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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가본드 Jun 08. 2022

뽀뽀 이상은 안돼요 :)

끊으면 끊었지 줄이기는 더 어려워

원래는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7년 전에 뭔가(?)를 계기로 순전 타의로 강제 빵돌이가 되어 빵만 먹고살다시피 하게 된 적이 있다. 이건 뭐 곁에만 가도 빵가루가 날아다닐 지경이었다.


인생 몸무게 83을 찍은 것도 그때다. 그때도 사람들은 다들 나한테 여전히 호리호리해 보인다면서 관리를 해야 한다는 내 말을 아무도 납득 못했지만, 그냥 나는 그 생소한 숫자 자체가 싫었다. 같은 83도 건강한 83이 있고 안 건강한 83이 있는데 나 좋으라고 관리하지 남 보기 좋으라고 관리하나. 부랴부랴 빵 끊고 삘삘 줄였다. 애초에 빵이 맛있어서 그렇게 된 케이스가 아니라서 그때는 크게 어렵진 않았다.


그런데, 집 바로 앞에 기습적으로 소금빵 잘하는 빵집이 생겼다. 아니 생기고 말았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어릴 때 많이 먹어 본 사라다빵 말고는 그냥 빵이면 달다고 생각했는데, 빵이 짤 수도 있다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는 마약처럼 소금빵에 중독되어 갔다.


빵 중에 칼로리가 제일 높은 게 크루아상과 스콘이라고 한다. 스콘은 생겨 먹은 것부터가 벌써부터 그럴 거 같은데, 크루아상은 좀 의외였다. 듬성듬성하게 생겨서 칼로리도 듬성듬성할 것 같은데 그게 빵계의 고칼로리 양대산맥이라니. 그런데 잘은 몰라도 크루아상과 질감이 비슷한 소금빵도 어쩐지 그럴 것 같다.


소금빵은 달거나 퍽퍽하지가 않아서 밑도 끝도 없이 꼴딱꼴딱 넘어간다. 그런데 문제는 이 때문에 자연스레 단 빵도 손이 간다는 사실이다. 단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평소에는 쳐다도 안 보던 깜둥이빵까지도 같이 찾게 된다. 소금빵, 깜둥이빵, 또다시 소금빵... 그야말로 똥망의 무한순환이다.


나름 독하게 마음먹어 보지만 쉽지 않네. 큰일이군. 그런데 다른 빵도 아닌 소금빵을 도대체 어떻게 끊지? 하지만 할 수 있는 걸 다 해 보지 않고 쉽지 않다고 할 순 없어.


두유 한 모금 품고


천장 한 번 쳐다보고

 

또 한 모금 머금고


천장 한 번 쳐다보고


나름의 룰을 세운다. 천장 보면서 꿀이 떨어지는 스위트한 표정도 지어 보고, 그것만으로 힘들면 까치발로 서서 킁킁 냄새를 맡기도 하고, 그래도 힘들면 붕어 입을 쭉 내밀어서 뽁뽁뽁 터치해서 겉면의 질감을 느껴 보기도 하고. 하지만 거기까지. 뽀뽀 이상은 안돼. 어딜 혓바닥을, 떽!




브런치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데, 빵은 끊는 게 아니라 줄이는 거라고. 원래는 '탄수화물'은 끊는 게 아니라 줄이는 거였는데 빵으로 바뀌었네. 탄수화물은 필수 영양소 중 하나라서 아예 끊으면 안 되는 게 맞지만 '탄수화물=빵'은 아니기도 하고, 어중간하게 먹고 있는 상태에 머무르는 게 아예 끊는 것보다 나에겐 더 힘들 것 같아서 그냥 끊기로 했다.


다음 주에 나는 소금빵을 끊을 것인가, 저 줄을 끊을 것인가? 그땐 빵만 끊어도 몸이 확 변하던데,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꽤 달콤했지. 그때보다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지만 그래도 해 보자. 죽어라 해 보자. 에잇 에잇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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