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노빠꾸 노브레이끼!
부산에서 만난 사람들 시리즈는
부산에서 만난 지인들에게
좋은 에너지와 영감을 받은 이야기를 푼다.
첫 번째 내용은 <솔개와 독수리> 이야기로
아래 링크로 추가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부산에 사는 지인의 이야기다.
언니는 어린이집 선생님이며 올해 마흔이 되었다.
아직 결혼은 안 했는데
여느 30대 보다 에너지와 호기심이 많아서
어째 사람이 잘 늙지를 않는다.
여전히 미키마우스와 조던 운동화에 열광한다.
그렇다, 최고의 안티에이징은 '호기심'이다.
그리고 끝없는 배움.
언니와 나의 인연은 벌써 10년이 넘었다.
스무 살 때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났는데
직장 동료이자, 남포동 구제시장 쇼핑 메이트였다.
에디터의 꿈에 더욱 가까이 갈 수 있었던 건,
탁월한 안목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언니 덕분이다.
추억이 가득한 구제시장 대신
달맞이 작업실에 그를 초대했다.
작업실 계약을 갓 끝낸 터라 아무것도 없어서
근처 산책로를 걷기로 했다.
달맞이고개가 있는
와우산 중턱에는 아주 근사한 산책로가 있다.
바로 해운대 바다가 보이고,
소나무가 우거져있는 문탠로드다.
문탠로드는 달빛을 즐기며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그런데 사실 밤에는 조금 무섭다)
산책한 날은 비가 흠뻑 내린 다음날이었다.
미끄러운 것 같아 다른 길로 가자고 했는데,
언니가 이런 날에 흙내음이 좋다고
등산로로 가자고 했다.
여름이라 이끼와 고사리과 식물이 풍성했다.
맑은 날에 맡을 수 없는
잔잔한 흙냄새와 풀향기도 좋았다.
그러던 중에 "언니 근데 여기 길 알아?"라고
물어봤다.
생각해보니 둘 다 초행길이고, 목적지가 없었다.
그런데 노빠꾸 노브레이끼(크) 언니가 하는 말이
정말이었다.
문탠로드 산책길은 어디로 가든 길이 나 있었고,
청사포 등대까지 가서 성난 파도도 보고 돌아왔다.
그 한마디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산책길에서 툭 던진 말이었지만
부산 워케이션을 하며
경로 재탐색을 앞둔 나에게 뼈때리는 한마디였다.
초조해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전진!
아니면 돌아와도 된다고 그래도 아무도 뭐라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