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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노 May 24. 2024

불량교사 지침서

7일: 나는 수업을 공개하지 않으리라!

지금쯤 학교마다 교육과정 상 공개수업 일정이 이루어질 시기다.

중등교육과정 특성상 수업 공개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고등학교에서는 더욱 그러하리라.


교사들이 해마다 가장 스트레스받아하는 지점이 바로 이 수업공개이다.

외부에서 본다면, 교사라면 당연히 자기 수업을 오픈하고 공개해야 마땅하지 않냐고 할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말인지도 모른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교사가 수업에 자신감이 있고 당당하다면 일 년 내 수업 공개해야 마땅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었다. 

수업을 포기한 교사는 사실상 아무것도 아니라는 확신에서 온 일종의 신념이었다.


하지만 학교현장 깊숙이 들어와 생활하면서 이 속에 숨은 무수히 많은 모순과 역설을 겪으면서, 과연 학부모 수업공개가 진정한 교육을 위한 장인지 아니면 하루 보여주기 식 연극과도 같은 무대인지 고개를 갸웃하기 시작했다.


교사라는 직업에 뜻을 두고 교직 이수나 사범대학을 진학하면서 필요악으로 항상 따라다니는 것이 바로 누군가 앞에서 허수아비처럼 수업실연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발표하고 수업실연하고 토의하고 발표하고. 이것은 일상이었다. 학교현장에서도 임용고시를 치면 2차는 수업실연이다. 기간제 교사로 채용되기 위해서는 매년 낯선 학교 낯선 교실에서 처음 보는 이들 앞에서 허수아비처럼 수업실연을 해야 한다. 이것은 정말 일상이다. 교사는 주당 20시간 내외의 수업을 한다. 보통 연간 40주 내외 수업을 하며 총 800시간 내외 수업이 진행된다. 


과연, 일 년에 800시간 내외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가, 자신의 수업에 대해 공개적으로 증명까지 해야 하는 걸까?


교사들은 보통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의 성취기준과 교육과정을 따른다. 그들은 일타강사가 아니다. 국가 수준의 커리큘럼을 전수하고 다양한 수업 방법을 총동원해서 전달하는 사람이다. 최근 전문적 학습공동체, 배움 중심수업, AI 중심 수업 등 학교현장은 늘 고민하고 생각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수업공개를 하면 학부모들은 학교에 와서 마치 교사가 수업 시간에 대단한 퍼포먼스라도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해당 수업에 대한 배경지식 또한 전무하다. 그래서 더욱 연극을 원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때로는 일타강사를 원하기도 한다. 교사는 힘들다. 점점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다.


이제 나도 지친다. 공개 수업 들어와 자신의 아이를 가르치고 있는 그분들의 심정을 더는 헤아리기가 어렵다.



<불량교사 지침서 6>


"어머니! 여기는 우리들의 수업 공간입니다. 조심스러운 관찰만을 하실 수 있습니다. 이런 무례한 행동은 불쾌합니다. 더 이상 수업은 공개할 수 없습니다! 나가 주세요!"


아! 우리는 과연 언제쯤 당당하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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