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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Dec 18. 2021

왜 나는 모빌리티에 대한 글을 쓰는가

2021년 주로 글을 써왔던 주제를 돌이켜보며

나는 만년 뚜벅이다. 뚜벅이가 무슨 '모빌리티'를 아느냐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매일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사람일수록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크다. 두꺼운 노트북을 어깨에 맨 채 10분이고, 20분이고 걸어갈 때, 뜨거운 뙤얕볕 아래에서 뚜벅뚜벅 걸어야만 할 때, 그 누구보다 빠르고, 간편한 모빌리티에 대한 갈증이 크다. 내 두 다리로 걷는 게 빠르지 않고 걷다 보면 다리가 후들후들 아프기 시작하니 모빌리티 기술에 의존을 하게 된다. 때론 자전거를 타고, 조용히 음악을 듣고 빠르게 가고 싶을 땐 지하철을 탔다가, 답답할 땐 버스를 타며 창가를 바라보는 식이다. 


뚜벅이라서 누구보다 다채롭게 모빌리티를 이용하게 되었고 언제나 이동하는 사람이기에 모빌리티와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이기도 하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회사에서도 첫 담당 업무가 '모빌리티' 관련 업무였고 대학원도 가자마자 배정된 연구실이 '모빌리티' 관련 UX 연구소였으니 참 모빌리티와 나와의 인연은 꽤나 깊은가 보다. 





왜 나는 모빌리티에 대한 글을 쓰는가


이동을 얼마나 할 수 있느냐에 따라 삶의 반경이 달라진다. 만나는 사람도, 보는 세상도 달라진다. 심지어 내가 행동하는 태도 역시 달라지게 된다. 집에서는 체육복을 입은 채 널브러져 있다면 아무래도 회사 셔틀버스를 타고 회사 안에 들어설 때면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다. 이동을 하면 이전의 나와의 제법 다른 사람이 되어 행동하게 된다. 그래서 '이동'의 의미는 특별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걷고, 또 걷고,


자연스럽게 내가 속한 회사나 학교에서도 '이동'에 대한 기술과 경험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었다. 나는 대학원의 모빌리티 연구소에서 매주 모빌리티 관련 경험에 대한 논문을 읽고 생각하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회사에서는 '이동성'에 대한 기술과 새로운 기획을 생각해야만 했다. 덕분에 '자동차', 'IT', '모빌리티' 관련 책자를 여러 권 읽어야만 했다. 늘 책을 읽을 때 마음가짐은 진지해야만 했고, 학구적이었다. 마치 결혼을 하기 위해 맞선을 본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하지만 내 스타일은 어색한 맞선 자리가 어울리기보단 가볍게 분식집에서 떡볶이 한 그릇 먹으며 유쾌한 농담을 주고받는 것이 더 어울린다. 맞지도 않은 정장을 입으며 억지로 미스코리아 웃음을 짓기보단 영심이같이 해맑은 폭소를 내뿜는 게 내 스타일이다. 매일마다 모빌리티를 수십 년 타고 다닌 내가 굳이 이렇게 어렵게 모빌리티를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날마다 걷고 또 걷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굳이 회사나 연구가 아니더라도 '모빌리티'는 그야말로 내 일상 안에 들어와 있는 경험의 총체이다. 매일마다 모빌리티를 수도 없이 이용하고 몇십 년 끊임없이 이용해온 산물이기도 하다. 가족처럼 이렇게 한결같이 오랫동안 바라본 대상을 딱딱하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거창한 용어들 대신 느슨하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멀고 막연한 이야기 대신 조금은 가깝게 모빌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오늘도 전 세계의 모빌리티 기사들을 쭈욱 훑어보기 시작한다. 






장래 희망은 멀리 저 멀리 이동하는 할머니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한동안 재택근무를 하였다. 점심과 저녁은 '배달의 민족' 클릭 몇 번으로 해결되었다. 그렇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에서 식사를 하고 일을 하다 보니 집 밖을 나갈 일이 없었다. 팔목에 있는 웨어러블 기기로 하루 내가 걸어 다닌 총량을 살펴보니 500걸음도 채 걷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몸은 편했지만 확실히 일상이 다채롭진 않았다. 두 얼굴을 맞대고 대화했던 기억도 없었고 새로운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구경하는 시간도 없었다. 새로운 자극이 별로 없이 평온하게 지나가는 기분이었다. 


뭐 그런 시간도 나쁘지 않지만, 나는 죽을 때까지 계속 새로운 상황들을 접하면서 배워나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이왕이면 생활 반경을 자꾸만 넓혀 다양한 상황들을 접하고 싶다. 할머니가 된다면 나이 때문에, 체력 때문에 계속 편안한 것만 찾게 될 테지만(사실 벌써부터 요즘 그렇긴 하다.) 의식적으로 계속 반경을 넓혀 멀리멀리 이동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 관계에 있어서는 오랫동안 신의를 지키며 끈끈하게 살아가되 업무나 배움의 영역에 있어서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환경을 맞닥뜨리면서 넓게 가져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언젠가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을 때, 두 발로 시작해 최첨단 모빌리티까지 다양한 모빌리티에 관심을 가지면서 계속 멀리 저 멀리 이동을 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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