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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Sep 02. 2022

다양한 기획자의 종류

기획팀에 있다 보면 임원뿐만 아니라 팀 리더분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다. 어제는 한 팀 리더분의 고충을 듣게 되었는데 정리하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고객 경험을 기획하는 조직으로서 참 사람들을 평가하는 것도 난감하고, 하는 일도 모호하다는 소리만 듣고 너무 힘드네요."


그동안 기획팀에 있으면서 내가 종종 고민했던 내용들이었기에 해당 팀 리더가 고민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기획이라는 게 참 그렇다. 수학 문제처럼 정확하게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인지 '기획'이라는 이름을 가진 팀 구성원 대다수는 저마다 생각하는 기획일, 추구하는 기획 업무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기획팀에서 예산을 잘 관리하는 관리형 기획자가 되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미래 기술을 예측하고 사업에 적용하는 기술기획, 또 누군가는 눈에 보이지 않은 서비스들을 만들고 싶어 하는 서비스 기획자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외부와 내부의 상황을 분석해 사업에 어떻게 적용시킬지를 고민하는 전략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생각해보면 서비스 기획자를 추구하지만 가끔은 다른 팀의 전략부서와 더 밀접하게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한 팀에서도 추구하는 기획의 모습이 제각각이다. 그 이야기는 그만큼 기획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이다. 다 같은 기획자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기획자는 대체 어떤 종류가 있을까?





기술 기획자

R&D연구소 기획팀의 메인 역할은 대부분 기술기획이다. 대표적으로 기술 로드맵을 만들고 기술 KPI를 설정하는 업무를 한다. 대내, 대외의 주요 기술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필요하다면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획을 한다. 당연히 해당 기술에 대한 인사이트는 물론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많아야 한다. 그래서 가끔은 R&D를 했던 사람, 기술 박사학위를 지닌 사람이 기획팀에 들어오기도 한다. 나도 기획팀에 있는 동안 몇 사람 보긴 하였는데 확실히 기술을 바라보는 깊이가 남달랐던 기억이 난다.


서비스 기획자

내가 경험하고, 옆에서 보는 서비스 기획자는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왜 이 서비스가 필요한지에 대한 고객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객 조사부터 설루션을 도출하여 피드백을 전달받는 과정까지를 기획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정책 결정, 타 서비스 벤치마킹, UX 전략 설정, 구체적인 서비스 설루션 도출을 진행한다. R&D, 홍보/마케팅, CS 등등 무척 다양한 부서들과 연결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직무이기도 하다. 


사업 기획자

한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구성할지를 구상한다. 어떤 서비스가 나왔을 때 구체적으로 돈을 어떤 로드맵으로 벌 수 있는지를 만들어 나간다. 물론 예측이기도 하지만 산출적인 비용 수치를 도출해 의사결정권자들이 '아, 어느 시점에서 이 정도를 벌 수 있구나.'라는 것을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는다. 내부 역량이 부족하다면 다른 파트너 제휴를 하여 새롭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기도 한다. 


전략 기획자

하나의 연구소, 센터의 앞으로 방향을 설정한다. '방향'이라는 단어는 모호할 수 있지만 미션, 타 부서와의 R&R(포지셔닝), 외부 업체들 간의 포지셔닝, 전략적인 중요 과제 도출, 단기 성과를 내야 하는 것들, 중장기 성과를 내야 하는 것들 등등 알고 보면 무척 다양한 일을 한다. (그런데 가끔 사람들은 방향이 없다... 한 마디로 끝내버리기도 하는 어려운 직무) 늘 임원이 생각하는 눈높이에서 임원이 생각하지 못하거나 임원이 고민하는 문제들을 비슷한 눈높이로 함께 고민하는 일들을 주로 진행한다. 


 


기획은 참 재미있다. 하지만 개인 스스로의 평가를 위해, 정량적인 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기획을 바라보는 순간 참 어렵다. 잘하는 사람의 기준도, 평가의 근거도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획팀에서 다양한 기획 업무를 경험하면서 '기획자'의 실력 편차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편차를 만들어 내는 것들은 무엇일까? 기획 직무에 진입해놓고 한 달도 안돼 떠나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마다 생각하는 기획 직무가 다르고 모호한 평가 기준 때문일 테다. 모호한 것들을 조금씩 선명하게 드러낸다면 기획 업무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기획일을 하는 나도 명확한 업무 인지로 역량 개발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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