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하트 Jun 30. 2023

너와 함께하는 평범한 하루

2023년 6월 29일

새벽 5시.

작은 단풍나무잎 같은 손으로 내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며 "엄마엄마"부르는 너. 기분이 묘하다. 귀엽기도 하고 살짝 어이없기도 하고. 내가 다시 눈감고 자면 두 번째 스킬로 나를 깨운다. 온 얼굴에 침을 묻히는 뽀뽀 시작! 내가 졌다 졌어. 일어날게. 그렇게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5시 30분.

딸과 내가 서로를 부르는 말소리에 잠이 깬 신랑이 방으로 들어온다. 그의 눈에는 나는 보이지 않는 듯 딸에게 다가가 안고 뽀뽀한다. 투명인간이 되어 그 모습을 지켜보는 건 행복이라는 감정으로 온몸을 흠뻑 적시는 기분이다.



7시

사과를 깎아 통에 담아 그를 출근시키고 딸 밥을 준비한다. 오늘은 오트밀과 과일로 간단하게 해결! 일찍 일어난 딸은 먹자마자 눈을 비빈다. 안아서 토닥토닥해 주니 금방 잠든 너.

나의 자유시간은 시작된다.



오후 2시.

오전에 보이차를 너무 진하게 우려서 차가 아닌 물먹듯 먹었다. 결국 나는 속이 미슥거리고 머리가 아파 힘이 쭉 빠친 채 오전을 보냈다. 다행히 딸이 낮잠을 무려 세 시간이나 사줘서 옆에서 좀 쉴 수 있었다. 오후가 되고 좀 괜찮아졌다. 오후 낮잠을 재우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짐을 싸며 마음이 몇 번이나 따끔 아려왔다.

딸에게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게 하는 것도,

신랑에게 마누라, 딸의 빈자리를 느끼게 하는 것도.

내 잘못이 아닌데 자꾸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짐을 싸면서 자꾸만 눈물이 고였다.



오후 4시.

비가 안 와서 기다렸다는 듯이 밖으로 나갔다. 바지 밑단이 뜯어진 옷을 맡기기 위해 수선집을 갔다가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하나 샀다. 사고 나오자 비가 오고 있었다. 나는 비 맞더라도 딸 유모차 위로 우산을 씌우고 뛰어서 집에 왔다. 하 집이 최고다.



오후 6시.

밥을 먹이고 씻기고 책도 읽고 걸음마 연습도 하는 재일 바쁜 시간. 체력이 점점 방전됨을 느끼며 빨리 잠들었으면.. 하는 마음과, 내일 좀 늦게 일어나려면 늦게 재워야 하나... 하는 갈등이 매일 이 시간이면 대립한다.



오후 8시.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는 딸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 점점 행동이 느려지더니 잔다. 난 일어나서 거실도 치우고 설거지도 하고, 목욕한 것도 정리하고 화장실 청소도 해야 하는데... 그냥 이대로 자고 싶다. 월말이라 바쁜 신랑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고, 집정리도 해야 하는데 이 시간이면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오후 9시.

잠들기 전,

딸과의 하루를 잘 채웠는지 돌아본다.

왜 히루를 돌아볼 땐 잘한 것보다

아쉽고 부족한 내 모습만 자꾸 보이는지...

내일은 아쉬운 건 고쳐보고, 부족함은 채워보길.!

바쁜 하루를 꽉꽉 채워 퇴근한 신랑과 서로 수고했다는 인사를 나누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매일 비슷한 것 같지만

매일 다른 ‘오늘’을 기록하며.

매거진의 이전글 평범하고 소중한 오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