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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Aug 17. 2024

프릳츠라는 카페 - 멋진 협업 공간

경쾌한 교류를 만드는


주말 오전의 프릳츠

공덕에는 정말 유명한 베이커리 카페가 하나 있다. 바로 프릳츠. 내가 공덕이라는 동네를 처음 알게 된 때부터 이 작다면 작은 지역에서는 이미 유명한 가게였다. 여기서 자취를 시작한 지 6년은 되었으니까 프릳츠는 그전부터 도화동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인은 이 동네에서 근무하면서 프릳츠에 들르곤 했는데, 내게 프릳츠 가까이 사는 게 부럽다며 '프세권'이라는 재미있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긴 걸어서 2분 거리에 이렇게 핫플레이스가 있다는 건 그때도 지금도 가끔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일이다. 이런 게 서울에 사는 묘미 중 하나라면 하나일까. 어쨌든 이곳은 한마디로 도화동, 공덕의 명소로 비추어지는 듯하다.


집 근처에 있는 이 가게와 인연이 소소한 인연이 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기보다 몇 년 동안 가게를 방문하면서, 출퇴근 길에 지나다니면서, 사장님(과 동료들)이 쓴 책을 읽으면서 등 이 가게와 관련된 것들을 통해 내가 갖게 된 특별한 감정 같은 거다. 몰랐는데, 몇 년 정도를 스며들듯이 옆 자리에 있다 보면 그에 대한 어떤 감정을 언어화할 수 있게 되기 마련이다. 단지 유명한 카페라서, 빵과 커피가 맛있어서 한 차례 이벤트처럼 와본 장소일 때라면 기억에는 남겠지만 큼지막한 단편 정도로만 어렴풋이 기억될 것이다. 거기 가봤지- 정도로. 하지만 어떤 장소를 시간을 두고 여러 번 방문해 보니 점차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 시즌을 앞둔 신메뉴 출시, 알아온 기간 동안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등. 그리고 거기에 방문할 때 내게 어떤 특정한 기분이 든다는 걸 감지하곤 한다. 그게 내가 6년이라는 짧지만은 않은 기간 동안 이 가게의 은은한 고객으로 있는 이유기도 할 테다. 잊을만하면 한 번쯤은 커피와 빵을 먹으러 오는 가게. 그리고 출퇴근길 매일 한옥 건물 문 앞을 지나는 가게.



토요일 아침인 오늘 (역시 잊을 만한 때쯤) 프릳츠에 왔는데 역시나 문전성시이다. 빵을 골라 계산하기 위해서 10분 정도 줄을 서야 했다. 이곳에 올 때면 언제나 이런 놀라움이 든다. 어떻게 이렇게 오랜 기간 사업을 잘할 수 있지? 카페가 많은 서울에서 수년 동안 변함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기존 고객에게는 지속적으로 어떤 좋은 감정을, 잠재 고객에게는 여기 와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은은한 오랜 고객인 나는, 같은 가게지만 올 때마다 맛있는 커피와 빵 이상으로 어떤 힘을 얻고 가는 것 같다. 오늘 프릳츠의 멋짐이 평소보다 더욱 선명하게 와닿은 김에 여기서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것들을 써보게 되었다. 이곳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일하는 사람들과 시스템이 멋진 리듬을 만든다고나 할까.


계산하기 위해 긴 줄을 서 있었다.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이는데, 계산대와 커피를 내리는 바(bar), 빵을 준비하는 곳, 설거지를 하는 싱크대까지 고객들과 바로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옆에 빵을 써는 직원분이 있었다. 손님이 많아서 계속 빵을 썰어야 하는 모습이 힘겨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밝으면서도 상냥하게 요청하는 동료 직원, 빵 진짜 많다- 힘들지? 라며 바쁜 와중에도 한 마디 챙겨주는 동료 직원이 보였다. 그리고 맞은편에서 가벼운 농담을 건넨 동료 덕에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나도 왠지 안심이 되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표정이 정말 힘들다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일하는 사람들의 표정과 바이브는 사업주의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손님들이 일부러 의식하지 않아도 직원들의 기분과 에너지가 전해지고, 결국 그 공간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빵을 썰던 직원이 후선에서 원두를 준비하는 역할로, 계산하던 직원이 빵을 써는 역할로, 커피를 내리던 직원이 계산을 하는 역할로 일하는 자리를 로테이션했다. 이렇게 바에서 일하는 다섯 명 남짓의 직원들이 손님 응대에 필요한 하나하나의 역할을 각자 자리에서 리드미컬하게 해내고 있었다. 명시화되어 눈에 보이지는 않는, 그러나 일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화음이 내게 참 아름다워 보였다.


후선 업무가 이루어지는 곳

사실 프릳츠 공동창업자가 쓴 책(프릳츠에서 일합니다 / 저자 김병기)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곳은 모든 직원들이 일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돌아가며 수행한다고 한다. 커피를 내리던 사람도 설거지를 하고, 설거지를 하던 사람이 빵을 써는 자리로 가고, 계산대에서 손님을 응대하다가 후선에서 트레이를 정리하러 간다. 직원 모두가 손님 응대에 있어 그때그때 필요한 자리에 들어가 일련의 업무단위를 수행하는 것이다.


프릳츠 사람들이 각자 역할 속 일하는 모습은 내추럴하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경쾌함이 쉴 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손님들에게 늘 반가운 인사와 친밀한 서비스로 다가오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손님들은 거기서 피부로 느껴오는 산뜻함과 영감이 좋아 은은한 고객으로, 또는 팬으로 남는지도 모른다.


가게 앞에 능소화가 있어 매년 여름 핀다. 출근길 아침 이곳을 지나면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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