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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Dec 15. 2023

글을 읽는 이유

살아가는 이야기 속 치유가 있기에

퇴근길, 동네 횡단보도에 오며 가며 뵙는(물론 나만) 빅이슈 판매원님이 계신다.


빅이슈 잡지사가 운영하는 취지도 좋지만, 이번 호 잡지에 실린 글이 궁금할 때도 있다.


오늘 같은 날. 모두에게 각자의 의미를 지닐 금요일. 연말 둘째 주로 업무가 무척 바쁜 이번주였다. 퇴근 시간 몸과 마음은 더 보살핌이 필요하게 느껴졌다.

여느 때처럼 스스로에게 고생했다고 작은 위로를 건네는 방법뿐이었다.


자취생이라 여느 때처럼 혼자인 날. 혼자여도, 누구와 함께여도 괜찮을 것 같은 저녁이다.



버스에서 내려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 올해 마지막 호 잡지를 샀다.


지나칠까 했지만 좋은 글을 읽고 싶었다. 어떤 글들이 담겨 있는지는 잡지를 열기 전엔 알 수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흥미로운, 예상을 벗어난 글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어제 먹은 5천 원짜리 아이스크림이 생각났다. 잡지 한 권 7천 원에 글도 읽고 빅이슈 판매원께 판매금액 일부도 돌아간다면 꽤 의미 있지 않나 라는 조금 웃긴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잡지를 샀다.


뿌듯했다. 나의 소비가 나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기분은 생각보다 더 좋다. 어제 들른 아이스크림 가게와 그곳의 아이스크림을 아-주 좋아하지만 그건 어쩌면 나만을 위한 행동이었는데.



잡지를 사서 한 손에 들고 식당으로 걸어간다. 얼른 읽어 보고 싶다. 12월호 표지는 하얀색에 왠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느껴진다.

23.12월호. 잡지를 사서 식당에 가는 길이 왠지- 즐겁다.


저 안쪽 어느 한 켠에 있는, 공허함과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다. 그들은 언제나 있으며 언제 모습을 드러내는지는 사실 빈도의 문제일 뿐이다.


이상하게도 그럴 때면 좋은 글을 읽고 싶어진다. 살아가는 얘기들을 각자의 시선으로 담아낸 글들.


예전에는 에세이적인 글들은 거의 읽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관심 밖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스스로에게 연민을 가지게 됐고, 다른 사람들과 여러 방식으로 교류하면서 조금 더 잘 살 수 있다고 깨달은 것 같다. 이 역시 그저 깨달음의 문제일 뿐이다.


좋은 글을 읽으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공허함과 연민을 다독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헐 대박.. 그러고 보니 나도!’라면서 이름만 아는 작가의 생각에 공감할 때도 많다. 가령 이번 호 잡지의 취지를 읽을 때, 실질적인 의미는 없어 보이는 ‘초콜릿 전문점’에 대한 글을 읽을 때. 각자의 시선으로 즐겁게, 열심히 살아가려는 모습들. 그래서 그 시선을 기꺼이 나눌 용기를 낸 우리 주변의 많은 작가들이 참 좋다.

빅이슈는 늘 이번 호 제작 취지를 맨 앞에서 소개한다.


좋은 글들은 이렇다. 작은 부분, 부분들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해 나간다. 이 목소리들을 들으면서 스스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그러나 소중하다고 생각지 못하고 가벼이 지나치는 것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자세히 보지 않았던 삶의 부분 부분을 들여다보게 하는 일을 좋은 글들은 돕는 것 같다. 그러한 부분, 부분들에서 주변 사람들로부터는 좀처럼 얻기 힘들었던 공감을 받는다. 그런 다음 그 부분, 부분들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작은 영혼은 치유되고 때로 거기서 얻은 새로운 시각은 삶을 가까이하도록 돕는다. 그래서 공허한 때, 좋은 글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드나 보다.



오늘 제대로 첫 끼는 저녁이다. 모락모락 뜨끈뜨끈하게 위로하는 맛.

아, 가슴까지 따뜻한 저녁식사였어.


오늘은 아이스크림 대신 요거트로 디저트. 디저트를 즐기면서 노트에 썼다. 생각을, 감정을.

퇴근 후 꼼지락 거릴 수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정말로.



한 주 동안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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