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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Dec 17. 2023

관조하는 일상

애완동물, 카페

눈발이 살짝 날리는 주말이다. 아침 기운을 느낄 겸 좋아하는 동네 카페에 간다.


애완동물 동반이 가능한 카페라 애견들과 함께 오시는 동네 주민들이 많다. 몇 번 가다 보니 거기서 강아지들도, 주인들도 친구가 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햇빛이 잘 드는 공원이라 산책 나온 동네 강아지들과 주민들이 편안히 머물다 간다.


기다리는 동안 내어주신 푸딩. 달콤하지만 사장님 마음만큼 달콤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 재미있는 풍경을 접한다. 바닥에서, 때로는 주인의 무릎에서 쉬고 있는 강아지들을 무심하게 바라보는 모습들이다. 누구도 강아지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지 않고 귀엽다며 카메라를 강아지 의사와 무관하게 들이대지 않는다.


그냥 쉬고 있는 강아지를 무심한 듯 응시하다가, 가끔 커피를 홀짝이는 주인들의 모습이다. 강아지와 단 둘이 온 사람이든, 일행과 강아지와 함께 온 사람이든 강아지를 어떤 식으로든 재촉하지 않는다. 불안하게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말없이 앉아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 역시 '멍-' 대열에 합류한다.


이 모습이 재미있었다. 사랑스러워 보였다. 강아지가 굳이 재롱을 부리거나 귀여워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 아이를 바라보기 때문이었다. 무심하게 말없이 지켜보는 모습이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관조에 대해 생각했다. 사실 무언가를 응시하는 시간이 적어도 내게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이렇다.


1. 뭔가를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시선을 오래 두지 못한다. 없는 여유와 다른 행동을 하는 유혹을 이기고 뭔가를 응시하려면 대상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 할 대상이 없다. 기꺼이 무언가를 응시하고자 하는 마음은 너무 많은 스크롤을 내리면서 더 많은 자극에 자리를 내주었다. 무언가를, 누군가를 안다는 건 먼저 관찰할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2. 카메라에 의지한다. 클릭 한 번으로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소장할 수 있는 핸드폰 카메라가 언제나 손에 있다.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면서 이 안에 담기보다 카메라를 통해 저장한다. 더 많은 양을 흡수하면서 안심하고, 아름다운 것이 왜 아름다운지 음미하는 대신 카메라로 그 아름다움을 소유하려고 한다. 뭔가 좋은 게 있으면 영혼이 없이 휴대폰을 꺼내 찍는 게 내 모습이었다.



강아지를 어릴 때 키워본 나는 이곳에서 강아지를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끔 놀란다. 그곳을 찾는 강아지들과 주인들에게는 무심해 보이는 그러나 가장 따뜻한 관조를 하는 시간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정성스레 구워진 붕어빵이 너무 귀여워 한입 전 가만히 지켜본다.


이곳을 정말로 좋아한다. 빨리와 많이를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는 때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영혼에 상처를 낸다. 그 카페에서 언제나 잠시 일상을 의미하는 사치를 누린다. 오늘 커피를 다 마신 컵과 붕어빵 그릇을 사장님께 건네며 마음을 전했다.


"여기에 오면.. 소소한 나의 일상에 감사하게 돼요."


스스로를, 무언가를 그저 편안하게 응시할 수 있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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