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지방 국립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올해 졸업한 27살 취준생입니다. UXer를 목표로 졸업작품과 개인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쌓아왔고, 최근엔 Figma 등 툴 활용 능력도 많이 키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막상 채용에 지원하면 서류에서조차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실력도 부족하지만 결국 학벌도 큰 장벽이 되는 건 아닐까 자꾸 자책하게 됩니다.
멘토님의 글 중 “진짜 경쟁력은 실력과 태도”라는 표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처럼 간판으로 어필할 수 없는 취준생은 어떤 방향의 실력과 어떤 태도를 보여야 ‘궁금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UX 신입으로서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포인트가 궁금합니다. 현실적인 조언 부탁드려요!
➥ 질문은 실력이 비슷하더라도 학벌이나 인맥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쟁력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보입니다. 특히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지원에서 연이어 탈락하며 학벌의 영향력을 실감하고 계신 듯하군요.
사실 이 질문은 쉽게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정확히는 학력과 학벌을 명확히 구분해야 하긴 합니다. 어쨌든 종합적으로 답변을 드려보겠습니다.
회사마다 평가 기준은 다르고, 학벌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도 조직마다 천차만별입니다. 다만, 단순히 학벌 하나만을 이유로 좋은 인재를 탈락시키는 조직이라면, 그 회사가 과연 건강한 문화를 지녔다고 볼 수 있을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요즘처럼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요시하는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최종학력’입니다. 지금 다닌 대학의 이름만으로 모든 게 결정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후 대학원 진학을 통해 학력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도 충분히 있으며, 실제로 많은 현업 UXer들이 그렇게 커리어의 폭을 넓혀왔습니다. 학벌이라는 것도 결국 하나의 레이어일 뿐, 고정된 정체성이 아닙니다. 어떻게 쌓고 가꾸느냐에 따라 충분히 창조적으로 재설계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현실적으로 학벌이 부족하다 느껴질수록 더 필요한 것은 실무 경험입니다. 그것도 단지 참여한 이력이 아니라, 구체적인 기여와 결과물이 명확한 프로젝트 경험이어야 합니다. 다행히 UX는 결과 중심, 문제 해결 중심의 직무이기 때문에 경험이야말로 가장 설득력 있는 자산이 됩니다.
예컨대, 실력이 비슷해 보인다면 학벌로 당락을 결정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실력이 더 우위인 게 확실한데 단지 학벌로 인해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회사에도 분명 손해인 시대거든요. 여기서 실력이란, 대단한 절대적인 역량을 의미하지 않으며, 회사가 필요로 하고 기대하는 업무 능력을 뜻합니다. 따라서, 실무를 많이 해보면 이러한 잣대에 내가 괜찮은 사람으로 보일 확률을 점점 높일 수 있습니다. 학벌 핸디캡을 흐릿하게 만들면서까지요.
UX 안에서도 다양한 역할이 존재하기에, 특정 직무의 전문성을 꾸준히 쌓거나, 특정 도메인 지식을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다면 학벌의 아쉬움도 점점 의미를 잃게 됩니다. 이 과정은 대기업 경력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스타트업이나 작은 조직에서 다양한 실무를 경험하며 올라운드 역량을 쌓는 것이 오히려 더 빠르고 밀도 높은 성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은 어떤 일반론은 없다는 것입니다. 내가 예외인 사람이 돼버리면 그게 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절대 희망고문이 아닙니다. 이것에 성공했을 때 역으로 어떤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가 가능할 테죠.
만약 네임드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고자 한다면, 꼭 UX 직군이 아니더라도 진입이 유리한 다른 직군을 통해 들어가는 전략도 있습니다. 일단 회사에 들어가서 내부에서 경력을 쌓으며 UX 직군으로 전환하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많은 분들이 시도해 온 루트입니다. 물론 조직 내 정책이나 부서 이동이 자유롭지 않을 수도 있기에 이 또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모두가 경쟁하는 정문 전형만을 고집하기보다, 가능성 있는 여러 문들을 함께 두드려 보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목표와 전개방향을 명확히 설정한 뒤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룰 수 있다면 버티실 수 있을까요? 저는 어떤 의미에서는 커리어 빌딩은 ‘지구력’ 싸움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학벌은 그 선택에 즉각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도구’ 일뿐, 본질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학벌 자체에 대한 콤플렉스가 커서 먼저 해소하고 싶다면 대학원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UX 분야에서는 석사 이상의 학력이 일정 부분 인정을 받는 경향이 있고, 그 자체로 학계나 업계의 네트워크 진입로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대학원이 취업을 보장해 주거나 커리어의 탄탄함을 자동으로 부여해 주는 곳은 아니라는 점도 반드시 인식하셔야 합니다.
결국 대학원 진학도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커리어는 어떤 한 가지 조건만으로 완성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포트폴리오의 퀄리티, 실무 경험의 깊이, 커뮤니케이션 역량, 조직 적응력 등 다양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하면서 완성되는 종합적인 결과물입니다. 그런 점에서 대학원은 자신의 상황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부분적 수단으로 접근하셔야지, 보편적 만병통치약으로 기대하셔 선 곤란합니다.
마지막으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커리어는 ‘어떻게 보여주느냐’보다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순간이 분명히 온다는 것입니다. 학벌이라는 요소에 너무 갇히지 마시고, 지금의 위치에서 쌓을 수 있는 경험과 결과물에 집중하세요. 한 겹 한 겹 따지게 되면 가치가 낮아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게 쌓이면 언젠가 학벌에 대한 질문은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될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한계나 제약이 있는 건 맞지만, 그 속에서도 나만의 길을 유연하게 설계하고 창조해 나가는 것, 그게 결국 UXer로서 가져야 할 문제 해결 능력이고 태도입니다. 저는 그 가능성이 멘티님 안에도 충분히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학벌은 끝이 아니라 시작점일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