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신입생에게 가장 먼저 교육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학교생활 인권 규정입니다. 쉽게 말해 ‘교칙’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학부모님의 학창 시절에도 교칙이 엄한 학교, 비교적 허용적인 학교가 있었을 겁니다.
지금도 학교생활 인권 규정은 학교마다 조금씩 내용이 다릅니다. 어떤 학교는 화장과 귀걸이가 허용되고, 어떤 학교는 머리 색깔이 조금만 달라도 염색한 머리로 처벌받습니다. 어른이 보기엔 별것 아닌 문제처럼 보이지만 학생들에게 수업이나 성적만큼 예민한 문제가 바로 이 학교생활 인권 규정입니다.
중학교에도 물론 이런 규정이 있고, 교칙을 어기면 나름의 기준에 따라 선도 처벌을 받지만, 고등학교의 가장 큰 차이는 퇴학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학생의 변화를 기대하며 끝까지 지도하고 가르칩니다. 고등학교 교사들도 최대한 학생을 변화시키고 교육적으로 훈계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지만 그래도 지도에 불응할 경우 퇴학을 시킵니다. 더욱 강력한 제제 수단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중학교에서 올라온 신입생들은 이런 변화를 크게 인지하지 못합니다. 지각하던 학생은 늘 지각하고, 화장하던 학생은 늘 화장합니다. 교사와 대립하고 규칙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 선도는 차곡차곡 누적되어 교내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이수, 출석정지, 퇴학까지 처벌을 받습니다.
고등학교는 의무교육 기관이 아닙니다.
중학교까지 말썽을 피우던 학생들은 아무리 말썽을 피워도 진급이 되고 졸업이 되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내봉사 처벌이 나와도 제대로 이수하지 못해 사회봉사로 올라가고, 여기에 흡연이나 기타 문제를 몇 건만 일으켜도 퇴학 직전까지 쭉쭉 선도가 올라갑니다. 학군이 좋지 않은 지역에서는 한 반에 3~4명씩 제적되는 학생들이 생기는데 바로 규정을 지키지 못한 학생들이 퇴학당하거나 퇴학 직전 자퇴를 합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엄청난 물의를 일으킨 학생이 아니면 퇴학까지 당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말썽을 부리는 학생들을 교사가 나름대로 체벌하거나 강력하게 제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교사들은 체벌은커녕 조금만 비위에 상하는 말을 해도 학생 인권을 침해했다는 민원과 소송에 시달립니다. 그렇다고 그런 학생을 허용한다면 다른 모범적인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선례가 되고 교육이 되지 않습니다.
선도 규정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해야 그나마 학교가 교육기관으로 구실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엄청난 물의를 일으킨 학생들만 퇴학을 당하는 게 아니라 소소한 규정을 지키지 못해 선도가 누적된 학생들이 퇴학을 당한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부모님이 선도위원위에 참석해서 학생과 함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 실제 학생이 변화하거나 처분이 약하게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선도위원회가 열려도 한번 나오지 않는 부모님이 계십니다. 오히려 귀찮게 학교가 자꾸 부른다며 화를 내기도 하십니다. 자녀가 규칙을 가볍게 생각하고 학교를 함부로 여기는 이유는 부모님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규정에 대해 같이 욕하거나 ‘뭐 이런 걸로 벌을 주냐’고 하시면서 학생 편을 들게 되면 같이 반감을 갖게 됩니다. 정말 교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뒤에서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인권규정을 개정하는 방안에 대해 학교에 의견을 내시고 심의할 수 있도록 논의하시는 게 좋습니다.
학생이 사회에 나와서도 좋은 법만 따를 수 없습니다. 부모님께서 학교 규정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 혹시라도 선도위원회까지 자녀가 회부되었을 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자녀를 학교에 잘 적응시킬 수 있는 교육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