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니 받거니의 구조를 설계하라
노련한 사람은 스트레스의 강도를 없애기보다 감도를 조절한다고 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보자.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완전히 긴장이 사라진 상태는 편안할 수는 있어도 성장과는 거리가 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집중을 만들고, 집중은 밀도를 만든다. 시험 직전의 긴장감, 중요한 회의 전의 초조함, 낯선 사람 앞에서의 미묘한 긴장은 우리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문제는 강도가 아니라 해석과 반응의 속도다. 강도는 때로 필요하다. 그러나 감도가 과도하게 열려 있으면 같은 강도도 곧바로 상처가 된다. 노련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제거하지 않고, 반응의 민감도를 조절해 그것을 연료로 만든다.
그리고 이 조절은 성격이나 기질의 문제가 아니라, 훈련 가능한 몇 가지 행동 규칙으로 구현된다. 같은 상황에서도 “즉시 반응하는 나” 대신 “한 템포 두고 구조로 옮기는 나”를 만들면, 감도는 더 이상 약점이 아니라 무기가 된다.
감도는 보통 감정의 이름으로 착각되지만, 실제로는 처리 방식의 습관에 가깝다. 노련한 사람은 감정을 없애지 않는다. 다만 감정이 곧바로 말과 행동으로 번역되지 않게, 중간에 얇은 필터를 하나 둔다.
예를 들어 메신저로 “이거 오늘 중으로 가능해요?”라는 말이 왔을 때, 감도가 높은 사람은 ‘또 시작이네’라는 감정이 바로 손끝으로 내려가서 냉소 섞인 답장을 만들기 쉽다. 노련한 사람은 그 순간 감정의 내용이 아니라 처리의 순서를 먼저 꺼낸다. “가능/불가능”을 즉답하지 않고 “확인→조건→대안”으로 답한다. “지금 다른 우선순위 작업이 있어서, 오늘 중이면 범위를 A로 줄이면 가능하고, 원안이면 내일 오전이 안전합니다.” 같은 식이다. 감정이 들어갈 자리를 구조가 대신한다. (물론 이런 식의 대응이건 뭐건 택도 없는 반응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이 원리는 협업에서도, 커리어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감도를 조절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의 강도에 내 감정을 동기화시키지 않는 기술이다. 말은 하면서도 진짜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관계 속에서 감도를 조절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쉽게 말해 초반에는 “내가 얼마나 예민한 사람인지”를 노출하지 않고, 대신 “이 사람이 어떤 규칙으로 움직이는지”를 읽는 시간으로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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