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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아빠 Aug 19. 2019

도서관이 없으면 미국도 없다

미국 겉핥기_아홉 번째

미국의 공공도서관(Public Library) 시스템이 훌륭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어서, 굳이 이야기를 보탤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도서관만이 아니라 작고, 조금은 낡아도 동네마다 공공도서관이 갖춰져 있어 책을 빌릴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놀고, 동네 사람들이 모이고, 각종 생활 정보를 얻으며 함께하는 축제가 열리기도 하는 공동체의 구심점이 되고 있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미국은 대통령이 퇴임하면, 대통령의 이름을 딴 도서관이 하나씩 생긴다. 여기서 대통령의 리더십을 연구하고, 대통령의 인생과 업적을 전시하며, 사람들에게 공부와 독서의 장을 제공한다. 이 뿐 아니라 대통령 도서관은 아이들에겐 꿈을, 어른들에게는 역사와 추억을 선물하는 교육과 견학 코스가 되기도 한다.


관광객들에게도 한 번씩 가봐야 하는 도서관들이 많다. 대표적인 도서관은 '뉴욕 공공도서관'이다. 안과 밖이 모두 웅장하고 멋있어서 구경 오는 사람들이 많아 이용객들이 어떻게 공부를 하나 싶을 정도로 인기다. 여기서는 구경 오는 관광객은 이용할 일이 없을 회원증까지도 발급받을 수 있다. 

뉴욕 공공도서관과 회원증

미국 의회도서관은 열람자들의 집중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고층에서 도서관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유리벽을 설치한 전망대(?)를 두고 있고, 볼티모어의 피바디 도서관은 고풍스럽고 웅장한 모습을 잘 간직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워싱턴 D.C의 미국 의회 도서관(Library of Congress)과 볼티모어의 조지 피바디 도서관(George Peabody Library)

오늘은 이렇게 멋있고, 유명한 도서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을 도서관의 나라라고 이야기하고, 도서관이 없다면 미국도 없다는 생각이 들도록 한 것은 바로 '동네 공공도서관'이다. 이 연재 글의 제목처럼, 미국의 동네 공공도서관도 겉핥기로 밖에 경험하지 못했지만 그런 이방인에게도 도서관이 동네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가까운 친구 같은 존재이고, 동네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었다.


내가 살던 동네의 공공도서관(WICOMICO PUBLIC LIBRARY)은 내가 가본 다른 동네의 도서관에 견주어서도 조금은 낡은 도서관이었다. 그럼에도 규모에 비해서는 많은 것 같은 직원들이 친절하게 서비스를 제공해주었고, 지하에 위치한 강의실에서는 이민자들을 위한 영어 강의(ESL)등 지역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끊이지 않고 제공되고 있었다. 소속된 대학 도서관을 주로 이용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공도서관의 필요도가 낮았지만, 나도 회원 가입을 하고 몇 번 책을 대출해 보기도 했다. 

메릴랜드주 위코미코카운티 솔즈베리시의 공공도서관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리고 아이를 위한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외국인의 처지에서 도서관이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아동 친화적인 환경은 도움이 됐고, 한국에 비해 해줄게 없는 부모 입장에서 고마움과 위안도 느끼게 해 줬다.


내가 살았던 동네 도서관은 서가가 있는 공간은 한 개층에 마련되어 있었는데, 절반 가까이가 아이들을 위한 책과 CD 등의 자료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장난감이 있는 놀이방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위 사진은 그런 공간에서 놀고 있는 딸의 모습이다. 우리 아이뿐 아니라 많은 동네 아이들이 엄마, 아빠, 친구들과 함께 와서 '정숙'할 필요도 없이 각자 흥미에 따라 재잘대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아이들 코너에는 전담 사서가 있어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응대를 해주고, 부모들이 요청하는 자료 찾기나, 책 추천 등을 전문적이고도 친절하게 해 줬다.


도서관의 많은 공간을 아이에게 할애하는 것 외에도,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도서관에서 활발하게 제공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동년배(?)들과 어울리며 사회성도 기를 수 있도록 해주는 'STORY TIME'이라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문화센터에서 하는 어린이 프로그램과 비슷하다. 동화구연도 해주고, 노래도 부르는 시간으로 구성되는데 중구난방 어수선하지만 동네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만나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것뿐 아니라, 우리나라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일자리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도 하고 있었다. 어디나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 문제가 절박해서인지 일자리 만을 검색하고, 상담을 받는 공간이 도서관에 따로 있었다. 

매사추세츠주의 캠브리지, 델라웨어주 도버, 그리고 내가 살던 곳의 옆동네인 프린세스 앤의 공공도서관 모습이다. 하버드와 MIT가 있는 대학가, 한 주의 행정수도, 조용한 시골 동네와 같이 각각의 특징을 드러내듯 세련되고, 고풍스럽고, 고즈넉한 모습으로 다양하게 공공도서관이 시민들과 만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도서관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만큼 도서관도 늘어나고 있다. 요즘엔 시설과 프로그램도 좋은 공공 도서관들이 늘어나면서 단순히 시험공부를 하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를 형성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열린 공동체의 공간이 되고 있는 것도 반갑다. 미국이 가진 힘의 원천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커다랗고 웅장한 도서관이 아니라 작고, 낡아도 동네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동네 도서관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미국은 도서관을 지었고, 도서관이 미국을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중요한 것은 건물이 아니라 그 안의 사람들과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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