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담임+죄인??
대한민국 중학교 교사.
사춘기의 절정을 보내는 이 시기 아이들을 교육해야 하는 직업.
각 가정에서조차 부모가 손을 들기 시작하는, 초극도로 자아가 강하게 형성되는 시기.
이 아이들 삼십 명을 고작 교사 한 명이 종일 책임지고 있다.
요즘 학교는 본 교무실과 각 학년교무실이 분리되어 있다.
담임을 맡은 교사들은 학년실에서 근무하고, 비담임으로 업무만 맡은 교사들은 주로 교무실에 배치된다.
그래서 가끔 서로 소통이 어려울 때도 있다. 각자 역할과 입장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런 일쯤이야 어느 직장에 가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담임으로 교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교사들은 적어도 24시간 대기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출근과 퇴근이라는 정신적 개념이 정확하게 구분된다.
그러나 담임은 다르다. 퇴근 후에도 자신의 반 학생이나 학부모의 급한 연락을 거부할 수 없고 서른 명의 아이들을 머리에 가득 담아 집으로 가고 잠을 자고 출근을 한다는 것이다.
이 정서적 압박감은 극복이 쉽지 않다.
최근 2 넘버폰 사용이나 학교 전화 녹취기능 등을 도입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쉽지 않다.
퇴근 후 전화를 받지 말라고?
물론 그런 교사들도 제법 있다. 하지만 그것이 힘든 교사들도 상당히 많다. 분명히 자신의 반 학생이나 학부모인데 문자나 전화를 무시한다는 건, 내일을 담보로 도박을 거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결국 내일 겪어야 하는 일을 오늘 잠시 눈 가린다고 사라질 것이 아닌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그 아이들의 보호자는 담임 자신이라는 걸 알기에, 학교 밖 가정에서의 일조차 개입은 못하지만 알고는 있어야 한다는 신념들이 만든 결과일 것이다.
밤 10시에 걸려오는 학부모 전화를 받지 않을 정도로 강심장인 교사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혹시 사고 전화가 아닐까, 혹시.... 하는 마음에 받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극심한 좌절과 더 나아가 욕설까지도 들어온다.
그러나 그 교사는 어디에도 신고나 항의를 하지 못한다. 왜? 담임이니까. 일 년간 책임져야 할 내 아이니까.
밖에서 보면 참 한심해 보인다.
아니, 똑똑하던 사람이, 왜 교사가 되고부터 저렇게 절절매는 건가? 왜 눈치를 보나?
시스템의 문제다.
여기는 거대 조직이고 똑똑할수록 상황파악이 빨라 더 빠르게 고개를 숙이게 된다.
나도 점점 변해가고 있다.
좋은 말로 성숙해가고 있고, 나쁜 말로 물들어가고 있다!
<불량교사 지침서 7>
"사직하겠습니다!"
적도 없는 적선에서 오늘도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한민국 모든 교사에게 이 글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