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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노 Jun 07. 2024

불량교사 지침서

10일: 연수=연가???

교직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그래도 넌 방학이 있잖아!"


어쩌면 우리는 하루살이처럼 한 학기를 살아내고 방학을 내내 목매어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학교 현장에서 종종 주고받는 인사말이기도 하다.


"방학 28일 전이에요. 힘내세요!"


누가 들으면 교사가 저런 말을? 사명감도 없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교사 가운데 도대체 그 사명감이라는 단어를 심장에 콱 박고 일하는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될까? 이젠 다들 한 학기 한 학기를 고갯마루 넘어가듯 그렇게 넘어가고 있는 듯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일에 사명감을 짐으로 떠안기기에는 사회적으로 너무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도 죽는소리 마라, 너희는 긴 방학 휴가가 있지 않느냐, 다들 그런다.


물론 그 방학을 알차게 활용하고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보내는 교사들도 상당히 많다.

한 때 해외여행 붐이었을 때는 방학마다 해외를 다녀오지 않으면 이상할 지경이기도 했다.

그리고 방학은 항상 성수기여서 가장 높은 대가를 지불하고 여행을 다니는 무리 중 하나가 바로 교사들이었다.


교사들은 일반 회사처럼 연가가 엄연히 존재한다.

호봉에 따라 연가일수는 점점 늘어난다.

그러나 학기 중 연가를 쓰는 간 큰 교사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일단, 내가 아프거나 연가를 쓰거나 하면 제일 먼저 동료 교사에게 바로 피해가 가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표가 변경되고 죄 없는 죄인이 되기 때문이다.


혹여나 융통성 1도 없는 관리자와 그런 관리자에게 100% 복종하는 교무부 일과 담당이라도 만나는 날에는, 온몸이 아파 병결로 하루 쉬고 출근한 다음 날부터 전날 조정된 시간표를 다 메꾸며 미친 듯이 수업을 해야 한다.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울며불며 항의하는 교사를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다. 아픈 다음 날 바로 몸이 회복될 일이 없지 않은가. 그냥 영혼을 버린 채 수업에 들어가는 거다. 이런 배려 없는 관리자를 매년 양성하면서 교사들에게 양질의 수업과 업무를 요구한다는 건 무리다.


그래서 교사들의 연가는 주로 방학 중에 쓰도록 권고한다. 일반 회사와 다른 점은 교사는 연가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언뜻 보면 방학도 있으면서 연가도 있어?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현상은 깊이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교육청에서도 방학과 연가 기간을 합하면 너무 많다는 결론으로 그렇게 처리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엄연히 다른 범주이다.


방학 기간 모든 교사들은 41조 연수라는 것을 제출한다. 일종의 교재연구로 자택 및 인근에서 자체 연수를 한다는 의미다. 그렇게 문서를 좋아하는 행정이라면, 방학은 교사에게 엄연한 수업 연구를 위한 연수기간인 것이다. 그간의 스트레스도 풀고 힐링도 하고 다음 학기 교재 연구도 하는 말 그대로 자체 연수이다. 


연가는 다른 개념이다. 모든 직장인에게 주는 유급휴가인 것이다. 그러나 교원들은 무급휴가이다. 이것도 좀 고개가 갸웃해진다. 이 연가 개념은 근로자들이 가질 수 있는 쉼의 개념이다. 아프거나 개인 사정이 생기거나 할 때 충분히 사용하고 다시 업무에 정진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연수와 연가를 왜 교육청은 같이 보는 걸까?

아직도 그들은 20세기 학교에서 살고 있나 보다.



<불량교사 지침서 9>


- 교감 선생님. 저는 모든 연가를 학기 중에 다 쓰겠습니다. 수업 시간 일괄 변경 요청드립니다!


꿈만 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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