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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Feb 21. 2023

데이터를 잘 다루는 롤스로이스는 무엇이 특별할까

축적된 데이터로 기회를 만든 롤스로이스


보잘것없는 데이터라 할지라도 모이면 재미있는 인사이트가 도출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늘 저녁에 배달음식을 시켜 먹다가 갑자기 집에서 찜기를 사용하거나, 늘 택시로 이동했던 사람이 갑자기 택시 사용률이 떨어지고 걷기 시작한다면 분명 패턴 변화가 포착된 것이다. 건강에 관심이 있는 것인가? 아픈가?라는 가설을 만들면서 조심스레 서비스에 대한 추천이나 광고를 내보내며 돈을 벌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해 볼 수도 있고 직접적인 니즈를 알 수도 있다. 때론 번거롭거나 복잡한 고장 수리를 뚝딱 해결해 줄 수도 있다. 


수십 년 전에 이미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있음을 알고 준비한 기업들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 '롤스로이스'는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적으로 전환하는데 우수한 사례로 거론되고 있는 기업이다. 

diginomica.com



'롤스로이스'를 떠올리면 럭셔리한 세단을 먼저 생각하지만 1970년대 롤스로이스 모터스를 매각하고 현재는 항공 엔진을 중심으로 개발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고급차 롤스로이스는 BMW 그룹 산하에 있다고 한다. 롤스로이스 재단에서 더 이상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지만 항공기 엔진은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시장 점유율을 자랑할 만큼 기술력과 시장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무려 전 세계 500여 개 이상의 항공사에 납품을 할 만큼 롤스로이스에서 만드는 항공 엔진은 우수성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에는 선박 엔진, 에너지 분야까지 진출하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롤스로이스의 주력 사업분야인 '항공 엔진'은 빠른 이동과 함께 안전, 생명과 직접적인 연결이 되어 있다. 항공 산업에서 오차가 발생한다는 것은 엄청난 비용과 생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작은 문제도 결코 소홀하게 넘어가서는 안되기에 롤스로이스의 고객사인 항공사는 언제나 항공 엔진에 대한 철저한 사전 모니터링이 필요했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 항공 엔진 결함에 대한 빠른 대처가 필요했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즉각 조치가 취해져야만 했다. 




롤스로이스의 엔진에서 수집되는 데이터 (Bayesian Approaches for Complex System Prognostics) 



롤스로이스는 어떻게 데이터를 모으게 되었을까


롤스로이스는 항공사의 니즈를 이해하고 실시간 엔진 상태를 관리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정확하게 항공 엔진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2014년부터 조종사가 비행기를 조종하는 방법, 작동 방법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협업을 맺어 매번 비행을 할 때마다 생기는 데이터 세트를 마이크로소프트의 Azure 데이터 레이크에 쌓도록 하였다. 비행을 할 때마다 약 0.5GB의 데이터를 생성되는데 이 데이터는 엔진 상태를 실시간 파악하는데 유용하게 활용이 된다. 소수의 데이터로 패턴을 보기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수년간 데이터를 쌓으면서 항공 엔진 고장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일일이 항공 엔진을 전체 검사하지 않아도 되며 검사가 필요한지 여부를 기내에서도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https://d3.harvard.edu/


롤스로이스, 데이터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다

대부분 제조사가 그러하듯 롤스로이스 역시 엔진 장비를 판매하는 회사였다. 엔진 장비를 많이 판매할수록 회사의 수익성이 높아지는 형태였다. 하지만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특히 고객 서비스 운영 측면에서 한번 정비를 하고 고장 난 부품을 고칠 때마다 큰 지출이 발생하였는데 데이터로 미리 고장 상황을 예측하고 수리할 수 있었다. 심지어 원격에서도 항공 엔진의 상태를 파악하면서 간단한 고장일 경우 가이드를 빠르게 안내할 수도 있었다. 이렇게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보면서 서비스 운영 측면에서 비용 절감을 하기 시작하였다. 



