글하면서도 약간의 수분감 있는 질감과 산뜻한 맛 덕분에 요거트처럼 떠먹기 좋지만, 사실 콰크는 프레시 치즈로 분류됩니다.
요거트 코너에 있지만 치즈로 분류되는 재밌는 모순은 바로 콰크의 역사와 제조 과정, 그리고 유럽의 특별한 소비문화를 함께 들여다봐야 합니다.
콰크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콰크(Quark)'라는 이름은 게르만어에서 '응고된 우유'를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정확히 누가 발명했는지 기록된 바는 없지만, 농경 사회였던 독일과 동유럽 지역에서 남는 우유를 저장하기 위해 응고시키고 물기를 빼는 방식으로 콰크를 만들어 먹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장비 없이도 만들 수 있었기에, 콰크는 수백 년간 농부들의 소박한 식탁에 오르는 가장 대중적인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습니다.
'치즈'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드럽고, '요거트'라고 하기에는 묵직한 이 독특한 정체성은 제조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콰크는 우유를 유산균으로 발효시키는 것 외에, 우유의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렌넷(Rennet)이라는 효소를 함께 사용해 만듭니다. 이 두 과정을 모두 거치면서, 요거트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단백질이 농축된 커드(Curd) 덩어리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콰크는 요거트와 비슷하지만 자세히 맛보면 결이 조금 다릅니다. 신맛이 강한 일반적인 요거트와 달리, 콰크는 산미가 덜하고 부드러운 우유의 풍미가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질감은 제품에 따라 다양하지만, 보통 떠먹는 요거트보다는 약간 더 묵직하면서도 수분이 있어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그릭 요거트가 리코타치즈처럼 뭉글뭉글하게 응고된 형태라면, 콰크는 순두부처럼 몽글몽글하면서도 그릭 요거트보다는 수분이 있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영상에서 보시다시피 플레인 콰크는 요거트와 먹는 방법이 동일합니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라 꿀이나 과일, 견과류를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고, 딸기, 초콜릿, 바닐라 맛처럼 다양한 종류로도 즐길 수 있습니다.
유럽 사람들이 요거트 대신 콰크를 선택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바로 압도적인 영양성분 때문입니다.
네덜란드의 대표 유제품 회사 FrieslandCampina의 저지방 콰크와 저지방 그릭 요거트 제품의 영양성분을 비교해 보면, 콰크가 그릭 요거트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탄수화물(당류)과 지방의 비율은 낮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렌넷으로 응고된 단백질 덩어리에서 수분을 집중적으로 제거하는 제조 과정 덕분입니다. 소화가 느린 카제인 단백질이 풍부해 포만감도 오래가니, 건강과 체중 관리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는 '꿈의 식품'이라 불릴 만합니다.
유럽은 전 세계 콰크 시장의 절반 이상 (54%)를 차지할 만큼 콰크 소비가 매우 활발힙니다 (Straitsresearch, 2023). 그중에서도 특히 독일은 콰크의 종주국으로 아침, 간식, 디저트로 널리 소비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또한 콰크를 즐겨 먹는데, 흥미로운 점은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콰크는 소비량이 2005년에서 2021년 사이 약 40%가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Global Ag Media, 2023).
유럽 내 콰크 점유율은 글로벌 식품 회사인 Nestlé SA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Arla foods와 독일의 Müller Group이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Straitsresearch, 2023). 네덜란드의 FrieslandCampina 같은 회사 역시 Optimel이나 Melkunie 같은 유명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콰크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바로 콰크의 가장 재미있는 특징입니다. 마트에서는 요거트 코너에 있지만, 사실 기술적으로는 치즈로 분류됩니다.
•생산 방식 기준: 콰크는 렌넷을 사용해 우유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프레시 치즈'의 제조 방식을 따릅니다.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치즈와는 다르지만, 치즈의 기본 정의에 부합합니다.
•소비 방식 기준: 하지만 소비자들은 딱딱한 치즈처럼 썰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요거트처럼 숟가락으로 떠먹고 대개 아침식사 대용으로 활용합니다. 이 때문에 마케팅과 마트 내 진열 측면에서는 치즈 코너가 아닌 요거트 코너에 배치되는 것이죠.
기술적 정의와 소비자의 인식 및 활용 방식 사이의 간극이 만들어낸 독특한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뷰티∙미용 트렌드를 선도하는 한국 식품 시장이야 말로 콰크가 판매되기 적합한 시장인데 왜 한국에서는 생산∙판매되지 않는 것일까요? 저는 이 부분에 대해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맛과 질감의 장벽: 영양학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콰크는 유럽 시장을 넘어 확장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일본과 같은 국가에서는 요구르트, 크림치즈, 코티지치즈 같은 유제품들이 이미 잘 알려져 있고 판매되고 있죠. 이 사이에서 산미가 적고 플레인 요거트와 그릭 요거트의 사이의 어정쩡한 질감은 소비자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익숙하지 않은 유제품을 시도하는 것을 꺼리는 것은 제조업체들에게 큰 장벽으로 남게 됩니다.
•기업 입장에서의 높은 리스크: 유제품인 콰크는 냉장 보관이 필수적이며 유통기한이 짧아 신선도 유지가 어렵습니다. 또한, 유산균과 렌넷을 함께 사용하는 제조법이 국내 기존 유제품 생산 방법과 달라 새로운 기술 도입 및 생산 라인 재구축이 필요합니다. 수입을 하자니 물류비용이 높고, 국내 생산을 하자니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아 생산기술을 도입하기에 기업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죠.
•제도적 문제: 한국 식품 기준에서 콰크는 요거트도 치즈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습니다. 식약처의 분류 및 인허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콰크의 글로벌화가 희망이 없는 건 아닙니다. 과거에도 우리에게 생소했지만 이제는 일상이 된 식품들이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아보카도는 한때 외국과일로만 여겨졌지만, 건강한 지방과 영양소 덕분에 이제는 샐러드나 샌드위치에 흔히 사용되는 식재료가 되었습니다. 그릭 요거트 역시 초창기에는 낯선 꾸덕한 질감 때문에 호불호가 갈렸지만 고단백 저지방이라는 강점을 내세운 전략적 마케팅 덕분에 이제는 가격이 비싸도 한국 요거트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죠.
오늘날 소비자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방과 당 함량이 낮은 고단백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콰크는 바로 이런 시대적 요구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유제품이죠. 그릭 요거트처럼 전략적인 마케팅과 소비자 교육을 통해 이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지 않을까요?
언젠가 한국에서도 콰크를 맛보는 날이 오기를!
Fromage Frais Quark Market Size, Share & Trends Analysis Report By Distribution Channel (Supermarkets/Hypermarkets, Convenience Stores, Online, Others) and By Region (North America, Europe, APAC, Middle East and Africa, LATAM) Forecasts, 2025-2033. (2023). Straitsresearch.
Global Ag Media. (2023, July 7). Dutch drinking less milk, eating more cheese - WUR Milk consumption dropped 20% between 2005 and 2021. The dairy site. Retrieved from https://www.thedairysite.com/news/2023/07/dutch-drinking-less-milk-eating-more-cheese-w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