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으로 유효한 단 하나의 방법
우리는 어떤 것이 '좋다'고 말할 때, 그것이 특정한 기준에 따라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를 떠올린다. 그러나 '좋음'의 가치는 단순히 주관적인 선호를 넘어서, 일정한 합의와 공감대를 형성할 때 더욱 강력한 의미를 지닌다. 특정 개념이 기본적으로 변주가 없는 핵심(core)을 가질 때, 우리는 그것을 흔들리지 않는 '좋음'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좋은 디자인(D)이란 무엇인가를 논할 때, 그것이 단순히 아름답거나 세련된 것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임을 이해한다. 마찬가지로 좋은 조언이란, 단순히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말이어야 한다. 따라서 특정한 조언이 보편적으로 좋다고 말하려면, 그 조언이 모든 상황에서 동일한 핵심 가치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보편성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좋음의 기준은 변화할 수 있으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입바른 말'이라는 표현은, 말하는 사람이 '바른 것'을 추구한다는 뜻을 내포하지만, 그것이 듣는 사람에게도 반드시 옳거나 유익한지는 알 수 없다. 올바름이란 최소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두 입장에서 모두 적절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자신의 실수를 깨닫도록 도와주는 피드백이 있다고 하자. 이 피드백이 아무리 논리적이고 타당한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전달 방식이 공격적이거나 무례하다면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결과적으로, 피드백의 본래 목적이었던 '도움'과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또한 문화적 차이, 개인의 성향, 감정 상태에 따라서도 같은 말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솔직한 충고가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절대적인 올바름보다는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하는 사람이 의도한 메시지가 그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그 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들릴지를 고민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흔히 '정답'이 존재한다고 믿지만, 현실에서는 절대적으로 옳은 답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올바른 조언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불완전하거나, 다소 비틀린 조언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고민하고 있을 때,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더 유용할 수 있다. "이 길이 정답이야"라고 단정 짓는 것보다, "이런 방향도 고려해볼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상대방이 자신의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마치 미완성된 스케치가 창의적인 영감을 자극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또한 선의의 거짓말처럼, 상대방을 배려한 조언이 때로는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실패를 경험하고 크게 낙심했을 때,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도록 돕는 것보다 "괜찮아, 이번 경험이 너에게 더 큰 기회가 될 거야"라는 위로가 더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정답'이라고 여기는 말이 모든 상황에서 최선이 아닐 수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좋은 조언은 단순히 정답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스스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때로는 위로가, 때로는 현실적인 조언이, 그리고 때로는 도전적인 질문이 필요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조언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또한 좋은 조언은 강요하지 않는다. 그것은 방향을 제시할 뿐, 결정을 내리는 것은 상대방의 몫이다. 마치 나침반과도 같다. 나침반은 방향을 알려줄 수 있지만, 어디로 갈지는 여행자가 선택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좋은 조언은 상대방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흔히 좋은 조언을 찾으려 하지만, 사실 가장 좋은 조언은 정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 조언을 주고받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조언을 할 때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 조언이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질지를 고려해야 한다. 반대로 조언을 받을 때는, 그것을 절대적인 정답이 아니라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
결국 '좋음'이란 하나의 고정된 기준이 아니라, 끊임없이 조율되고 재해석되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올바른 조언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조언의 가치는 그것이 얼마나 논리적으로 타당한가가 아니라, 그것이 듣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가에 달려 있다. 우리는 때로는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상대방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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