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말 대잔치
<아래에 언급된 앱들은 내돈내산으로 사용중인 앱들입니다.>
회사 다니던 기간에는 큰맘먹고 할 수 없던 것을 시작해보자라고 생각했다. 미루고 미루던 디자인 관련 공부하기, 생성형 AI 공부하기 등등!
6월에 한 것들
[말해보카: 영어 단어 공부는 매일 해도 재밌다!]
영어 단어를 하루하루 쫌쫌따리 알아가는 것은 매일 해도 질리지 않는 것 같다. 말해보카에서 '엥, 이런 단어를 써먹기도 하나?'라고 생각했던 단어들이 여러 매체에서 사용되는 것을 종종 실감하곤 한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내가 단어를 몰랐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 하고 있었어서임을 깨닫고 있다.
앱 내 연속 출석일도 꽤 쌓인지라 놓치면 굉장히 아깝다라는 생각이 있어서, 보통은 75개를 공부를 하지만 하기 싫은 날에는 양을 줄여서라도 매일 출석하고 있다.
[Brilliant: 과학, 기술, 공학, 수학 공부를 시작해봤다.]
미국에서 STEM이라 부르는 과목들에 대해 굉장히 약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STEM이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준 말이다.
극강의 가성비와 실용주의에 집착하면서도 귀차니즘에 절여져있는 ENTP으로서, 지난 과거의 일상에서 이공계 과목에 대한 필요성을 느낄 새가 없었다. 하지만 IT 업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굉장히 약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때가 많다. 업무에 지장이 있다라기보다, 너무 야매로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매일 확인하고 있는 뉴스레터에서 우연하게 Brilliant라는 앱을 보게 되었고, 링크를 통해 1달 무료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지루한 강의로 이루어진 앱이 아니었고, 굉장히 퀴즈를 풀고, 직접 코딩도 해보고, 직접 그래프도 그려보고, 직접 표를 필터링 해보는 등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했다. 그리고 앱의 내용이 모두 영어인지라, 말해보카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내심 해봤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및 인공지능에 관한 코스로 시작했는데, 내용도 엄청 부담스러운 만큼 많지 않아 내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한 유닛은 길어야 10분 내로 해결 가능했던 것 같다. (뒤에 딥러닝에서는 좀 쩔쩔매긴 했지만 ㅎ...;) 해당 코스를 마무리하고 다른 코스들도 봤는데, 수학, 과학, 통계 등 굉장히 폭넓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아 바로 결제했고, 지금도 매일 말해보카와 함께 학습하고 있다.
지금은 데이터 분석 쪽을 학습하고 있고, 동시에 수학/과학도 짬짬히 시간나면 같이 하고 있다. 각잡고 1년동안 쓰면 앱 내 모든 코스 수강이 가능할 듯 싶어 일단 쭉쭉 해보는 중이다. 오랜만에 이공계 관련 공부를 하니 재밌기도 하고, 지금 개발 공부를 시작했는데 여기에 쓰이는 개념들이 꽤 있어서 도움이 되기도 한다. 1년 안에 꼭 다 수강해봐야지!
[피그마 기초적인 사용법 익히기 완료]
업무하면서 피그마를 쓸 때, 컴포넌트나 배리언트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야매로 사용해왔다. 그래서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화면 제작도 비생산적으로 해왔었던 것 같다. 그래서 피그마의 기본적인 사용법에 대한 강의도 듣고, 유튜브도 찾아보면서 어느 정도 익혔다. '오토 레이아웃이 이렇게나 중요했다니!'를 깨달았달까!
[UX 리서치 방법론 공부하기 완료]
N사에 다니는 고마운 친구가 UX 공부로 추천해준 Universal Methods of Design이라는 책을 다 읽었고, 중요하거나 흥미로운 내용들을 번역 및 요약해서 기록해두었다. 읽으면서 내가 잘못알고 설쳤던(?) 내용들이 꽤 있어서 내적 수치심을 꽤 느끼면서도,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어 뿌듯했다.