데이터로 AS 비용을 줄이게 되면서 롤스로이스는 비즈니스 모델을 전면 개편하기로 결정하였다. 기존에는 엔진 장비를 얼마나 많이 판매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바뀐 비즈니스는 엔진 장비를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주목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 관점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니 사용자가 자주 엔진을 활용하는 시간이 중요해졌다.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가 서비스를 얼마만큼 사용하느냐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형태로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킨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판매에서 사용으로 전환됨에 따라 자주 사용하는 시간이 중요해졌고, 자주 사용하도록 만들기 위해 사용할 때 발생하는 고장 해결, 상태확인, 폐기물 처리까지 엔진을 이용하는 서비스가 모두 포함되었다. 고장 해결, 상태 확인과 같은 서비스는 고객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서비스가 더욱 견고해졌다. 보다 다양한 상황에서의 고장 상황을 알게 되고, 해결하기 위해 어떤 데이터들을 활용하면 될지를 검토하면서 항공 엔진에 대한 고객 서비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발전하고 핵심 사업 모델로 거듭나게 되었다.  




비즈니스 모델이 '사용' 측면으로 전환되면서 유지보수도 변화하게 되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면서 굳이 불필요한 유지보수는 과감하게 줄여나가게 된 셈이다. 더 이상 무리하게 항공 스케줄을 중단할 필요도 없었다. 데이터 기반으로 언제 유지보수가 필요한지에 대한 시기를 적절하게 예측할 할 수 있게 되었다. 항공사는 비행 일정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더 오랫동안 운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항공 운행을 못하게 되면 고스란히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이기에 유지보수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나 데이터로 현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으니 예비 부품의 재고를 줄일 수도 있었다. 유지 보수 비용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항공 엔진의 효율성도 크게 개선하였다는데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Rolls Royce Data Lab 


핵심 데이터로 서비스를 탄탄하게 만든다

롤스 로이스가 성공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할 수 있는 배경은 롤스 로이스만의 핵심 데이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롤스 로이스는 비즈니스 모델을 서비스로 변환하면서 핵심 데이터에 주목하였다. 비행을 할 때마다 기류 압력, 온도, 진동 측정 데이터를 수집하도록 설계하였다. 서비스가 필요한지에 대한 지표를 세분화하면서 문제 상황들을 끊임없이 수집해 나갔다.


서비스를 제공할 때마다 수집하는 항공 데이터는 오랫동안 축적되어 나중에 '토탈 케어 서비스'라는 이름의 또 다른 서비스까지 만들게 된다. 항공 엔진의 결함을 진단하고 수정하면서 문제가 또다시 생기지 않도록 방지하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데이터를 통해 기기의 모든 부품을 한꺼번에 식별하면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시기와 위치를 적절하게 예측한다. 궁극적으로는 수집된 데이터와 분석 결과를 적용해 항공 엔진을 설계할 때 오류를 제거할 수 있도록 개발하면서 프로세스 역시도 간소화를 시키는 셈이다. 




정리하자면 롤스로이스는 데이터를 통해 사업 전반적인 포트폴리오를 재편성하였다. 기압, 속도, 결함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이를 근거로 생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비즈니스 방식도 항공사에 생산된 엔진을 그냥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한 시간, 활용한 만큼 값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이때 발생할 수 있는 고장 상황, 이상 기류에 대한 압력 등의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여 원격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만약 엔진에 결함이 생겼다면 엔지니어의 도움 없이도 데이터 만으로 진단하고 해결을 하거나 미리 고장 원인을 파악해 조속히 해결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즉 데이터를 사업 전반에 골고루 분포해 활용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든 셈이다. 이를 통해 유지보수나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나갈 수 있었고 오랫동안 축적된 데이터로 사업의 경쟁력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롤스로이스 사례를 살펴보면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고 보자는 형태가 아닌 언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설계를 촘촘히 잘해놓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도 까탈스럽지만 모아놓은 데이터를 적절하게 활용하기도 여간 쉽지가 않다. 롤스로이스의 사례를 보며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공정 전반에서 어떤 부분에 데이터를 활용할 때 효과가 좋을지 수시로 고민을 해본다면 어딘가에 쌓여있는 데이터에 의미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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