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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Sep 18. 2024

누군가를 지킬 힘

부모님께서 그러하셨듯이


연휴의 끝자락,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명절 덕분에 부모님을 몇 달 만에 뵈었다.

부모님 앞에서 두 가지 마음이 모두 들었다. 하나는 이제 내가 다 사 드리고 지켜드리고 싶은 마음. 다른 하나는 나이 서른이 다 되어 가지만 철부지 막내여도 괜찮고 싶은 마음.


세월이 흘러 시원한 남방을 입으신 어르신을 보면 부모님이 생각나는 나이가 되었다. 옅은 웃음을 입가에 띄고 바라보다, 어르신도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품는다.


식물 그림 그리기 1년차이신 엄마의 작품

부모님께서 걸어온 길을 모두 알 수는 없다. 작은 몸집으로, 가진 것 없던 시절부터 네 자녀를 키우신 부모님의 그릇과 희생을 감히 짐작컨대 발톱만큼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곧잘 하는 힘들다는 말도 그들에게서는 들어본 적조차 없다. 얼마나 많은 장애물을 넘으셨을까, 얼마나 많이 삼키셨을까, 때로는 얼마나 많이 애써 괜찮은 척하셨을까.


칠순이 넘으신 아버지는 여전히 막내인 나를 막둥이라 부르시며 예뻐하신다. 몇 해에 걸쳐 나이 드셨음이 실감 나는 아버지는 이전보다 더 너그러운 얼굴을 한 어르신이 되어 있다. 가장 작지만 가장 큰 사람이셨던 아버지는, 왠지 당신이 돌아가실 때까지 자신의 시간은 자신의 시간으로 남겨두실 것만 같다. 막내둥이인 나는 아버지께서 살아오신 시간을, 그 역사를 알지 못할 것만 같다. 언제나 그 연약해 보이는 체구 속에 강인한 심지를 지니신 아버지를. 한 사람으로서의 아버지를, 가장으로서의 아버지를..


아버지께서는 나를, 우리를 지켜주셨다. 그의 삶에 대해 생각할 때 언제나 그 강인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버지의 성품에 기인하는지 지켜야 할 우리가 있어서였는지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연휴의 끝자락 서울에 돌아왔다. 부모님에 대해 생각하면서 생각한다. 부모님께서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내게도 누군가를 지킬 힘이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부모님을 지켜드릴 것이다.


감사함과 여러 마음이 교차하여, 덕분에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드리는데 눈물을 삼키는 날이다.


추석 음식. 막내와 딸들이 온다고 전날부터 준비하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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