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EP3. 첫 재테크, 그리고 실패

월급쟁이 표류기 | 3편

by 헤이아빠

"그럴듯해 보이고 싶었어요..

회사원으로, 사회인으로, 이제는 어른으로요.

결국은 무리를 했어요."





1.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었어요


회사에 적응해 갈 무렵,

‘이젠 자취방 말고, 내 공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루를 마치고 돌아갈 작고 멋진 나만의 집,

그 상상은 생각보다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나 봐요.

어느 날 부동산 앱을 보다가 복층 오피스텔을 봤어요.

천장이 높고, 창이 크고,

딱 “멋진 직장인” 같은 느낌의 공간이었죠.

대출을 받으면 살 수 있었어요.

그때 스스로를 설득했어요.


“언젠가 결혼하면 월세를 줄 수도 있잖아.

이건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야.”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건 그냥 그럴듯한 포장이었어요.

당장 그 공간에 살고 싶었던 저 자신의 욕심

그렇게 합리화했던 거죠.



2. 멋진 공간이 주는 무거운 비용


처음엔 기분이 좋았어요.

높은 층고, 예쁜 조명,

퇴근 후 와인을 마시는 복층 위의 시간.

딱 내가 꿈꾸던 장면이었어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어요.

냉난방을 해도 적정온도 유지는 어려웠고,

복층을 오르내리는 일은 귀찮았어요,

청소도 어렵고, 생각과는 달리 불편했어요.

관리비는 생각보다 많이 나왔고,

대출 이자도 통장을 조용히 잠식해 갔어요.

퇴근 후 잠깐 머무르는

'멋진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생각보다 현실적이었어요.



3. 투자도 아니고, 안정도 아니었어요


'나중에 월세 줄 수도 있겠지'

그런 기대도 했지만,

막상 그 공간은 임대 수요가 애매했어요.

위치도, 구조도, 관리비도

임대인에게 매력적이지 않았어요.

결국 제가 살기엔 부담스럽고,

누구에게 제대로 빌려줄 수도 없고,

쓸데없는 돈만 쓴 꼴이 됐어요.

그때서야 알았어요.

그건 투자도 아니었고,

진짜 내가 원했던 안정도 아니었다는 걸요.



4. 첫 실패는 나를 바꾸었어요


결국 손해를 감수하고 그 집을 정리했어요.

지금도 생각해요.

그 복층에 누워,

내가 잘 살고 있다고 착각하던 그때를요.

하지만 이제는 알아요.

좋아 보이는 공간보다 중요한 건,

그걸 감당할 수 있는 나의 현실이라는 걸요.




마무리하며

그 집은 첫 번째 자산이 아니라,

첫 번째 교훈이었어요.

'언젠가'를 핑계로 '지금'의 욕심을 덮었던

그 시절의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었어요.


로망은 생각보다 쉽게 닿지만,
그걸 유지하는 건 비용이라는 걸,
나는 그 집에서 처음 배웠어요.”



혹시 지금 당신도 그때의 저처럼

욕심을 ‘합리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지는 않나요?



글을 쓰고 찾아보니 이 글의 오피스텔은 10년이 넘은 지금도 당시와 같은 가격의 매물이 나와 있네요.
그나마 빨리 정리한 건 다행이네요.
keyword
이전 03화EP2. 신용카드의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