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30세, UX 담당자로 2년 3개월 경력을 쌓았지만, 최근 회사 폐업으로 실직한 상태입니다. 제 경력은 B2B SI 환경에서 SaaS UI 디자인을 담당한 경험뿐이라 UX 리서치나 데이터 기반 설계 경험이 전무합니다. 지금 제게 가장 큰 고민은, 어떤 방향으로 커리어를 재정비해야 할지입니다.
① 동종업계 빠른 이직: 공백기 최소화로 안정적이지만, 기존의 제한적인 경험만 반복될 가능성이 큼
② 중고신입 도전: 포트폴리오 보완 후 스타트업·강소기업 신입으로 재도전해 실질적 UX 업무 배울 기회
③ 대학원 진학: HCI, 인지과학 등 UX 심화 학습 후 전문성을 쌓아 경쟁력 쌓기, 하지만 기회비용 부담
저는 ②를 가장 고려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데이터 기반 UX 디자인과 프로덕트 개발 경험을 쌓고 싶습니다. 멘토님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실지, 그리고 중고신입을 준비할 경우 포트폴리오 보완 및 학습 전략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 멘티님의 고민은 매우 공감됩니다. 저 역시 서른에 첫 직장을 시작했고, 초반에는 경력 없이 불안감이 컸습니다. 특히 작은 회사에서의 경험이 '물경력'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것은, '물경력'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값진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UX 분야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경력 연차가 아니라, 내가 어떤 경험을 했고, 그것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입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돌아보고, 그 안에서 강점과 배울 점을 정리해 보세요. 예를 들어, 요구사항에 따라 에이전시 활동을 했더라도,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파악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을 키웠을 것입니다. 그런 점을 잘 정리해서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에 녹여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B2B 계열의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라면 이러한 경험을 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내가 가진 경력을 함부로 물경력이라 단정 짓는 것은 때론 스스로에게 부당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멘티님이 몸담았던 조직이 사라졌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를 커리어의 실패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회사가 망한 것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외부 환경의 변화일 뿐입니다. 이 상황을 오히려 새로운 시작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제 경우에도 이전 경력의 무대는 역사 속으로 모두 사라진 상태랍니다. 심지어 대기업 사업부조차도 문을 닫았었죠. 이처럼 향방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제 경우는 단지 그전에 미리 조직을 빠져나왔을 뿐 결과적으로 과거를 잃어버렸다는 점은 다르지 않습니다. 회사와 이별했다는 점은 다르지 않습니다. 시점의 차이만이 있었을 뿐이라고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재정비하는 것입니다. UX 분야가 빠르게 변하는 업계이므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존 경력에서 UX의 본질적인 부분을 얼마나 경험했는지, 데이터 기반 디자인이나 사용자 경험 리서치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면 이를 채울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멘티님께서 고민하신 3가지 선택지(동종업계 이직, 중고신입, 대학원 진학)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선택지는 내가 원한다고 해서 바로 다음으로 이어지는 옵션이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제 결론은 명확합니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더라도 아무 문제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커리어는 식물에 비유할 수 있는데, 작은 씨앗이 아름드리나무가 되는 여정처럼 길고 장구한 과정입니다. 그리고 줄기가 구부러진 소나무도 죽 뻗은 메타세쿼이아도 우열이란 없습니다. 그러니 물경력이라는 관념에 메이지 마시고 가꿔나간다고 이미지화하셨음 합니다.
빠른 재취업은 공백기를 줄이고,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업무와 유사한 환경에서 일하게 될 가능성이 크므로, UX 리서치나 데이터 기반 디자인을 경험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디데이를 정하셔서 그때까지 하고 싶은 활동을 충분히 하셨다가 디데이 시점이 다가오면 선택해도 좋은 전략으로 조언드립니다.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정비하고, 본인이 원하는 방향의 업무를 하는 회사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렇지만 그 사이 공백기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첫 번째 방법을 쓰기 전까지는 이러한 전략도 유효합니다. 데이터 관련해서 이미 경험해 본 업무 중에서도 어필 포인트가 있다면 살리고, 없다면 개인 프로젝트를 통해서라도 채워 포트폴리오는 이쪽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UXer로서의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면 대학원도 필요한 선택은 맞습니다. 특히 데이터 기반 UX, AI UX, 인지과학 등의 분야로 나아가고 싶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금전적인 부담과 2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대학원은 1년에 2번밖에 모집하지 않습니다. 제 경우 무려 2번 연속이나 같은 대학원만을 노리다 떨어져 1년을 대안도 없이 날린 경험도 있답니다. 멘티님의 경우에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으셨음 하며, 그러려면 두 번째 방법과 대등하게 대학원도 놓고 지원을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멘티님의 고민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어쩌면 '조급함'이라고 꼽고 싶습니다. 그래요, 상황 상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란 점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러다 보면 지금 당장 완벽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스스로에게 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그런 것은 없습니다.
커리어는 꾸준히 방향을 설정하고 조금씩 바꾸어가면서 가꿔가는 대상입니다. 한 번의 이벤트로 완성되거나 실패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나무가 천천히 자라는 것처럼, 꾸준히 노력하면서 경험을 쌓아 나이테를 두텁게 만드셔야 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말씀드린 것처럼 본인만의 디데이를 설정해 그전까지는 하고 싶은 활동에 전념하고 그 이후에는 미련 없이 현실타협하는 것입니다. 디데이 설정 여하에 따라 남은 시간이 설정되고 그에 따라 또 할 수 있는 일과 무리인 일들이 결정될 것입니다. 리듬과 속도는 온전히 멘티님 몫이니 잘 생각해 보시고 제 조언을 잘 활용해 보셨음 합니다.
멘티님이 이미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돕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지금처럼 계속 고민하고,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기회는 분명히 찾아올 것입니다. '물경력'이라고 생각했던 경험도 결국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이렇듯 고민과 성찰 자체가 성장의 시작입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이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켜 나가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현재 가진 역량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가 보일 것입니다. 멘티님의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Photo by Roman Kraft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