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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즈 uze Jun 24. 2019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자책감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지난해 여름 나고야 근교 이누야마 소재 정원 유라쿠엔의 길

며칠 전 네이버 뉴스 콘텐츠 판에서 시선을 끄는 제목을 하나 보았다. '50대 고학력 여성의 마음을 흔든 구인 공고'. <오마이뉴스>였는데 수많은 기사들이 참전한 클릭 경쟁을 의식한 헤드 카피가 좀 자극적이긴 했으나 누구 사정은 누구가 안다고, 한 줄만 봐도 무슨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예상대로 그 기사는 일생 동안 연극인이자 작가로 살아온 50대 여성이 이력서를 다운그레이드하여 지역 아트센터의 미화원으로 취직한 사연을 담고 있다. 연극연출을 해도, 대학 강사로 강단에 서도, 마을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쳐도 생계 유지가 안 되는 상황에서 택한 과감한 행보였다. 그녀는 생계를 위한 활동에 어설프게 예술이라는 명목을 붙이지 않기로 했다며 생계활동과 예술활동을 구분하기로 했단다. 그러나 돈 벌기 위한 일에서도 보람과 의미를 찾고 싶다며 지금 구한 자리에서 그 정도는 찾을 수 있으리라 전망했다. 물론 그렇지 않았나 보다. 다음 회로 이어지는 이 기사의 마지막 구절은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였다.


대학원 나와서 왠 청소? 라는게 그녀에게 쏟아지는 가장 흔한 질문일 것이다. 이런 식의 언사는 수없이 변주되면서 상대방에게 와서 박힌다. 명문대 나와서 왜 거기? 부장까지 했는데 다시 차장? 기껏 정규직 그만 두더니 무기계약직? 이런 말을 들으면 왠지 노력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했다, 심지어 있는 조건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낭비했다,는 자책감이 든다. 본인은 빈둥거리면서도 남의 일에는 '노력을 안 해서 그래'라고 섣불리 결론을 내는 게 우리들 기본 정서이다 보니. 그런데, 요새 진로를 고민하면서 깨달은 건 '노오력'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것. 대표적인 것이 속절없이 먹어버린 나이고, 감당 못하게 늘어난 경력이다. ^^;;


대부분의 구인 공고에는 차고 넘치는 40대~50대 경력직 지원자들을 막기 위한 몇 가지 예방장치가 있다. 이런 말들은 채용 공고 안에 조심스럽고도 용의주도하게 배치된다. 예를 들어

- 최대 *년까지 경력이 인정됩니다.(주로 5년이나 7년이 많음)

- **년(만**세)~**년(만**세) 우대합니다.(주로 25~35세가 많음)

- 관련 분야 최종경력을 기준으로 공고일 현재 퇴직후 3년이 지나지 않아야 합니다.(정부나 지자체 채용공고에 많이 보이는데 장황해보이지만 결국 3년 이상 논 사람은 경력 인정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


물론 20대~30대가 학업을 마친 후 제때 사회에 진출해 공식으로 인정받는 경력을 쌓는 일은 전 사회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을 위한 자리도, 그 윗세대들을 위한 자리도 너무 부족하다는 것. 청년층 배당인 신입~경력 5년 내외 일자리야 그렇다치고 그 이상 경력직 자리 역시 많지 않아서 지금까지의 경력과 연봉을 한참 다운그레이드시켜도 쉽지 않다. 아니, 사실 앞의 50대 연극연출가 선생처럼 완전히 다른 분야로 가는 것이 어쩌면 정답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듬. 다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유튜브를 뒤적이다가 몇 년 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강의를 보았다. 중간 쯤에 현재 한국의 세대별 인구 분포도를 보여주면서 40~50대가 베이비붐 세대로 엄청 많은데 "안 나가요~~"하며 너털 웃음을 웃었다. 20대 청년층이 대부분인 객석에서는 짧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 장면이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왜냐면.. 조직에서 비비적거리며 안나가는 중장년층의 최정점은 50대를 훌쩍 넘은 386세대이며 이중 앞세대는 60대에 진입한 형편. 다 그의 동지들 아닌가. 그런 분들께 호구 잡히며 살아왔던 나로서는 잠시 울컥했다. 그냥 그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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