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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아빠 Jul 12. 2019

미국 겉핥기 2_모든 것은 링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미국은 링컨이다

미국이란 나라는 늘 시끄러운 나라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로 특히 여러 분야에서 많은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이민자들과 여성들은 워싱턴 중심부를 꽉 채워 반이민, 반인권적 정책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높인다. '미국(인)이 먼저(America First)'라는 트럼프가 세우고 있는 국경 장벽과 무역장벽은 미국을 넘어 국제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 내 갈등과 논쟁, 정치권의 대립에 있어서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 있다. 그건 정책과 노선을 놓고 다른 의견들이 부딪히고 논쟁이 벌어지는 것을 넘어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로 논의의 초점이 모인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민 문제에 관한 것이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고, 이민을 제한하고,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하는 문제에 대해 무엇이 옳고 그른가의 논의의 끝에는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는 구호와 연설이 나온다. 곧 트럼프가 건드린 많은 문제들은 미국 사람들이 체화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미국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이는 트럼프 시대에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와 방송연설만 봐도 "미국은 이런 나라"라는 자부심이 깊게 배어있다. 미국의 현실을 반영한 정치 미드를 봐도 그렇다. 그렇다면 미국을 미국 답게 하는 정체성과 모습은 무엇이고, 미국을 미국일 수 있게 하는 힘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아마도 '자유', '평등', '민주주의'... 그리고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조건인 '다양성과 포용'이 미국을 구성하고 규정하는 대표적인 가치일 것이다. 이런 미국의 가치는 '기회'를 만들어내고, 그 기회가 발산시키는 창의력과 동기가 미국의 산업과 경제 그리고 매력적인 소프트 파워와 국제적 지도력으로 미국의 권위와 지위를 지켜주고 있다. 트럼프를 둘러싼 논쟁은 바로 이런 가치들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미국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물론, 필라델피아에서 각 주의 대표들이 모여 독립선언서를 채택해 신대륙의 새로운 국가를 탄생시킨 것이 미국인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자랑스러움의 시작이겠으나, 많은 미국인들이 지키고 발전시키려는 지금의 미국이 형성된 터닝포인트는 '링컨'이라고 생각한다.      

남북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게티즈버그에는 전투의 현장이 보존되어 있고, 참전했던 지역과 사람들의 동상과 조형물이 당시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 사람들에게 게티즈버그는 남북전쟁의 격전지이기도 하지만, 링컨의 연설로 더욱 유명하다. 남북전쟁이 끝난 후인 1863년 11월, 링컨은 전몰자들이 묻힌 국립묘지 봉헌식에 참석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미국'을 천명하는 2분의 짧지만 역사적인 연설을 했다. 


위 사진은 게티즈버그 국립묘지 입구에 세워진 표지판과 묘지 내에 링컨이 연설을 했던 자리에 조성된 기념공간을 찍은 사진이다. 링컨은 분열과 대립으로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이 묻힌 이 곳에서 포용과 단결, 민주주의의 새로운 미국을 선언한 것이다. 그렇게 원래 있었지만 전혀 새로운 미국이 시작되었고, 그것이 지금의 미국을 만들고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링컨은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제대로 된 학교 교육도 받지 못했으나 독학으로 변호사가 되어, 많은 낙선으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정치지망생에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아메리칸 드림의 실재였다. 대통령에 오른 뒤에는 경쟁자였던 정적들을 품어 내각을 꾸린 포용과 통합의 정치인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정상이라 상상하기 힘들었던 노예제 폐지라는 시대의 진전을 위한 전쟁의 사령관을 자임하고 승리를 이끌어 낸 상상력과 결단의 지도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피 흘린 사람들의 잠든 자리에서 승리에 도취되거나, 패배자들을 경멸하거나,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지 않고 민의에 의하고, 국민을 위한, 미 합중국 대륙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미국을 외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미국을 만드는데 목숨이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가를 지불한 미국인이었다.


나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미국, 미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미국,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가장 먼저 발전하는 미국, 흑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미국, 다양한 인종과 배경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꿈을 실현하는 미국은 바로 링컨의 미국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미국은 링컨으로부터 시작되었고, 링컨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미국은 바로 링컨이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한가운데를 꽉 채운 내셔널 몰(National Mall)의 끝에는 링컨 기념관(Lincoln Memorial)이 품위 있고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다. 계단을 올라 들어가면 앉아있는 링컨이 미국인들과 미국의 수도를 인자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워싱턴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필수 코스인 이 곳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미국인들에게는 역사 공부의 장이고, 관광객에게는 미국의 정수를 가르쳐주는 곳일 것이다. 바로 이 곳에서 링컨은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미국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처럼 굳건하게 미국의 중심을 조망하며 사람들의 가슴에 미국은 바로 다양성과 통합의 나라임을 되새기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Google Earth

링컨 메모리얼의 위치에 나는 흥미를 느낀다. 앞서 썼듯이 내셔널 몰의 가장 끝에 위치한 링컨은 지도에서 보듯 오른쪽으로는 건국의 아버지 토머스 제퍼슨 메모리얼을 두고, 왼쪽으로는 백악관을 거느리고 있다. 그리고 정면으로는 미국의 정신을 상징하는 워싱턴 모뉴먼트를 지나 미 의회 의사당(Capitol)을 마주하고 있다. 


미국의 시작으로부터 링컨을 거쳐 만들어진 미국을 움직이고 있는 권력의 심장부를 연결하고, 민의를 대변하고 미국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의회를 똑바로 쳐다보게 함으로 지금의 미국이 무엇이고,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잊지 말라는 설계자의 의도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미국은 물론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만들고, 수많은 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링컨을 바라보며 일하라는 것이 아닐까. 미국이 링컨이니까. 내 짐작대로 설계자의 의도가 그러하다면 설계자 또한 미국의 어떤 나라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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