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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질의응답, 한 가지 불편한 진실

'해는 없다'는 답

by UX민수 ㅡ 변민수


문제와 해답 사이의 간극


먼저 질문이 있엇야 답변이 따라온다. 질문이 없다면 답변도 없다. 문제는, 질문은 있는데, 답변이 없는 경우다. 무응답이란 의미가 아니다. 질문 대신 ‘문제’, 답변 대신 ‘해답’이라고 해보자. 즉, 문제는 있는데 해답이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세상에 심오한 문제들은 하나같이 문제는 있는데 해답이 없을 때 생겨난다고 본다.


예를 들면, ‘우리는 왜 사는가?’와 같은 질문들 말이다. “우리는 왜 사는가?” 같은 심오한 질문은 그 자체로 수천 년을 떠돌아다녔고, 해답은 오히려 다양성과 모호함으로 분화되어 왔다. 결국 중요한 건, 질문 자체가 존재할 수 있는가이며, 그 질문을 붙들 수 있는 태도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



수학적 정답과 현실의 괴리


수학에서는 '해가 없다'는 것도 엄연히 하나의 풀이이자 답이 된다. 명확한 문제 정의와 그에 따른 검증 가능한 절차를 거쳐 해답의 존재 여부까지 판단하는 구조 안에서는, ‘해가 없음’조차 정리된 논리의 결과다. 그러나 이건 수학이다. 현실의 문제는 이처럼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문제 또한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주관적으로 인식되는 문제는 그 해답 또한 개인의 맥락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것이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심리란 해답이 없다는 선언에서는 아무런 실용적 의미를 느끼기 어려울 뿐더러 오히려 불안한 심리만 더욱 키우는 결과를 만들곤 한다.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는 구조


특히 일상의 문제나 직업적 의사결정에서 사람들은 해답이 없다는 말을 쉽게 납득하지 못하곤 하더다. 해답이 없음이 진실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따르는 감정적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군가가 “이게 답이다”라고 말해주기를 더 원하게 된다.


이처럼 인간의 심리는 불완전한 상태를 견디기보다, 틀린 확실성이라도 붙잡고자 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그 결과, 근거 없는 일반화나 단순화된 조언이 시장을 지배하는 모순을 겪는다. 단순히 이런 흐름만 존재한다면 괜찮은데, 이를 악용해서 비즈니스로 활용한다는 점은 정말 안타까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불안은 종식의 대상이 아니라 도리어 코칭 시장의 존립 뿌리가 되다니 말이다.



UX라는 분야에 드리운 일반화의 유혹


이런 구조는 UX 분야에서 고스란히 반복된다. 사실상 UX는 다양한 맥락과 역할, 조직 구조에 따라 실천의 모습이 달라지는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X는 이런 것이다’, ‘성공하는 UXer는 이렇게 한다’는 식의 일반화가 너무나도 쉽게 유통된다. 위에서 설명한 현상 덕분이다.


혹자는 이 불안을 이용해 단순하고 확실한 길이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포장해서 가르친다. 나아가 교육 콘텐츠나 책, 강연의 형태로 상품화되기까지 한다. 불확실성을 인정하지 않는 심리가 불완전한 지식마저 수요 있게 만드는 것이다. 나한테 맞지도 않는 지식일지라도 배부름이 더 먼저일 정도로 허기진 이들을 어떻게 돕는 게 올바른 방향일까?



일반화의 리스크와 그 폐해


이처럼 존재하지 않는 해답을 있는 것처럼 믿게 되는 순간, 개인은 오히려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실전에서는 그 ‘정답’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마다 UX의 정의가 다르고, 직무마다 요구되는 역량도 상이하다. 전형마다 실패의 원인도 모른채 막연하게 수십, 수백 장의 지원서를 난사하듯 지원한다. 이런 무전략을 노력이라며 포장하기까지 하더라.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떻게 알게된 어떤 하나의 정의, 하나의 길, 하나의 포트폴리오 구성법으로 대통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허나 쉬이 좌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잘못된 일반화는 방향을 제시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은 성찰의 기회를 앗아가는 독이 될 수 있다. 무조건적으로 다 맞춤 접근을 하라는 에너지 낭비를 찬양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개인화된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 없이 얻는 유용한 지식이란 엄격히 다루자면 독에 더 가깝다.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태도


결국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단 하나의 ‘해답’이 아니라, 해답이 없거나 많을 수 있다는 사실을 수용하는 태도다. UX라는 분야는 본질적으로 맥락 중심적이고, 정형화가 어려운 영역이다. 그런 만큼 일반화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하며, 그 현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가는 과정이야말로 유일하게 가능한 길일 수 있다. 불안함을 잠재워줄 확실한 정답 대신, 질문을 유지하고 검토할 수 있는 내면의 여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가 있는데 해답이 없다는 사실은 불편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UX도 마찬가지다. 그 불편한 현실을 외면하고 단순한 정답을 찾는 순간, 우리는 오히려 더 깊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가 단 하나의 해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진짜 전문가란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정 짓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린 상태로 유지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일반화된 해답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문제를 나만의 방식으로 탐색하고 견디는 힘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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