[미드저니 사용법 익히기 완료]
뉴스 클리핑 썸네일을 만들 때 굉장히 유용하게 쓰고 있는 미드저니다. 굉장히 고퀄리티로 나오는 생성형 AI라 사용법이 굉장히 어려울 줄 알았지만, 공식 문서 한번 쓱 보고 몇번 돌려보니 별거 아니었다. 후후...! 그래서 신나게 쓰다가 6월에 거의 5-6만원을 미드저니에 써버렸다 ㅎ...;
추후에 컨텐츠 만들거나 디자인 애셋을 만들 때 꽤 유용할 듯 하니 지속적으로 써보려곤 한다.
6월에 주춤한 것들
[현타 아닌 현타가 갑자기 찾아왔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달까? 불안감일지도, 아니면 불확실성에 대한 지레 겁먹음일지도. 날씨 탓일 수도 있겠다. 6월 중순에 '이렇게 살아서 뭐하지?',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래서 의지가 한풀 꺾여 하던 것을 살짝 손 놓게 된 것도 있다.
[영향1: 뉴스 클리핑을 잠~깐 손 놨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들이 있었다. 이 시기에 오히려 뭔가 더 하면 큰일날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숨쉬기만 했던 기간이 있었다 ㅎㅎ; 지금은 그래도 다시 시작하긴 했다!
[영향2: 원서 읽기에 대한 속도가 더뎌졌다.]
5월에 Measure What Really Matters를 신나게 읽고, 6월에 Lean Analytics를 읽기 시작했는데 속도가 굉~장히 더뎌졌다. 두께도 두께고, 중요한 내용이 쉴틈없이 나오고, 곱씹으면서 읽어야 제맛인 책인지라 다른 책들 읽는 속도에 비해 느리기도 했다. 이 와중에 6월 중순 멘탈 폭격으로 몇 번 읽지 않은 날도 생겼다.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데이터 분석이란 것은, 필연적으로 '개발된 제품'에서 사용자의 데이터와 로그들을 '개발과 관련된 방식'으로 추적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이거 다 중요한 거 알겠는데! 데이터 분석 어떻게 해야할 지 알겠는데! 데이터 수집에 너무 자신감이 없어! 그럼 분석도 못 하는 거 아니야?'라는 내 안의 찌랭이가 말했다.
사실 저 찌랭이 같은 생각은 예전부터 내 아픈 손가락과 같은 존재였다. PM이라는 커리어를 쌓아나가면서도 자신감이 없는 부분은 너무나도 뚜렷했다. '소프트웨어 내의 기계적인 작동'. 그래서 이 찌랭이 같은 걸 백수 때 없앨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봐야 겠다는 생각에 닿았다.
6월 말에 삘받아서 시작한 것
일단 1~2개월 간은 구직을 급하게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커리어에서 내가 꺼림칙하게 생각했던 것이나 지레 겁먹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 이리저리 쑤셔보고 대면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 우선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발 공부를 시작했다.]
예전에 Udemy에서 사놓고 한번도 열지 않았던 Web Development Bootcamp 강의를 시작하고, 지금 '2주의 전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주 안에, 강의를 다 듣고 웹사이트 하나 만들어보는 것이다. 6월 27일부터 수강을 시작했고, 7월 1일 현재 4~5개 정도의 강의만 남았다.
역량만 된다면 내 포트폴리오 웹페이지를 만들어보고 싶다 후후!
인생의 관점에 대한 생각들
[재직 기간이 짧은 것]
면접을 보면서,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곳도 있었다. 심지어는 '요즘 신입들은 3년동안 무조건 다닌다고 하는데, florent님은 신입들에 비해 끈기가 부족한 건 아닌가요?'라는 얘기도 들었다. 이런 말들 때문에 '아 그냥 아무 회사라도 그냥 묵묵히 다니는 것 자체가 미덕으로 여겨지는구나... 진짜 그래야 하나?'라는 생각도 하게 됐었다.
