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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렌콩 Mar 28. 2021

조현병 환자의 일기 +치료전&치료후/치료전일기 각색

조현병 환자의 치료전 일기

안녕하세요? 

81병동 관리자님들께 인사 먼저 전합니다. 

결코 없는 지각! 뚫지 못하는 유리창! 

사실 손잡이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습기를 차단시킨다.

본인들은 지구의 습기, 방도 없는 곳에서 공명.

 기인들은 살아남을 수 있으려나.

꼬드기는 것 조차 멀쩡하지 않은 것처럼.

기준은 대체 무엇인가, 

약주머니의 행방을 찾아온 이름 모를 병사들, 전해줄 통보. 

그리고 데칼클레이를 뚫고 들어간 아름다운 교회, 

기댈 사람을 구할 것인가 

혹은 지하병동으로 옮겨질 것인가.

힘내세요!



조현병 환자의 치료후 일기

거의 여름같은 날씨로 햇빛이 세상을 비추고 있다.

오늘은 병원에 가는 날이기도 하다. 

교수님을 만나뵙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간호사 쌤들도 생각이 나고,

 몇개월 동안 있었던 병동 사람들 그리고 에피소드들도 생각난다.

어쩌면 다신 들어오지 못할 곳처럼 부끄러웠던

 나의 행동들이 생각을 감사하기도 한다.

그만큼 만나뵙던 분들이 좋은 분들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분명하다. 요즘의 나는 운동을 하고 있는데 (교수님 말씀대로) 

살은 거의 빠지질 않는다. 

여름에 피는 과일들을 너무 먹어서 그런가부다. 

앞으로도 근황과 함게 산책하며 병동에서 만났던 분들이

 더 생생히 기억났으면 좋겠다.




조현병 환자의 치료 전후 일기를 읽었다.

사용하는 단어나 어휘가 매우 고급지고 글 자체도


워낙 잘 써서 무언가 한편의 알쏭달쏭한

 #시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혹은 수능 문학 시절에 접했던 #이상 작가의 

소설 속, 한 문단을 발췌한 것만 같다.


조현병이 있지만, 평소에도 독서와 글쓰기를 꾸준히 한듯

짧은 일기장이지만 글짓기의 능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겠다.

조현병 환자들은 대체적으로  체계적으로, 

논리적으로 언어를 구사할 수 없다고 한다.


원인은 아직까지도 미상이나 아마도 대뇌부분의 결함이나

도파민의 문제로 인해 이렇게 단어나 어절이 이어지지

 못하고 끊기는 문장(마치 시처럼)을 구사한단다.


한편, 나는 이 조현병환자 치료 전 일기를 보면서

정신과 몸이 아픈 시인(최승자 시인과 성동혁 시인)들을 떠올려봤다.

얼마전에 점심 시간에 지인과 시얘기를 나눈적이 있는데

도리어 아픔으로 인해 시를 쓰는 게 아닌가 싶었다.


글쓰기는 마음의 치유이나, 긴 장문형 글쓰기보다

절제되고 응축된 단어로 구사된 시들의 특성이 더욱 그렇다.

평범한 일상 속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해낸 한줄처럼


치료전 일기에 돋보인 단어들을 읊조리니 보일듯말듯한

장면들이 그려지는데, 지나치기엔 영 아쉬워서

 내 맘대로 #소설문장 처럼 #각색 해 봤다.



안녕하세요? 

81병동 관리자님들께 인사 먼저 전합니다. 

결코 없는 지각! 뚫지 못하는 유리창! 

사실 손잡이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습기를 차단시킨다.

본인들은 지구의 습기, 방도 없는 곳에서 공명.

 기인들은 살아남을 수 있으려나.

꼬드기는 것 조차 멀쩡하지 않은 것처럼.

기준은 대체 무엇인가, 

약주머니의 행방을 찾아온 이름 모를 병사들, 전해줄 통보. 

그리고 데칼클레이를 뚫고 들어간 아름다운 교회, 

기댈 사람을 구할 것인가 

혹은 지하병동으로 옮겨질 것인가.

힘내세요!


내겐 알량한 손잡이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과연 지구의 습기를 머금은 이 추운 곳에서, 

방도가 없는 이 곳에서 시린 공명을 견디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곳에선 기인들조차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합리화하며 꼬드기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다. 

멀쩡하게 살아 남을 수 있는 기준이란게 존재하긴 할까. 

나를 찾아온 이름모를 병사들에게 내가 잃어버렸던 

약주머니의 행방을 되묻곤 했다. 

그 주머니엔 카지노칩인 낡은 데칼클레이 몇장만이 전부였다. 


그들은 내게 교회라는 목적지를 통보하며 기대게 했다. 

내가 병사들에게 기대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기댈 사람을 구한 것인지, 지금 가는 이 길이 교회가 아닌 

지하병동인 것인지, 나는 당췌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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