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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Dec 06. 2021

펫을 위한 모빌리티

우리집 댕댕이, 개냥이를 위해 이동수단이 고민하는 지점에 대하여

남편과 핸드폰 보호필름 붙이는 걸로 다툰 적이 있었다. 한 시간 정도 서로 삐친 채 말을 하지 않았다. 짧다면 짧은 1시간이었지만, 어쩐지 쓸쓸하고 우울한 감정이 들었다. 이렇게 공허하고 쓸쓸한 감정이 생길 때면 교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게 된다. 마침 근처에 펫 샵이 있었고 가만히 귀여운 강아지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잔잔한 위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들끓으면서 사람들과의 소통이 단절될수록, 가족 구성원들이 더욱 핵가족화될수록, 우리는 고독해지고, 외로워진다. 그럴 때면 어딘가 정신적 위안을 주고 서로 교감할 수 있는 대상을 찾게 된다. 이런 배경으로 해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기 시작하더니 2019년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숫자가 1500만 명을 돌파하였다고 한다. 서울 시민들만 하더라도 2020년 20% 이상이 펫을 기르고 있다고 한다. 아이 대신 펫을 기른다는 '딩펫족'부터 '펫코노미' 등 다양한 신조어도 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제 더 이상 인간과 동떨어진 가축, 동물이 아니라 정신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대상으로서 반려동물의 위상이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의 음식, 생활터전까지 사람들은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고 반려동물의 위상만큼이나 반려동물 관련 산업 역시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동' 측면에서 반려동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공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을까?




테슬라의 도그 모드 (Tesla Dog Mode)


테슬라는 이미 2019년부터 도그 모드를 적용하고 있다. 햇볕이 내리쬐는 날 창문을 모두 닫은 채 강아지를 놓고 나간다면 강아지는 얼마나 괴로울까? 괴롭게 만들고 싶지 않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차 안에 강아지를 놓고 내릴 수밖에 없다. 테슬라는 이런 고객의 Pain Point를 해결하고자 도그 모드를 만들어 주인이 밖에 나가 있어도 강아지가 쾌적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자동차의 에어컨이나 히터가 강아지가 쾌적하게 있을 수 있도록 온도가 설정된다. 주인이 차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실내 온도는 적정 온도로 유지된다. 만약 차량 내 배터리가 부족할 경우 즉시 차량 소유주에게 연락을 취해 강아지에게 다가가도록 유도한다. 




혹시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차 안에 강아지가 혼자 있어 괴로워할까 걱정할까 봐 큰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내 주인은 곧 돌아올 것입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현재 강아지를 위한 적정 온도가 유지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현대자동차, M.VIBE 시범사업


현대자동차 역시 인간을 위한 모빌리티를 넘어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동물을 위한 모빌리티까지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런 고민의 결과로 2021년 기아 레이 차량을 통해 M.VIBE 사업을 4개월간 실증 과제로 추진하였다.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 한하여 차량의 제조와 서비스 기획, 플랫폼 개발은 현대차가 진행하였고 서비스 운영은 KST 모빌리티가 담당하였다. 


출처:현대차


과거에도 현대기아차의 반려동물을 위한 시도는 있었다. 2017년 기아차는 차량용 반려동물용품 '튜온 펫'이라는 것을 출시해 반려동물의 이동에 대한 고민을 한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이동식 케이지나 카 펜스, 시트 커퍼로 구성된 '튜온 펫'은 차량 내 부착하기 좋은 액세서리 위주로 구성이 되었다. 반면 이번 2021년 검증한 M.VIBE는 단순히 액세서리가 아닌 총체적인 접근을 하였다는 차별점이 있다. 현대차는 외부 서비스와 총체적으로 연계하였다는데 차별점이 있다. 앱으로 반려동물의 몸상태, 미용 등을 서비스들과 모두 연계하여 따로따로 예약하지 않아도 하나의 앱을 통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차량 역시 반려동물의 이동성에 집중하여 제작되었다. 차량 기획부터 해당 분야의 수의사들과 협업하여 어떻게 하면 진동 없이 반려동물을 이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였다. 적은 소음과 작은 진동으로 반려동물이 이동할 때 안락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제작하였다. 비록 4개월의 짧은 실증 기간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인간을 넘어 인간과 교감하는 동물까지도 아우리는 모빌리티로 거듭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 서비스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스바루 아웃백(Subaru Outback)


일본 모빌리티 제조사 스바루는 2013년부터 반려동물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애완동물 안전센터(CPS)와 파트너십을 맺어 반려동물을 위한 안전장치를 꾸준히 테스트하고 연구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런 결과로 스바루 아웃백과 같은 차량을 만들어 반려동물이 쉽게 차량에 오르고 뛰어내릴 수 있도록 하중을 낮게 설계하는 등의 노력을 하였다. 나이가 많은 반려동물이 있거나, 관절염이 있는 반려동물이라 할지라도 낮은 하중 설계로 쉽게 차량에 오르거나 내릴 수 있는 고려를 한 셈이다. 



반려동물이 편하게 이동하기 위해 충분한 공간을 설계하였다. 반려동물이 갑갑하지 않게 이동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간을 배치하였다.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후면 통풍구를 배치해 뒷좌석에 반려동물을 태우고 이동을 해도 적정 온도를 유지하며 이동할 수 있다. 시트까지도 반려동물의 편의를 위해 특별 제작하였다. 기존 시트는 반려동물이 산만하게 이동할 때 자칫 부상을 당하거나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스바루 아웃백 차량은 애완동물 안전 센터와 제휴하여 반려동물을 위한 시트까지도 제작하여 부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제작하였다. 이렇게 반려동물의 입장을 고려한 차량 제조 덕분에 반려동물에게는 최고의 차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있다. 




인간이 점점 더 고립되고 외로워질수록 의지하고 교감할 수 있는 반려 동물이나 식물에 대한 위상이 더욱 높아질 거라 생각한다. 이런 흐름에 따라 모빌리티는 인간만을 위한 모빌리티를 넘어 인간과 함께하는 반려동물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차량 개조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 간 연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차량 제조사는 단순히 차량에서 할 수 있는 온도 조절 장치의 개조, 공간 배치 차원에서 다른 서비스와 어떻게 연결해 나갈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서비스 회사도 마찬가지로 기존의 모빌리티와 어떻게 하면 연결을 하여 반려동물에 대한 편의를 제공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굳이 반려동물까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 현재 교감하고, 의지하고 있는 반려동물에까지 세심하게 고려할 때 진정 인간을 위한 모빌리티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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