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양한 역할이 있고 누구나 다양한 본분이 있다.
저는 영화를 많이 보지 않습니다만 굳이 본다면 영화자체보다는 영화를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이나 영상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또 봤던 영화와 새로운 영화 중 고른다면 기존에 봤던 영화를 보는 편이고요. 얼마 전 집 근처 헬스장에서 런닝머신을 하던 중 ‘글래디에이터’라는 영화를 우연히 또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노예가 되어 원형경기장에서 전투를 할 수 밖에 없는 러셀 크로우(막시무스 데시무스 메리디우스)가 호아킨 피닉스(콤모투스)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콤모투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막시무스: ......(대답하지 않고 등을 보인다.)
콤모투스: “감히 나에게 등을 보이다니! 네 이름이 무엇이냐?”
막시무스: “내이름은 막시무스, 북부군 총사령관이자 펠릭의 장군이었으며,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충복이었다. 태워죽인 아들의 아버지이자, 능욕당한 아내의 남편이다.”
막시무스의 대답에는 자신의 이름도 들어있지만 자신의 정체성, 자신의 역할, 자신이 살아있는 이유가 다 담겨져 있습니다. 자신이 군인이었으며 황제를 위해 충성을 다한 사람이었고 콤모투스를 인정하지 않고 가족을 몰살한 그를 복수하려고 하는 마음가짐과 의지를 간직한채 살아가고 있었죠. 그래서 몇 번을 본 장면이고 아는 내용이었지만 그의 대답에서 그의 다양한 신분과 역할에도 불구하고 정체성을 확립한 그를 통해 제 이름, 역할, 본분 등을 정하고 그렇게 된 이유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제 브런치 활동명은 “하늘색 형광펜”입니다. 아이들을 지도하고 가르칠 때 특히 플래너에 빨간펜을 사용해서 많이 알려주고 고쳐주곤 했었는데요. 그래서 빨간펜이 하는 역할이 저의 일부분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다가 좋은생각 책자를 보니 영국에서는 빨간펜 대신 분홍색을 쓴다고 하더군요. 분홍색이 틀린 문제를 체크하고 고쳐줄 때 아이들에게 ‘실패감’을 줄여주고 덜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내용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분홍색을 쓰려고 하니 문득 제가 좋아하는 색깔인 하늘색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만든 다음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형광펜을 쓰면 완전히 수정되거나 고쳐지지 않고 고유의 의미와 글자는 남기 때문에 그리고 시중에서 하늘색 형광펜을 찾기가 어려워 고유한 제 자신만을 나타내고자 “하늘색 형광펜”이라는 활동명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또한 V4 메신저라고 스스로를 지칭합니다. 4가지 V로 시작되는 단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강의할 때도 어필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V4는 View, Value, Vision, Victory를 의미합니다. 간단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View”는 아이들에게 강의할 때 시야를 넓게 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찾아보라는 의미입니다. 세상에 많은 분야가 있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전에 각광을 받던 분야가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고 주목받지 못하던 주제가 지금은 크게 성장하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눈을 다양하고 넓게 보라고 강조합니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내가 공헌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들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찾는 눈, 시야를 넓게 가지라는 의미로 첫 번째 V는 View를 의미합니다.
두 번째는 Value입니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알고 그 가치를 따라 살아가는 가라는 의미입니다. 사람마다 중요시하는 가치가 다 다릅니다. 어느 가치는 값지고 어느 가치는 그렇지 못한 경우는 없습니다. 누구는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어느 사람에게는 재산이 될 수도 있으며 어떤 이에게는 건강이 최고의 가치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자신이 생각하고 발견하여 정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묵상하고 경험하고 생각하여 자신만의 소중한 가치를 정하라는 의미에에서 두 번째 V는 Value입니다.
세 번째는 Vision입니다. 자신만의 비전을 발견하여 그것을 바라보고 이루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남들이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시켜서 하게 되는 것도 아니며 정말 자신만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그것에 매진하는 삶을 살라는 의미입니다.
네 번째는 Victory입니다. 자신과 세상과의 싸움에서 치열하게 싸워 이기라는 의미보다는 실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뜻깊은 승리이기 때문에 날마다 승리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V4메신저입니다.
저는 한국비전메이킹연구소를 운영합니다. 이 연구소는 주소도 없고 전화도 사무실도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있고 블로그가 있고 내용도 있고 직인도 있습니다. 이 연구소는 제가 만든 것인데요 연구소 대표는 바로 “저”입니다. 저는 한국비전메이킹연구소장이자 대표입니다. 그게 뭐냐고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여러분 누가 뭐라고 해도 여러분은 지금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계실 것입니다. 누구의 자녀이자, 남편이거나 아내, 아빠이거나 엄마일 수도 있고 직장에서는 직급과 직책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디 선배이거나 후배, 누구의 친구일 수도 있고 동생이나 누나, 언니, 형, 오빠일 수도 있습니다. 벌써 여러분은 자신도 모르게 여러 가지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저는 일적으로도 업(業)적으로도 다양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동시에 좋은 아빠이자 멋진 남편이 되자는 비전도 있습니다.
한 가지를 바라보고 전진하여 그것을 성취하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한 가지를 바라보기 전에 여러 가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 한 가지를 이루기 위해 다른 여러 가지를 거쳐야 할 수도 있고 동시에 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 과정과 동시성 때문에 내가 원하는 한 가지를 포기할 것인가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될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과 태도는 이런 순간에 이럴 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여러 가지의 다양성이 여러분 한 명을 나타내는 정체성이 될 수 있습니다.
이름하면 생각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저는 장(章)에 욱(旭) 글자를 씁니다. 해석하면 ‘글이 아침 해다.’라는 의미인데요 어렸을 때 한자를 막 배우기 시작할 때 아버지에게 이름의 뜻을 물어보니 장(長)에 욱(昱)이라고 알려 주셨습니다. “길이길이 빛나라”라는 뜻이라고요. 한참을 그렇게 알고 있다가 실제 등본에 신고된 한자는 장(章)욱(旭)이어서 바르게 의미를 알게 된 적이 있습니다. 길이 길이 빛나라 라는 의미를 주시려는 아버지의 뜻과 마음만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저 한자 뜻대로 제 글이 언제가는 아침 해처럼 떠오르는 것도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