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를 파악할 수 있는 프레임 바라보기
추석 연휴에 제주도를 다녀왔다. 코로나로 가장 신경이 쓰인 부분이 촘촘히 앉아야 하는 비행기 좌석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어느 비행사의 탑승 후기 문구를 냉큼 보여주었다.
'좌석 간 거리가 넓은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지니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여행하고 싶어 안달이 났는데 이 문구까지 본 이상 바로 비행기 티켓 예매에 들어갔다. 좌석 간 거리가 넓은 비행기라니, 다른 비행기에 비해 어딘가 코로나에 안전할 것 같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과학적인 근거보다 심리적인 안정감으로 이 비행사를 선택하게 되었다.
처음 들어보는 비행기라 좀 더 살펴보니 올해 처음 신규로 취항한 데다 단일 노선, 단일 좌석 옵션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희소한 자원으로 치열한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그런데 왜 이 비행사는 이런 결정들을 한 것일까? 왜 좌석 간 거리를 넓힌 것이고 단일 취항을 한 것일까? 이런 의사결정을 하는 밑바탕, 근원적인 마음은 결국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이다.
희소한 경영자원을 배분해 기업에 빠르게 경쟁우위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외부적인 분석과 내부적인 분석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 환경이 변화하고 있기에 회사 바깥의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마 코로나 이전에도 이 비행기가 이런 결정을 하였을까? 만약 대한항공이 저가 항공을 만들지 않았다면 이런 결정을 하였을까? 등은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이다.
그럼 시시각각 변화하는 외부 환경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이해할까?
외부 환경을 분석하는 프레임은 다양한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이클 포터 교수님의 ‘5 Forces Model’이다. 산업구조나 수익성을 결정하는 요인들을 분석할 수 있는 프레임으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검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5 Forces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1) 경쟁 기업 간 경쟁강도, 2) 잠재적 진입자, 3) 공급자, 4) 구매자, 5) 대체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경쟁 기업 간 경쟁강도는 기존 경쟁 기업들 간의 경쟁 강도를 의미한다. 경쟁강도는 사업 성장률이 낮거나 비슷한 규모, 작은 규모들의 기업들이 많을 때 강도가 강화된다. 또 제품 차별화가 되지 않아 다른 업체로 전환이 쉬워질 때 경쟁 강도가 올라갑니다.
잠재적 진입자의 위협은 진입 장벽에 따라 달려있다. 애플이 운영체제 라이선스를 공개하면서 진입장벽을 형성하지 못한 것처럼 진입 장벽을 만들지 못해 생기는 위협을 의미한다. 전환 비용이 낮고, 초기 설비 투자액이 낮아 누구나 다 진입할 수 있을 때, 또 정부의 개입이 낮아 진입 규제가 무척 낮을 때도 진입자의 위협이 커진다. 기존 기업의 우위가 별로 없을 때 역시 잠재적 진입자의 위협이 높아진다. 그러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나는, 내가 속한 사업은 어떠할까? 다른 잠재적 진입자들이 쉽게 뛰어들 수 있는 산업일까 아니면 뛰어들려면 아주 오랜 기간 필요한 내공들이 필요한 상황일까?
공급자의 교섭력은 공급자가 공급 가격을 높이는데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공급자의 인지도, 파워가 막강할수록 가격을 올리게 되고 결국 이로 인해 최종 소비자나 다른 참여자들이 비용이나 영향력에 부담을 끼치게 된다. 어떻게 하면 공급자가 힘이 세질까? 당연히 공급자 수가 제한되면서 차별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공급자를 대체할만한 다른 공급자가 거의 없을 때 역시 공급자의 파워가 커지게 된다.
구매자 역시 구매자의 교섭력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형성을 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서비스나 제품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적을 때 소수의 구매자는 힘이 세지게 된다. 또 구매자가 한꺼번에 대량 구매를 할 때 역시 구매자의 Barganing power, 힘이 세지게 된다.
대체제의 위협은 얼마나 쉽게 구매자가 대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가에 따라 달려 있어요. 대체제의 존재와 대체 가능성은 기업이 책정할 수 있는 가격의 상한에 큰 영향을 줍니다. 강력한 대체제가 많이 존재하거나 구매자가 같은 곳에 더 더 싼 가격에 유사 상품을 구매할 수 있을 때 대체재의 위협은 높아지죠. 배달의 민족을 예로 들면 구매자 입장에서는 배달의 민족도 배달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쿠팡 이츠, 요기요 역시 구매를 할 수 있는 옵션들도 찾아보면 다양하다. 비슷한 기능, 비슷한 입점 매장이 있다면 구매자 입장에서 쉽게 전환할 수 있다. 1000원, 2000원의 차이가 배달업에서는 큰데 구매자 입장에서 작은 차이가 다른 회사로 넘어갈 수 있는 대안이 된다. 이럴 때 역시 구매자의 교섭력이 커진다.
이렇게 설정한 외부 산업 분석 프레임을 내가 속한 사업에 적용을 해보면 꽤 명확한 판단 기준이 된다. 진입 장벽을 잘 만들고 있는 것인지 대체를 할만한 또 다른 요인은 없을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본다. 막연했던 외부 상황들이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에 의해 다각도로 검토를 해볼 수 있는 시작점이 된다.
어떤 서비스를 만들 때,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하여 발표를 할 때마다 현재 처한 환경 변화를 모두에게 공감시켜 나가야 한다. 나의 직감으로 이럴 것이다..라는 식의 논리로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을 받기가 어렵다. 사업을 위해 자원을 투입할지 말지를 결정하고 판단하기 위해 종종 5 Forces Model을 적극 활용한다. 결국 중요한 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한정된 자원으로 경쟁 우위를 창출할 수 있는 의사결정이다.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단순한 손실을 넘어 회사의 존폐가 결정되는 경우가 있는 만큼 미리 잘 만들어 놓은 프레임을 통해 오늘도 내가 속한 산업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