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lla Jun 18. 2024

해외 취업 준비는 처음이라

정해진 길 없는 곳에서 길 만들어가기.

졸업 3개월 전, 본격적으로 취업시장에 들어가기로 했다. 아직 공채(공개채용)의 개념이 남아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 빅테크의 인터뷰는 단계가 길고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공채가 없이 수시채용으로 언제든 기업들은 본인들이 필요한 잡포스팅을 자사 리크루팅 페이지나 채용 관련 웹사이트 (링크드인 등)에 올리고, 그렇게 올라간 공고에는 한 자리에도 수백 명이 모여든다. 정규직(Full-time) 프로세스는 보통 3개월 정도를 기본으로 잡기에 3개월 전에 시작할지라도 졸업 후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FAANG (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 Alphabet = 구글의 모회사)이라고 불렸던 빅테크들의 UX designer 채용 인터뷰는 총 4단계로 이루어진다. 각 단계별 내용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리크루터 콜 - 하이어링 매니저 인터뷰 - 포트폴리오 리뷰 - 온사이트(Final loop)로 가는 프로세스는 유사하다.


1. 리크루터 콜: 회사별 채용 홈페이지나 Linked-in, Glassdoor 등의 사이트를 통해 채용지원을 하면 리크루터들을 통해 메시지나 메일로 전화 인터뷰를 하자는 연락이 온다. 보통 30분 정도 진행되며, 서로가 원하는 조건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Fit-call이다. 리크루터가 이미 지원자의 Resume를 확인한 상태이기 때문에, 리크루터와 통화 시 그들이 원하는 Job description의 내용들을 본인의 레쥬메 및 다양한 예시와 함께 본인의 백그라운드에 매칭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리크루터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 또한 적어도 10개 정도는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2. 하이어링 매니저 콜: 리크루터 콜을 통과하면 하이어링매니저와 1시간 정도의 콜을 잡게 된다. 리크루터는 디자인 전문가가 아니므로 기본적인 Job description 기반으로 다소 표면적인 정보를 주고받았다면, 하이어링 매니저는 채용이 될 시 실제로 같이 일하게 될 사람으로, 정말 이 포지션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팀은 어떤지 등 자세한 내용을 물어볼 수 있다. 주로 화상인터뷰(VIrtual interview)로 진행되며, 필요에 따라 웹 포트폴리오를 스크린셰어해서 예시로 보여주며 인터뷰를 진행한다.

3. 포트폴리오 리뷰 (혹은 또 다른 하이어링 매니저 콜): 한 시간 정도 더 깊은 포트폴리오 및 Behavioral interview를 진행한다. 나는 아마존과의 인터뷰 시 두 개의 팀과 인터뷰를 봤기에 또 다른 하이어링 매니저 콜로 이 과정을 대신했었다.

