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을 대하는 우직함이 가져다줄 성숙미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이번 여름 졸업을 앞둔 디자인(d) 전공자이며, UXer로 첫 커리어를 시작하고자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입니다. 졸업 전 마지막 학기 동안 UX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 직무에 대한 확신이 생겼고, 최근엔 멘토님의 브런치 글도 자주 찾아보며 방향성을 다잡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도 나름 정리해 보고, Figma나 프로토파이 등 툴도 익히고 있지만, 요즘은 스킬보다도 ‘일하는 태도’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논리적으로 의견을 피력한다거나, 리서치 결과를 동료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 같은 것들이요. 정작 이런 역량은 학부에서는 잘 가르쳐주지 않아서 제가 잘하고 있는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멘토님이 신입 시절 가장 중요하게 느꼈던 일하는 태도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잘하는 UXer'로 성장하기 위해 어떤 마인드셋을 가져야 하는지 조언 듣고 싶습니다! 기술은 배울 수 있지만, 태도는 방향을 잃기 쉬운 것 같아서요.
➥ UXer로 첫 커리어를 준비 중인 졸업 예정자로서 포트폴리오와 툴은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지만, 요즘은 기술보다도 ‘일하는 태도’에 대한 고민이 더 크다고 하셨습니다. 회의에서의 논리적 커뮤니케이션, 설득력 있는 리서치 전달 같은 소프트 스킬에 대해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계시며, 신입 시절 가장 중요했던 태도와 성장하기 위한 마인드셋에 대한 조언을 요청하셨습니다.
제가 현업에서 일하며 느낀 것은, 실무의 감각은 결코 이론이나 툴 공부만으로는 체득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회의에서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 리서치 결과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능력은 실제로 조직 안에 소속되어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업을 경험하면서 비로소 길러지게 됩니다.
제 경우는 대학원 졸업 직후 바로 인하우스 UX팀에 소속되기 전 연구실에서 같은 회사와의 산학 프로젝트를 통해 실무에 매우 가까운 감각을 익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입사 후에는 그것조차도 ‘실무’와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그만큼 환경과 경험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경험에서도 그렇고 신입 시절 가장 중요했던 태도는 ‘내가 예상과 다르게 상황은 다를 수도 있다’는 열린 자세였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자가 아닌 UXer로서, 비즈니스나 개발 관점에서 다른 의견이 나왔을 때 방어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고 설계에 녹여내는 유연함 또한 중요합니다.
논리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단지 말을 잘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설계한 방향이 ‘왜 그렇게 설계되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려면 그 설계가 근거 있는 과정에서 나왔어야 하죠. 즉, 설득력의 많은 부분이 태도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같은 자료일지라도 전달 방식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리서치를 통해 발견한 인사이트를 팀에게 공유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데이터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떤 문제의식이 발견되었고, 왜 그것이 제품의 성공과 연결되는지를 조리 있게 연결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바로 조직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조직에 이미 어떤 저항이 있다면 논리도 무색해집니다. 태도란, 어쩌면 이러한 맥락을 읽고 대하는 모든 언행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건 단시간에 길러지는 역량이 아니며, 일단 어떤 조직이든 들어가서 직접 보고 부딪혀봐야 알 수 있는 감각입니다. 때문에 저는 오히려 교육이나 포트폴리오 고도화보다도 실무를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현장에서 얻은 경험이야말로 진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신입 시절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가져온 마인드셋은 ‘내가 맡은 작은 일 하나에도 진심을 담자’는 것이었습니다. UXer로서의 첫 해에는 화려한 기획이나 대단한 성과, 물론 보여주고 싶을 겁니다. 성취감도 있을 것이고요. 한편 기본에 충실한 태도와 동료와의 관계에서 신뢰를 쌓는 것이 일을 하면 할수록 더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회의 시간에 단지 리서치 결과를 보고 및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팀의 방향성과 연결 지어 제안하는 관점과 자세, 개발자와의 협업 시 명확한 스펙을 전달하려고 여러 차례 확인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습관, 이런 것들이 작지만 쌓여 신뢰로 이어졌고, 결국은 더 중요한 일을 맡게 되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잘한다는 것의 개념을 다르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일을 잘하고 더 무언가를 잘 해낼 것 같지만, 그것은 유능함의 한 잣대에 불과합니다. 자세란 명석함도 뒷받침해 주겠지만 사실 우직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작은 흔들림에 일희일비하지 마시고 꾸준히 쌓아보시길 권해봅니다. 어려운 길이 맞기 때문에 우직해야 합니다.
멘티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기술은 누구나 노력하면 어느 정도 분명 익힐 수 있지만, 태도는 본인의 가치관과 연결되어 있기에 쉽게 형성되거나 바뀌지 않습니다. Figma나 프로토타이핑 툴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넘쳐나는 시대에 ‘잘하는 UXer’란 결국 ‘좋은 동료’가 될 수 있는 사람에 다름 아닙니다. 좋은 동료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겠죠.
제가 현업에서 선호하게 되는 후배는 대단한 스킬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대할 때 사용자 입장에서 고민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의 입장도 존중하며, 본인의 부족함을 빠르게 흡수하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때문에 부족함은 흠이 아닙니다. 이런 분들과는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기 때문에,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어 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도’는 추상적이기 때문에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현실적인 접근을 권합니다.
첫째, 가능하다면 스타트업이나 에이전시 등에서 짧게라도 실무를 경험해 보세요.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일하면서 ‘왜 이렇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실제 커뮤니케이션의 흐름 속에서 내가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둘째, 팀 프로젝트 경험을 활용해 보세요. 졸업 전 마지막 학기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다고 하셨는데, 그때 어떤 태도로 팀원들과 일했는지, 갈등이 있었다면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되짚어보세요. 신입 포트폴리오에 기술적인 완성도보다도 ‘어떤 태도로 일했는가’를 보여주는 스토리가 있으면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갑니다. 이는 자소서에 중요한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포트폴리오 발표 연습을 해보세요. 면접을 대비한다기보다는, ‘내가 이 작업을 왜 이렇게 했는지’ 논리적으로 말해보는 연습을 통해 스스로의 설계 프로세스를 다각도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친구나 선배에게 설명해 보고 피드백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안되면 거울을 보며 해보거나 동영상으로 찍어서 모니터링해 보세요. 의외로 어색한 부분이 내 눈에도 발견되곤 할 것입니다.
결국 ‘잘하는 UXer’란 어떤 디자인(d/D)을 잘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어려운 가운데 문제를 잘 풀어내고, 팀과 잘 무리 없이 협업하며, 사용자의 맥락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기술적인 부분이 포함된 거시적인 면모인 셈입니다. 따라서 신입 UXer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는 스킬도 있겠지만, 그보단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회사와 조직은 성장 가능성을 보고 멘티님께 투자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고민하고 계신 방향은 아주 적절하고, 이미 좋은 시작을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자주 돌아보며 다음 걸음을 내디뎌 보세요. 꼭 멋진 첫 커리어를 시작하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