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표류기 | 1편
“서울에 올라올 땐 가진 게 없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쓸 돈은 많았어요.”
1. 무일푼의 시작
2010년,
대구에서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요.
보증금 500에 월세 50짜리 원룸이 전부였는데, 그 500만 원조차도 없어서 친한 친구에게 빌렸어요.
지금 생각하면 민망하고 고마운 기억이에요.
당산역 골목길에 위치한 4층짜리 건물이었는데, 빛도 잘 안 들어왔어요.
좋았던 건 '내 공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설렘이었어요.
2. 정신 못 차린 소비
그런데 웃긴 건, 그렇게 무일푼으로 시작했으면서도 신차로 SUV를 샀다는 거예요. 2000만 원이 넘는 차를, 그것도 할부로요. 왜 그랬을까 싶어요. 그땐 그게 멋있다고 생각했나 봐요.
정작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았는데 말이죠.
지금 그 시절을 떠올리면, 나는 참 '있어 보이고' 싶었던 것 같아요.
3. 회사원이 된다는 것
그 시절에는 출근할 때 꼭 정장을 입어야 했어요. 구두, 셔츠, 넥타이, 양복.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세계였어요.
그게 어른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입어야 사회인이 되는 거지.'
그 생각 하나로 계속 돈을 썼던 것 같아요.
4. 월급이 들어오면, 사람은 변해요
사회 초년생 때를 떠올리면 가장 무서운 건 '월급'이었던 것 같아요.
갑자기 들어온 큰돈 앞에서 나는 계획도 기준도 없이 휘둘렸어요.
돌이켜보면 그땐 마치 돈이 내 손에 들어온 게 아니라,
돈에게 내가 잡힌 기분이었어요.
마무리하며
지금 다시 돌아보면, 그 시절의 나는 아무것도 몰랐고, 그래서 실수투성이였어요.
하지만 그때 그 어리숙한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아요.
무일푼으로 시작한 인생,
돈보다 사람이 먼저였던 그 친구 덕분에 나는 겨우 이 도시에서 버틸 수 있었어요
혹시 당신도 그런 시절이 있었나요?
돈보다 멋이 더 중요했고,
무언가를 갖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