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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노 May 08. 2024

조금만 더 기다려줘요!

배고파, 엄마!

엄마는 울지 않는다.


내가 이 지구별에 어떻게 왔는지 엄마가 어떻게 나를 낳았는지는 잘 모른다.

아무튼 나는 여기 지구별에 살고 있다.


그런데 어릴 적부터 많이 아팠다.

말도 잘 안되고 걷지도 못하고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엄마는 내가 어릴 적에 매일 울었다.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

태어나 바로 인큐베이터에 들어간 나를 매일 보러 와서 눈이 짙무를 정도로 울고 가는 어떤 젊은 여자가 있었다. 샛노란 초유 한 병을 간호사에게 주고는 커튼이 닫힐 때까지 울다 가는 저 사람은 누굴까? 궁금했다.


2주 후 그 여인이 나를 데리고 작은 아파트로 갔다. 낮에는 새소리가 들리고 밤에는 고요한 곳이었다. 가끔 굵은 남자 목소리도 들렸다. 두 사람은 부부였다. 


그 여인은 내 엄마였다. 


나는 몸이 작아 많은 양을 먹어내지 못했다. 분유를 조금만 더 먹으면 토했다. 하루 종일 30분 간격으로 분유를 먹었다. 엄마는 처음에 노트 기록을 했다. 며칠 후 다크서클 가득한 엄마의 얼굴이 지칠 대로 지쳐 보였다. 나는 많이 미안했다. 하루 종일 엄마는 자지 못했다. 나는 그때 작은 인형보다 더 작았다.


"그냥 쭉 먹이고 좀 자! 어?"


아빠 목소리였다.

좀 많이 먹으면 바로 다 토했다. 

엄마는 울면서 나를 안고 분유를 먹이고 울면서 졸았다.


나는 배가 고팠다.

하루종일 30분 간격으로 20밀리리터씩을 먹었다. 배가 고팠다.

엄마는 지쳐 갔고 아빠는 화가 났고 나는 배가 고팠다.


그 후 엄마는 절대, 울지 않았다.




세상에서 제일 멋진 우리 엄마를 위하여!


내 딸 지민이 말을 한다면 아마 내게 이런 말들을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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