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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lerie Lee Sep 16. 2022

있는 그대로 충분해.

짝사랑을 끝내며 깨달은 것들

다시 살고 싶어 지게 만드는 사람. 무기력하고 우울했던 나에게 살아가는 게 무엇인지 상기시캬준 사람. 그게 내가 그 사람을 좋아했던 이유였다. 저런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준다면, 나도 꽤나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또 저 사람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는 것 이야말로, 나가 진정 가장 훌륭한 내 자신으로써 살아간다는 뜻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만큼 그 사람은, 단점도 있었지만 내 눈에 참 훌륭해 보였다. 그 사람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단점마저 사랑스럽게 보인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아갔다. 나는 최선을 다해 그 사람을 알아갔고 다가갔다. 우리는 꽤 친한 사이가 되었고, 나는 최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알아가려고 했다. 또한 그 사람에게 내 가치를 전하고자 노력했다. 나에게 영향을 받는 그의 모습을 보고 뿌듯해질 때면, 내가 꽤 괜찮은 사람 같았다.


언젠가부터는 그 사람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정말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내 짝이 안되어도 좋으니, 이 사람의 앞길에 축복만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 진정으로 아프지 않길, 늘 행복하고 하는 모든 일이 잘되길 하는 마음. 흡사 팬의 마음이었다.


그 사람은 은연중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 물론 그 상처는 그가 내 공허한 마음을 채워주고,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되려는 동기가 되어주는 그 모든 것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짝사랑을 오래 지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사람이 내가 그를 좋아하는 만큼, 또는 그 반절이라도 나를 좋아해 주길 바라는 그 기대를 원동력 삼아 살아가다 보니 , 그 사람의 한마디 한 마디에 나는 휘청거렸다. 그렇게 나는 이 짝사랑이 나에게 유해하다는 걸 알았고, 서서히 마음속에서 그 사람을 지워나갔다. 아마 그 사람도 어느 순간 자신의 존재가 내게 유해 하단 걸 알았을 수도 있다.


내 마음은 다시 텅 빈 집 같다. 정말 아무도 없다. 잘 보일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나는 그동안 잘 보일 사람이 있는 그 상태를 너무나 좋아했다. 학창 시절 학원에 그래도 관심 가는 남학생 한 명이라도 있으면 학원가는 길이 조금은 덜 지루했던 것처럼. 나는 늘 인생의 무료함 , 근본적 의미 없음을 극복하고자 누군가를 습관적으로 짝사랑했다.


이젠 깨달았다. 잘 보이고 싶은 대상을 원동력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유효한 방법이 아니다. 내 인생에 더 큰 의미를 찾아야 한다. 아니, 더 크지 않더라도 조금 더 실질적인 원동력과 의미를 찾고 싶다.


어머니와 티브이를 보다가 평생을 봉사활동에 바친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머니는 그분처럼 자신도 더 큰 대의를 위해 삶을 바치지 않고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살아갔던 게 부끄럽다고 했다. 어쩌면 기독교나 다른 종교에서 말하는 이타적인 삶이 답 아닐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이타적인 삶을 살기에 나는 굉장히 지쳐있는 상태다. 지금으로써는 원동력을 찾을 힘 조차 남아있지 않다. 한마디로 마음의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여태 나는 사랑받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살아왔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선생님, 부모님, 친구들, 짝사랑하는 대상, 남자 친구. 미래의 상상 속 이상형, 또는 거울 속 나의 큰 에고 등등...


만약 신이 있다면, 이렇게 나를 지치게 만든 것은 드디어 내가 안식할 수 있도록 함이 아닐까.


"이제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네 자신에게도 애써 잘 보일 필요가 없어. 그냥 살아. 너는 있는 그대로 충분한 사람이야." 이렇게 내게 말해주고 있는게 아닐까?


그래, 나는 사랑을 받지 않아도 충분히 있는 그대로 사랑스러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제야 나는 사랑이 뭔지 깨닫고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준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있는 그대로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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