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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노 May 30. 2024

선물상자 속 지민

8화

요즘, 괜히 짜증이 나고 심통을 부리고 싶다.


사람들의 말을 이해하고 다 알아듣기는 하는데, 말을 하려면 아악-아악- 이런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들의 언어를 흉내 낼 수가 없다.


그래서 싱크대 안 냄비를 던지고 프라이팬을 꺼내서 내동댕이치며 짜증을 부려본다.


"왜 그래? 제발 말을 해!"


엄마는 이럴 때마다 양눈썹을 추켜올리며 양팔을 허리에 대고 엄하게 내려다보신다.

그리고는 내가 내던진 냄비나 프라이팬을 전부 다 주워 제자리에 놓을 때까지 가만히 서서 기다리신다.

어쩔 수 없다. 성질부려봤자 나만 손해다. 내던진 프라이팬이 무거워 낑낑대며 어설픈 손놀림으로 억지로 넣어도 엄마는 절대 도와주지 않는다. 


장난감을 던지고 받기도 하고 물티슈 포장지를 이로 뜯어보기도 하지만 분이 풀리지 않는다.


나는 도대체 어디에 갇혀있는 걸까?


제발 누가 날 좀 꺼내줬으면....


"네가 말을 하면 세상 모든 걸 다 할 수 있잖아! 제발..."


난 엄마보다 더 답답해요!

나도 말하고 잘 씹고 춤추고 노래 부르고 그림도 그리고 피아노도 치고, 데이트도 하고 싶어요!


발달장애를 가진 우리는, 거대한 막 속에 갇힌 사람들일까?


나는 과연 죽기 전에 엄마랑 대화를 할 수는 있을까?

여동생이랑 손잡고 백화점 쇼핑을 가서 그 아이의 옷을 사 줄 수 있을까?

남동생이랑 술 한잔 하며 용돈을 쥐어줄 수 있을까?


나도 평범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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