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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Vagabond May 16. 2019

갑자기, 스탠드

 A person, A lamp


"자그마한 원룸



어쩌면 행거 하나,  매트리스 하나, 접이식 책상 하나, 노트북 하나가 다일지도 모른다.


나는 얼마전에 원룸에서 7평 오피스텔로 이사하면서 의자 하나를 얻어왔다. 서울역 근처에서 카페에 갔다가 리모델링 하여 곧 버려질 빈티지 바스툴 의자를 발견하고 주인에게 부탁했다. 나한테 팔아달라고. 그래서 나의 공간도 그저 "다일지도 모른다"였는데 2만원으로 가구 하나가 생겼다. 으쓱. 아, 그리고 우리 집엔 밤이( 나와 동거하는 실버세이블 장모 햄스터이다. 본명은 예보까파스 블랑까스 이천삼십번째 밤이라고 한다.)의 살림도 있다.


방안에서는 가끔 lofi hiphop소리가, 가끔 인강강사님의 목소리가, 가끔은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또 가끔은 냉장고 소리가..  이들은 자취하는 우리에게 룸메이트나 다름없다. 아, 이쯤에서 나의 생각을 말해보자면 그 자그마하고, 뜨뜻한, 그 스탠드라는 룸메이트는 꼭 필요하다고 하고 싶다.


"스탠드 하나.




색상이야 어떻든, 모양이야 어떻든, 이쁘든지 말든지, 모두 뜨뜻한 한 줄기의 빛을 내뿜는다.

그는 묵묵히 제자리에 서있는다.  그 아래는, 책 몇권, 한 무더기의 라면스낵, 아니면 뭐 나처럼 비염쟁이라면 각티슈나 물티슈가 놓여져 있을 수도 있다.


지친 하루의 끝,  늦은 밤 침대에 걸터 앉으면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말해주는 스탠드가 있다. 어떻게? 온몸으로, 응? 몇 가닥의 빛으로.


오늘은 힘들고 지친 하루를 보냈을지 몰라도 서서히, 우리에겐 여유롭게 그 몇 가닥의 빛을 즐길 수 있는 삶이 올 것이다. 믿어 의심치 말자.


많은 사람들, 어쩌면 대다수의 지구인들이 "나혼자 산다"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방에서 TV를 보거나, 책을 보는 일이 많다면 반투명 유리, 종이 등 불빛을 부드럽게 해주는 재질의 전등갓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의 눈은 소중하니까.


또 스탠드의 크기는 방의 크기에 비례해서 고르는 것이 좋다. 너무 작은 친구를 고른다면 조명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고, 너무 큰 친구를 고른다면 빽빽하게 보여 쾌적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우리의 공간을 따뜻하면서 또 클래식하게 만들고 싶다면 양피지재질의 스탠드갓을 한번 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특히 쏘파와 침대가 목재라면 양피지재질의 스탠드갓은 공간을 더할나위 없이 멋지게 만들어줄 것이다. 잠깐 영국에 있을 때 지냈던 월세방에서 보고 반했던 재질이다. 또 중국에서는 양피지+조명 조합을 인테리어에 정말 잘 활용한다. 대륙적인 generous함과 약간의 빈티지감성이 섞이면서 그림으로 치면 꼭 산수화에서 느낄 수 있을법한 클래식함을 따뜻하게 느낄 수 있다.

스탠드의 전구는, 따뜻한 계열 색상의 백열등이 좋다. 요즘은 웜-쿨도와 명도까지 조종이 가능한 밝기조절 키트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니 취향에 따라 조절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혼자사는 우리는 방 구석구석에 드리워진 따뜻함이 필요하다. 백열등을 추천하는 이유는 그저 나의 취향으로, 우리의 "룸메이트"가 자신의 역할을 좀 더 잘할 수 있도록 고무격려하는 차원에서이니 주관적일 수 있는 추천이다.


스탠드군은 우리의 자취생활에 아주 좋은 룸메이트이다. 그가 필요한 지친 밤마다 우리 옆에서 어두움과, 외로움과 함께 싸워줄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어두운 밤 무서워 하지 말고 마음껏 위로를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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