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로 연출된 이미지입니다.
1854년 크림전쟁. 포탄이 떨어지던 전장은 병원보다 안전한 곳이었다. 총상보다 무서운 것은 감염이었고, 병사 열 명 중 일곱 명은 부상보다 비위생으로 죽어갔다. 병원은 치료의 공간이 아니라 죽음이 차오르는 대기실이었다. 썩은 음식 냄새가 퍼졌고, 환기되지 않는 공기는 고름과 피 냄새로 뒤섞였다. 침대 밑엔 쥐가 다녔고, 물은 썩어 있었다.
그런 어둠의 한가운데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작은 램프를 들고 병사들 사이를 걸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램프를 든 여인’이라 불렀지만, 그녀가 진정으로 들고 있던 것은 빛이 아니라 기록장이었다. 그녀는 매일 밤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사망 원인, 병실 구조, 음식의 온도, 창문의 방향, 배수의 상태까지 꼼꼼히 적었다.
전쟁의 참호 속에서 시작된 이 기록은 훗날 인류 최초의 의료 데이터 분석으로 이어졌다. 나이팅게일에게 간호는 눈물의 봉사가 아니라 사실의 관찰이었다. 병실의 한 장면, 하나의 냄새, 하나의 기류 속에도 원인이 있다고 믿었다. 그녀는 환자 곁에서 연민으로 머무르지 않고, 고통의 구조를 찾아 나섰다. 그 순간 간호는 돌봄이 아닌 분석이 되었고, 동정은 관찰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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