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표류기 | 3편
"그럴듯해 보이고 싶었어요..
회사원으로, 사회인으로, 이제는 어른으로요.
결국은 무리를 했어요."
1.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었어요
회사에 적응해 갈 무렵,
‘이젠 자취방 말고, 내 공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루를 마치고 돌아갈 작고 멋진 나만의 집,
그 상상은 생각보다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나 봐요.
어느 날 부동산 앱을 보다가 복층 오피스텔을 봤어요.
천장이 높고, 창이 크고,
딱 “멋진 직장인” 같은 느낌의 공간이었죠.
대출을 받으면 살 수 있었어요.
그때 스스로를 설득했어요.
“언젠가 결혼하면 월세를 줄 수도 있잖아.
이건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야.”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건 그냥 그럴듯한 포장이었어요.
당장 그 공간에 살고 싶었던 저 자신의 욕심을
그렇게 합리화했던 거죠.
2. 멋진 공간이 주는 무거운 비용
처음엔 기분이 좋았어요.
높은 층고, 예쁜 조명,
퇴근 후 와인을 마시는 복층 위의 시간.
딱 내가 꿈꾸던 장면이었어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어요.
냉난방을 해도 적정온도 유지는 어려웠고,
복층을 오르내리는 일은 귀찮았어요,
청소도 어렵고, 생각과는 달리 불편했어요.
관리비는 생각보다 많이 나왔고,
대출 이자도 통장을 조용히 잠식해 갔어요.
퇴근 후 잠깐 머무르는
'멋진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생각보다 현실적이었어요.
3. 투자도 아니고, 안정도 아니었어요
'나중에 월세 줄 수도 있겠지'
그런 기대도 했지만,
막상 그 공간은 임대 수요가 애매했어요.
위치도, 구조도, 관리비도
임대인에게 매력적이지 않았어요.
결국 제가 살기엔 부담스럽고,
누구에게 제대로 빌려줄 수도 없고,
쓸데없는 돈만 쓴 꼴이 됐어요.
그때서야 알았어요.
그건 투자도 아니었고,
진짜 내가 원했던 안정도 아니었다는 걸요.
4. 첫 실패는 나를 바꾸었어요
결국 손해를 감수하고 그 집을 정리했어요.
지금도 생각해요.
그 복층에 누워,
내가 잘 살고 있다고 착각하던 그때를요.
하지만 이제는 알아요.
좋아 보이는 공간보다 중요한 건,
그걸 감당할 수 있는 나의 현실이라는 걸요.
마무리하며
그 집은 첫 번째 자산이 아니라,
첫 번째 교훈이었어요.
'언젠가'를 핑계로 '지금'의 욕심을 덮었던
그 시절의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었어요.
로망은 생각보다 쉽게 닿지만,
그걸 유지하는 건 비용이라는 걸,
나는 그 집에서 처음 배웠어요.”
혹시 지금 당신도 그때의 저처럼
욕심을 ‘합리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지는 않나요?
글을 쓰고 찾아보니 이 글의 오피스텔은 10년이 넘은 지금도 당시와 같은 가격의 매물이 나와 있네요.
그나마 빨리 정리한 건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