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느낀 불편한 점과 개선 아이디어에 대하여
아빠도 동생도 사람의 건강을 책임지는 일들을 하시다 보니 가족이 따로 입원을 할 일이 없었다. 그러다 작년과 올해 병원 신세를 질 일이 생겼다. 의사 선생님을 만나 진료를 받고 무사히 퇴원을 하면 되겠지만 매년 하는 업무가 기획일이다 보니 병원을 오가면서 불편한 점, 개선해야 할 점, 여러 아이디어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역시 사람이 매일 하는 습관과 같은 업무는 참 언제 어디서든 불쑥불쑥 일상에 적용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병원에서의 보호자가 되니 가장 불편한 점은 ‘위치 찾기’이다. 대학병원을 찾는 이유는 그만큼 검사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워낙 규모가 커서인지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처음에 도착을 해서 무엇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마치 외국에 도착한 순간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정신없는 상황과 비슷했다. 채혈실은 어디에 있는지, MRI는 어디서 촬영하는지 알 수없었다.
그럴 만도 한 게 내가 가고 싶은 장소는 MRI 촬영실인데 안내표지판에는 '핵의학과'인지 '영상의학과'인지 알기 어려운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매번 사람들을 붙잡아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바닥에 그어진 화살표 선이 이정표가 되어주긴 하였지만 문제는 화살표가 너무 많아서 그마저도 복잡했다. 낯선 병원에서 혼자 덩그러니 떨어진 느낌이라고 할까?
이렇게 병원에서 길 찾기가 힘들다면 ‘인도어 내비게이션’을 활용하거나 이동식 로봇을 활용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비용 부담이 생긴다면 큼직한 안내판을 곳곳에 비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CT, MRI, 채혈실 등 가장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가 어디인지 파악한 뒤 해당 장소들은 특별히 지도에 별도 표시를 해두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하였다.
꼭 병원 안에서 치료를 다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On demand 형태로 환자가 부르면 찾아오는 서비스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동하는 공간 자체를 치료의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수많은 환자들에게 보다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 캘리포니아의 메이요 클리닉은 셔틀버스를 하나의 병동으로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와의 격리를 위해 이동수단을 병동으로 운영해 주목을 받은 케이스가 있다.
보호자로서 두 번째 불편한 점은 ‘데이터 공유’에 대한 부분이다. 나는 주로 천안 단국대 병원을 이용하고 있다. 다른 대학병원들의 앱은 사용해보지 않았지만 천안 단국대 병원 앱은 데이터 공유에 대해 무척 폐쇄적인 편이다. 의료 데이터라 그런지 스크린샷 캡처는 물론이고 데이터 공유도 안 된다. 심지어 진료비 영수증조차 데이터 공유가 안되고 있다. 물론 개인의 의료정보는 아주 중요하고 극비 사항인 것에 틀림없다. 하지만 환자의 데이터는 환자 본인이 주권을 찾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환자가 데이터 공유를 동의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데이터 민감도 때문에 의료 정보의 공유 권한조차 부여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지불해야 할 병원비 정보 공유만이라도 허용해준다면 보호자로서 불편한 점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
보호자로서 느끼는 세 번째 불편한 점은 의료진과의 커뮤니케이션 부분이다. 의료진과의 만남은 입원 환자가 아닌 이상 일주일에 한 번, 2-3주에 한 번씩 진행된다. 즉 어쩌다 한번 10분 내외로 만나게 된다. 비유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마치 1년 동안 공부하고 수능 볼 때 몇 시는 내외로 시험 보는 것처럼 1주, 1개월 동안 치열하게 일상을 보낸 뒤 잠깐 10분 내외로 의료진을 만나는 것이다. 질문 사항들은 일상생활 중에 나타나지 갑자기 진료할 때 번뜩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리 질문할 내용들을 적어놔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심 많은 보호자나 환자라면 미리 질문거리를 준비하겠지만 여유가 없을 땐 쉽지 않다.
좀 더 환자의 일상을 의료진과 공유하면서 다면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대학병원의 앱 자체가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경우 '헬스'앱이 따로 설치되어 있다. 몇 보를 걸었는지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해당 앱과의 연동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테다. 혹은 앱 내에 환자나 보호자가 하루의 컨디션이나 질문들을 작성할 수 있도록 하고 외래 진료가 시작될 때 의료진과 공유할 수 있다면 보다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선가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건강이나 병원, 헬스케어와 같은 단어는 막연하면서 한편으론 내 건강에 대해 자신할 수 없기에 두려웠다. 하지만 이번에 몇 개월간 병원을 다니면서 조금은 건강, 헬스케어 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먹는 것, 운동하는 시간, 몸 신호 등에 다시금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내가 주로 연구하고 업무를 담당했던 모빌리티, 디지털 휴먼과 관련된 분야의 동향에도 관심을 기울이겠지만 더불어 헬스케어 서비스 영역도 소비자의 입장으로 자주 생각을 해봐야겠다. 병원에서 사용한 키오스크, 앱 서비스, 의료 서비스에 대해 생각을 해보면서 '건강' 자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