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에게서 답을 구하다
일하는데 공부까지 하는거 힘들지 않니?
회사를 다니면서 박사과정을 진학하면 가끔 주변의 몇몇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건넨다. 하긴 가끔은 나 역시 내가 회사와 학교를 같이 다니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는데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들은 얼마나 궁금할까. 그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시원하게 대답해주고 싶지만 사실 대답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힘들다는게 너무 상대적인데다 내가 이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사이다같은 답변을 전달하고 싶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너무 상대적인데다 혹여나 나의 말로 그릇된 편견을 가질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힘들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힘들다는 의미를 찾아보니 '마음이 쓰이거나 수고가 되는 면이 있다,'는 말이라고 한다. 분명 회사를 다니면서 학교 공부를 따라가는 것 그 자체는 마음이 많이 쓰이는 일이다. 과제의 양도 방대하고 읽어야 할 자료도 어마어마하다. '논문'이라는 벽을 넘어야 하는데 벽을 넘기도 전에 어떤 주제로 연구해야 할지 시작부터 턱 막힐때가 많다. 한국사람이 쓴 한국어 논문을 읽는 것도 벅찬데 외국 사람이 영어로 쓴 논문을 수십개 읽으려고 하면 요약문부터 막힌다. 가끔은 '박사 논문' 쓰기 전에 영어 공부부터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도.... 사실 힘들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마음이 쓰이는건 맞지만 고통스럽거나 괴롭지 않다. '성장'을 전제로 내가 자발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뼈대가 되어 정신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워 나가고 있구나, 성장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은 일종의 비타민과도 같다. 시루에 콩을 담아 물을 매일매일 주면 어느새 콩나물이 길쭉하게 자라나듯 내 자신에게도 이렇게 물을 줘야 하는데 현실 속의 난 너무 바쁘다. 하루하루 일을 헤쳐나가기 급급해 내 관심사가 무엇인지, 내 재능이 무엇인지, 보듬어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마음이 공허해지는 것이다.
적어도 박사과정을 회사 업무와 병행하면 '공허함'은 없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른 느낌이나 언제 다 공부할까라는 부담감은 있을망정 '제자리인 것 같은 공허함'은 사라진다. 다른 차원의 힘듦이 찾아오는 것이다.
인생은 언제나 고민의 연속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하는게 힘드냐고 묻는다면 힘들다. 하지만 회사만 다녀도 힘들었다. 뭐 공부만 해도 힘들 것이다. 동생은 1년 전에 아기를 낳았는데 아기 키우는 것도 보통 힘든게 아니라고 한다. 지방에 사시는 부모님은 서울에만 오시면 정신없어 힘들다고 하신다. 어차피 인생은 힘든 순간들의 연속이고 그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인 셈인게 아닐까.
박사 과정은 분명 힘들지만 뿌듯한 감정이 더 크다. 아마 그래서 버티는게 아닐까 싶다. 현실적으로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또 다시 원점으로 '왜 사서 고생일까.'를 중얼거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게 계속 성장의 물을 주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힘든 감정, 뿌듯한 감정들이 교차하면서 천천히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 다음 번에는 가족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한번 이야기를 해봐야 겠다.
가족의 이야기도 무척 중요했으니!
* 흩어지는 순간을 기억하고자 기록합니다.
* book_j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