4. 최종 평가 (Final loop): 가장 중요하고 긴 6시간짜리 Full final loop이다. 1시간 포트폴리오 발표, 1시간 화이트 보딩 챌린지 (Whiteboarding challenge) 이후 총 4명과 각각 1시간 동안 1:1 인터뷰를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심도 있는 질문이 이어지는데 이때 명심할 부분은 이미 인터뷰 담당자들도(Interviewers) 해당 지원자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기 때문에 이 사람이 잘해서 뽑힐 수 있길, 그래서 더 이상 다른 지원자인터뷰를 안 해도 되길 바란다는 것이며 (그들은 적군이 아닌 아군이다!), 아마존의 경우 리더십 프린시플 (Leadership principles)에 맞는 인재를 찾는 것이 이 마지막 단계의 핵심이기 때문에, 자신의 그간 경험을 각 리더십 프린시플의 항목에 맞춰 STAR method (Situation, Task, Action and Result)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보통 몇 군데나 지원을 하는지 많이들 질문하는데 그건 각 사람이 가지고 있는 포지션이나 레벨에 따라 다르다. 갓 졸업을 앞둔 학생의 경우 New grad 이기 때문에 몇백 군데에 지원을 하고, 그중 3%가 안 되는 확률로 응답이 오는 반면, Senior 나 Principal 등 이미 본인의 경력이 있을 경우, 회사와 본인의 핏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보다 열 군데 미만으로 정말 잘 맞고 가고 싶은 회사들에 추천을 받아 지원을 하고 인터뷰를 시작하게 된다. 지원 개수가 중요한 건 아니나, 본인이 아직 돋보일 만큼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면, 다양한 회사, 팀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서 추천을 받거나 (Referral), 아니면 레퍼럴 없이 그냥 지원하는 Cold applying 을 통해서라도 다양한 곳에 내가 지금 잡을 구하고 있음을 알리고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확률이 높은 건, 리크루터나 하이어링 매니저와 바로 연결이 되는 경우인데, 이를 위해 학교나 각 회사에서 하는 Career 행사에 자신의 레쥬메와 웹 포트폴리오를 지참해 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는 링크드인과 학교, 그리고 시애틀 창발(서북미 지역 테크 한인모임) 인맥을 가장 많이 활용했었고, 꼭 가고 싶은 회사가 아니더라도 인터뷰연락이 오면 인터뷰를 보며 내가 어떤 부분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 확인하고 업데이트했다. 결과적으로 Amazon, Google, Meta, Microsoft, Adobe, Expedia, IBM, Walmart 등 다양한 회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아마존의 프라임비디오 팀에 조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어떤 과정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준비했었는지 그동안 질문을 많이 받아왔었다. 되돌아보면, 대학입시 시절 18살의 나는 만들어진 것을 따라가고 흡수하기에 급급하고 바빴다면, 해외에서의 취업준비는 그런 가이드라인 자체가 없었다. 지원을 하는 방식, 회사마다의 인터뷰 방식, 포폴 발표 방식 등.. 어느 하나 정해진 건 없어서 딱 이게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에 내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방향이 맞다면 올바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하지만 내가 미국에 오고 일 년이 안된 짧은 기간 안에 졸업과 동시에 원하는 곳에서 오퍼를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뽑자면 그건 링크드인이나 학교 등 여러 링크를 활용해 다양한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그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다음 단계로 넘어갔던 부분인 것 같다. 단, 연락을 할 시에는 충분히 먼저 인터넷에서 확인 가능한 정보들을 습득해 해당 회사, 포지션에 대해 공부하고 - 내가 왜 그곳에 적합한 사람일지를 간략히 어필하며 포트폴리오나 레쥬메를 첨부해 차별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답변을 받고 미팅을 했다면, 그 이후 팔로우업 메시지로 업데이트를 해 주며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것 또한 좋다. 긍정적인 연결은 결국 또 다른 연결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하이어링 매니저나 리크루터에게 수많은 지원자들 안에서 내 지원서를 열어보게 하는 발판이 된다.


Hang in there, buddy!

취업시장은 계속 변한다. 특히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기에, 나 또한 중간에 포지션이 없어지거나 채용 중지 (Hiring freeze)로 더 이상 인터뷰 진행을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결국 자리를 찾아갈 것이며, 우린 단지 그 과정안에 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안다. 그 과정은 엄청 힘든데, 지나고 돌아보면 또 그만큼 배웠고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것임을. 그러니 주변의 누군가가 본인보다 먼저 취업했다고, 혹은 더 좋은 조건으로 오퍼를 받았다고 주눅 들거나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그건 아마 그 사람이 그 포지션에 조금 더 핏이 잘 맞았거나 당시 경기, 혹은 운이 좋았을 확률도 크다. 발전을 위한 비교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하나 더 강조하고 싶은 건, 다시 학교를 가지 않는 이상 잘 바뀌지 않는 학력에 비해, 커리어는 지속되는 여정이라는 점이다. 더 이상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고, 특히 근속연수의 평균이 2-3년 내외인 미국 테크회사의 통계,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는 수많은 레이오프를 봤을 때 - 지금 직장, 팀은 보다 그저 더 긴 여정을 위한 주춧돌이다. 그러니 첫 발자국을 잘 띄운 것보다, 그 뒤로 어떻게 길을 만들어갈지가 훨씬 중요하다. 결국, 이곳에서의 취업준비는 한번 취업했다고 손 놓을게 아닌 회사를 다니면서도 쭉 걸어나갈 여행이다.


취업준비는 힘들다. 특히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으로서 제2언어로 모든 인터뷰를 진행하는 건 모국어로 진행할 때보다 열 배, 스무 배는 어렵다. 하지만 결국 당신도 해낼 것이다. 그러니 그 여정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어차피 미국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겠다고 다짐한 이상, 본인의 가치가 바래지 않도록 갈고닦는 것은 우리 모두가 결국 해야 할 일이니 롱텀으로 마음 굳게 먹고 쭉 이어나가자.



이전 07화 디자인 스토리텔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