그런데 끈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봤다. 내가 회사마다 다닌 기간이 비교적 짧을지라도, 일이 어렵다고 해서 중간에 그만뒀던 적은 단언코 없었다. 재직 기간이 짧은 이유는, 서로에게 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해서다.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우선, 나는 (1) 열정이 넘치며 (2) 그 열정을 탁월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업무 환경을 원한다. 내가 그만뒀던 회사 중에는 대표가 쌍욕을 입에 달고 있었던 곳도 있었고, 일하기 싫은 팀원들이 모여 비생산적인 조직 문화를 가졌던 곳들이 있었다. 그런 곳에서 일해봤자, 내가 의욕이 안 나기 때문에 조직 입장에서도 득이 될 게 없을 것이고, 나에게도 기회비용이 엄청났기 때문에 그만둔 판단을 하게 된 것이었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나는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가?]
짧은 재직 기간이 발목 잡는다고 해서 과거에 집착하면 하등 도움이 될 일이 없다. 과거는 과거이기 때문에, 이를 현재와 미래의 방향으로 풀어낼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끈기'와 '협력'에 관해서는, 나의 습관과 직업 윤리(work ethic)으로 차츰차츰 풀어나가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각자 갈 길 가시죠!]
사실 이 이슈에 대해서 집착하는 사람들은 그저 아무말 없이 자기 말만 잘 듣는 사람을 구하려는 뉘앙스도 강하게 풍겼다. 일단, 난 그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도 아니거니와, 문제를 발견하면 합리적이고 협력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가길 바라는 사람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된다. 그 사람의 수요에도, 나의 수요에도 맞지 않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내 철칙과 맞지 않는다면, 아쉬워할 필요 없다. 이 철칙은 돈보다도 우선순위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내 가치관과 맞닿은 지점이 있는 사람이 있을 때 행복하게 일하면 된다.
[아쉬움에 내 자존감을 잠식시키면 안 된다.]
나는 은연중에 '모두가 원하는 사람'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자기효능감이란 것은 내 인생사에서 중요한 키워드다. 그렇기에 면접에서 떨어진다는 것은 굉장히 타격감이 큰 일로 다가왔다. '나'가 결여된 자기효능감은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 의존성을 발생시켰고, 이는 내 자존감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어느 순간 알게 됐다.
[아쉬움은 발전을 야기해야 한다.]
나도 어떤 필요가 있는 것이고, 각 타인은 저마다 다른 필요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다양한 필요들을 내가 한번에 충족시키길 바란다면 굉장히 큰 비약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아쉬움과 그 아쉬움으로 발견된 나의 부족함은 귀중한 정보가 된다. 그 아쉬움이 '난 쓸모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결론으로 다다르게 만든다면, 이는 나를 정체시킬 뿐만 아니라 내 존재의 가치, 자신감을 더욱 떨어뜨린다.
그 아쉬움을 축복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쉬움을 지금에서라도 발견했음에 감사하고, 그 아쉬움과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나가야 한다. 지금 내가 개발, 수학, 과학을 공부하면서도 종종 느끼는 부분인데, 몰랐던 재미와 기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세요 그럼]
'아, 지금의 나는 아직 필요에 다다르지 않았구나.'라고 건조하게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내가 꾸준히 나의 부족함을 주도적으로 채워나가고 발전하는 사람이라면, 탈락과 같은 소식을 받은 그 순간은 부정적인 감정을 품게 할지라도, 빠르게 제정신을 찾아 생산적인 방향을 찾아나갈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그 부족함을 타인에 의해 알아가는 것보다 더 넘어서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일상에서 인지하고 대처하는 힘을 기르게 되기도 한다. 지금의 내가 그 과도기에 있는 느낌이 든다. 이 시기가 누구보다 늦었다고 해서 아쉽거나 다급하진 않다. 이 능동적인 인지의 중심은 '나'에게 와있다. 이 기회가 삶에 찾아온 것에 감사하고, 이 기회의 불씨를 꺼지지 않게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러한 실패 혹은 '알아감'을 통해 내 자존감과 자신감은 더더욱 뚜렷해질 것임을 믿는다.
그리고 극강의 ENTP은 필요가 맞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속으로 속삭인다.
'아, 그쪽이 더 아쉬울걸요? ㅋ 그러세요 그럼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